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비의 문화재 읽기]"신의 솜씨라 착각"...지광국사탑, 복원 마치고 10년 만의 귀향

일제 때 해체, 6·25 때 파손 ‘비운의 국보’
이재순 석장, 2년 걸쳐 문양 되살려
"화강암에 엄지손가락만 한 부처얼굴 조각도"
  • 등록 2021-01-25 오전 6:00:00

    수정 2021-01-25 오전 8:43:44

국보 101호 지광국사탑의 옥개석(머릿돌) 보존처리 완료 후 모습(사진=문화재청)
[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국보 지광국사탑에 새겨진 문양을 보면 신이 했나 싶은 얘기가 나올 정도로 정교하고 섬세하다.”

최근 5년에 걸친 보존처리 작업을 끝낸 지광국사탑을 두고 이재순 석장(국가무형문화재 제120호) 보유자는 최근 이데일리에 이렇게 표현하며 혀를 내둘렀다. 50년 넘게 석조각을 해온 전문가인 이 보유자는 2007년 우리나라 최초의 석장 보유자로 인정받았다. 지광국사탑 보존 처리 때 새 돌을 깨고 문양을 새겨 넣는 작업을 한 그는 “단단한 화강암에 세밀한 조각을 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며 “이전에도 숭례문 등 몇 차례 국보 복원 작업에 참여했지만 이번이 가장 어려웠다”고 말했다.

그의 손에서 일부 소실됐던 지광국사탑의 화려한 문양들은 원형에 가깝게 복원됐다. 옥개석(머릿돌)의 불보살상은 17~18㎝ 남짓의 크기지만 표정부터 옷자락 주름까지 살아 있는 듯한 생동감이 느껴진다. 옥개석 귀마루 끝 부분에 날개를 활짝 핀 새는 부리와 다리, 깃털까지 섬세하게 조각됐다. 날개의 깃은 단을 이루며 세밀하게 표현돼 있다. 처마 아래 각 면의 중앙에는 연화대좌 위에 불보살상이 배치됐다. 지광국사탑이 드디어 자신의 명성에 걸맞은 모습을 되찾은 것이다.

지광국사탑은 고려시대에 나라에서 ‘국사’ 칭호를 받은 지광국사 해린(984~1070)의 사리를 봉안한 탑으로 이국적이면서도 화려한 풍모가 그 특징이다. 기단부터 탑신, 옥개석, 상륜부의 눈에 띄지 않는 하단부분까지 탑 전체에 구름·연꽃·봉황·신선 무늬 등이 빈틈없이 조각돼 있다. 이는 고려 이전의 승탑이나 불탑에서는 볼 수 없었던 방식이다. 지광국사탑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개성 있고 아름다운 승탑으로 평가받는 이유다.

6.25 전쟁 당시 포격으로 부서진 지광국사탑 모습(사진=국립문화재연구소)
하지만 지광국사탑은 일제강점기 때 해체되고, 6·25 전쟁 때는 폭격을 맞아 옥개석을 비롯한 상부 부재가 여러 조각으로 파손됐다. 이후 1957년 시멘트 등 다양한 재료로 복원하는 과정에서 옥개석은 절반 가까이 석재가 아니라 시멘트 덩어리로 채워졌다. 옥개석에 새겨진 문양은 손상돼 사라지거나 위치가 바뀌기도 했다. 이번 보존처리에서 가장 중요한 작업 중 하나가 깨진 석탑을 재조합하고, 탑의 화려한 조각, 문양을 살려내는 것이었다. 보존처리를 총괄했던 이태종 국립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사는 “단순히 깨진 면을 맞추는 것을 떠나 조각이 연결돼야 하는 만큼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고 설명했다.

다행히 일제강점기 당시 찍어둔 유리건판 사진에 석탑의 문양이 잘 남겨져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문화재위원회의 철저한 고증을 거쳐가며 작업을 했다. 하지만 단단한 화강암에 정교한 문양을 새기기란 결코 쉽지 않았다. 이 석장은 탑의 옥개석에 새겨진 지장보살 그림을 예로 들며 “지장보살의 얼굴은 엄지손가락만하다”며 “바느질하듯이 한땀 한땀 돌을 찍어 내리며 작업했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돌을 찍어내고, 조각하는 데만 2년 정도가 걸렸다. 이 보유자는 “석탑 곳곳에 있는 문양, 조각을 잘 볼 수 있게 탑을 완전히 쌓기 전 모습으로도 공개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광국사탑은 고향 원주 법천사지로 돌아가 탑의 형태로 세워질 예정이다. 일제강점기 때 일본 골동품상에 의해 명동으로 이동된 지 110년 만이다. 다만 석탑을 원위치에 놓되 보호각을 세울지, 전시관으로 이전할 지 등을 두고는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한 상태다. 문화재위원회는 올해 안으로 잘 보존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2016년 복원 처리 전 지광국사탑 모습(사진=문화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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