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Story]재난망(주)가 진짜 ‘제4이통’이 될 것 같은 이유

  • 등록 2015-05-30 오전 9:16:38

    수정 2015-05-30 오후 10:06:53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정부가 28일 SK텔레콤(017670), KT(030200), LG유플러스(032640)와 경쟁하는 전국망 통신사업자를 하나 더 만드는 계획(제4이동통신)을 발표했습니다.

엄격한 심사를 거쳐 재정, 기술적 능력을 갖춘 사업자에 한해서만 진입을 허용하겠다는 조건을 달았지만, 주파수 우선 할당(2.5GHz, 2.6GHz) 정책외에 의무제공사업자(기존 통신사)의 5년간 네트워크 로밍 제공, 상호 접속률 차등 적용 같은 다양한 지원책을 사전에 내놓은 것을 예년과 다릅니다.

시장에 제4이통 선정 의지를 드러낸 셈이죠.

물론 2010년 이명박 정부 시절부터 매년 제4이통에 대한 도전이 있었고 또 번번이 실패했던 터라, 탄생할수 있을 지는 의문입니다.

그간 여섯 차례 고배를 마신 이유는 통신사업을 할 만한 안정적인 재정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이었는데, 현재 준비 중인 컨소시엄들도 대부분 중소기업 연합군이기 때문입니다.

제4이통 준비사업자들도 CJ헬로비전이나 현대HCN 같은 케이블 TV업계와 손잡지 않는다면,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장윤식 우리텔레콤 대표(전 SK텔레콤 상무, 전 한국케이블텔레콤 대표)는 “케이블 업계가 아니면 4이통을 할 사람이 없다는 소신은 변함이 없다”면서 “케이블과의 연합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제4이동통신 준비 사업자 중 하나인 우리텔레콤이 6월 1일 사업설명회를 갖는다. 제4이통 준비사업자로는 우리텔레콤 외에도 한국모바일인터넷, 퀀텀 모바일, 케이티넷 등이 있다.
그런데 제4이통 문제는 그리 간단 하지는 않습니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주도하는 네번 째 이동통신 서비스 기업 외에, 미래부와 국민안전처의 합작품인 (가칭)재난망 전담법인이 더 있는 것이죠. 둘 다 성공한다면 우리나라에는 총 5개의 전국적인 이동통신망을 갖춘 곳이 탄생하는 셈입니다.

국가재난안전통신망(이하 재난망) 사업은 지난해 세월호 참사이후 소방·경찰·군 등의 통신망을 하나로 연결해 생명을 구하는 골든타임을 줄이자는 의도로 출발했습니다.

일단 기술부처인 미래부가 기술기준과 구축·운영 방식을 정했고, 이후 국민안전처로 넘어오면서 정보화전략계획(ISP)을 수립한 뒤 6월 초 시범사업 발주를 앞두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부는 이 재난망 구축 방식을 정부가 직접 전국에 통신망을 까는 ‘자가망’ 위주로 하고, 운영 역시 공무원들이 맡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이를 위해 2017년까지 1조7천억 원(9천억 원 이하 구축비+운영비)의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다고 하죠. 기획개정부가 얼마전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에 총사업비 검증을 의뢰해 총사업비가 깎이는 만큼 예산은 일부 줄어들 것으로 보이기는 하지만요.

그렇다면 미래부가 주도하는 제4이통과 미래부·국민안전처가 만드는 재난망은 얼마나 다르고 또 얼마나 같을까요.

우선 제4이통은 인구 수에 비례해 기지국을 세워 통화품질을 높이는 게 중요한 반면, 재난망은 사람이 얼마나 사는 가보다는 전국 방방곡곡·지하실·산골짜기 같은 커버리지와 망의 생존성이 핵심입니다. 최악의 경우 지진이나 해일로 기지국이 파손돼도 소방이나 경찰 같은 재난당국은 인명 구조를 위해 재난망으로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죠.

그런데 이상하게도 제4이통 준비사업자들이 말하는 전국망 구축비용과 정부가 말하는 재난용 전국망 구축비용이 다릅니다.

제4이통 업체들은 전국에 망을 깔려면 최소 1조 7, 8천 억원에서 2조 원까지 구축비용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정부는 9천 억원 이하 비용을 잡고 있습니다. 구축비(9천억 원 이하)에 운영비용까지 합한 수치가 1조7천 억원 정도인것이죠.

정부 계획에는 2017년까지 공무원 118명이 (가칭)재난망 전담법인에서 일하는 인건비를 402억 원으로 했는데, 이 역시 논란입니다.

통신업계 전문가는 “제4이통은 기존 사업자 로밍이나 단계적 망 구축 등을 허용해 줘도 인건비 빼고 2조 가까이 돈이 드는데, 재난망은 위성 임대 등 망 생존성이 필요함에도 1조 7천 억 이하 비용을 언급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면서 “공무원 출신들이 재난망 운영법인에서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재난망이 혈세낭비라는 또다른 재난이 안 되려면 100% 자가망이 아니라 미국이나 영국처럼 상용망(기존 이통사망)을 임대해 쓰는 방식(MVNO)으로 계획을 전면 수정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도 일부 이런 논란을 인정했습니다. 기재부 예산정보과 관계자는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이어서 논란이 크다”면서 “구축방식이나 운영방식 등은 확정된 게 아니고 일단 시범사업을 하면서 바뀔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재난망이 연말 시범사업이 끝나고 내년 초 미래부·국민안전처 계획대로 ‘직접 국가가 망을 깔고 직접 공무원이 운영하는 방식’으로 최종 결정된다면 어찌될까요.

아마도 2017년까지 공무원들이 주로 근무하는 재난망 전담법인이 만들어질 것입니다
.

그 법인은 공사의 형태일 수도 국민안전처 산하기관의 형태일 수도 있겠죠.

그런데 이 법인이 2017년 대통령 선거 이후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면 계속 공무원 회사로 존속하면서 재난망 관리만 할 수 있을 까요?

이명박 대통령 시절 서울시와 LG CNS가 합작해 설립한 서울교통카드 운영법인인 한국스마트카드는 서울 등 지자체의 교통카드 정산 업무 외에 전자화폐로서의 ‘티머니’ 비즈니스에 뛰어들기 시작했습니다. 티머니를 기반으로 택시앱을 만드는 등 교통강자에서 핀테크 기업으로 도약하고 있습니다.

재난망 전담법인도 마찬가지 일 것으로 보입니다.

처음에는 재난망만 관리하겠지만, 매년 세금으로 지원해야 하는 인건비가 이슈화될테고, 결국 부대사업을 추진할 수 밖에 없을 것이고, 이동통신 상용서비스 시장에 진출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어쩌면 연내 허가여부가 결정되는 제4이통뿐 아니라, 재난망 주식회사도 10년 뒤 제4이동통신이 되는 것이죠. 아, 제5이동통신인가요.

이는 SK텔레콤, 신세기통신, 한국통신프리텔(KTF), LG텔레콤, 한솔PCS 등 5개 이통사가 존재했던 1996년으로 돌아가는 셈입니다.

하지만 이후 한솔PCS는 KTF(현재의 KT)에 합병됐고, 신세기통신은 SK텔레콤, LG텔레콤은 데이콤·파워콤과 합쳐 LG유플러스가 됐다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정부가 어떤 정책을 써도 결코 시장의 역동성을 쫓아 오기는 어렵다는 사실 말입니다.

▲전문가들이 제안하는 재난망 운영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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