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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시각 한 스터디 카페 홀은 10여명의 학생들이 각자 취업 준비 공부에 여념이 없었다. 한쪽 구석 스터디룸에서는 공무원 시험 준비생 5명이 한국사 스터디를 하고 있었다.
지방에서 대학을 다니다 휴학한 뒤 지난해 서울로 올라왔다는 김모(25·여)씨는 “소위 취업에 약점이란 ‘지방대·인문계·여성’ 3대 요소를 다 갖췄다”며 “민간기업은 취업 자체가 어렵다. 공무원 시험이 그나마 탈출구 ”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청년실업자 43만…구직단념자·단기알바 등 ‘사실상 실업자’ 훨씬 많아
‘공식’ 실업자 수가 처음으로 100만명을 넘었다는 정부의 발표가 나온 이날 한파보다 더 추운 최악 취업난에 허덕이는 청년들의 마음도 얼어붙었다.
오는 3월 상반기 공채 시즌을 앞둔 청년들은 어느 때보다 힘겨운 겨울을 나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황모(27·여)씨는 “지난 하반기에 기업 몇 곳에 입사 지원서를 넣었는데 서류에서 떨어졌다”며 “스펙을 쌓기 위해 넣은 대기업 인턴 전형 10곳마저 모두 떨어졌다. 부모님 뵐 면목이 없다”고 말했다.
공기업 취업을 준비하는 박모(29)씨는 구직 기간이 길어지자 부모님께 손 벌리기 죄송해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충당하고 있다. 야간 택배 아르바이트 중인 박씨는 “PC방이나 편의점은 생활비를 대기엔 보수가 너무 적다”며 “취업준비생들이 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 자리라도 늘어났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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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실업은 비단 대학생 및 예비 졸업생만의 문제는 아니다. 더 나은 업무 환경과 안정적인 미래를 위해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공무원이나 전문 자격증 시험에 뛰어드는 ‘자발적 실업자’도 적지 않다.
졸업 후 컨설팅 회사에 다니다 공무원시험 준비 중인 박모(33)씨는 “퇴직금 500만원을 전부 털어 넣고 3년째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고 있다”며 “이번에도 불합격 한다면 다른 길을 찾아보겠지만 나이나 스펙 등이 걸려 대기업 입사는 꿈도 못 꿀 것 같다”고 토로했다.
공인회계사 시험을 준비하는 김모(33)씨는 “대기업에 입사를 하더라도 얼마 못 가 나갈 수 있는 상황에서 자격증을 따는 게 먼 미래를 봤을 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경찰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이세훈(26)씨는 “매일 같은 학원에서 얼굴을 마주치지만 어느 한쪽이 합격하고 나면(기존) 친분이 거의 이어지지 못한다”며 “수험생들 머릿속에는 합격해서 빨리 이 곳을 벗어나자는 생각들 뿐인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