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투자]"ESG 높아지면 주가 뛰나요?"…SRI펀드 매니저에 물었다

`삼성착한책임투자펀드` 신승훈 삼성액티브운용 매니저 인터뷰
"ESG변화가 기업 밸류에 영향 주는지 살펴야"
"ESG지수 등 인프라 미약"..벤치마크 코스피, 삼성電 비중 22%
  • 등록 2017-09-25 오전 6:03:23

    수정 2017-09-25 오전 6:03:23

신승훈 삼성액티브자산운용 그로스(Growth)본부 팀장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최근 모 대기업 임원이 ‘삼성착한책임투자펀드’를 운용하는 신승훈 삼성액티브자산운용 그로스(Growth)본부 팀장을 찾아왔다. 이 임원은 신 팀장에게 단도직입적으로 “ESG(환경·사회책임·지배구조) 점수가 높으면 주가가 올라가느냐”고 물었다. 이 회사는 최근 기업지배구조원 ESG등급 평가에서 A등급을 받았지만 전년(A+)보다 한 계단 내려왔다. 상반기 코스피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찍으며 고공행진하는 와중에도 이 회사 주가는 지배구조 논란 속에 작년말 수준에서 제자리 걸음만 했다.

신 팀장은 “기업들도 ESG평가에 대해 진짜 도움이 되는 건가 긴가민가한다”며 “ESG등급이 높으면 주가가 오르냐고 `오(O)냐, 엑스(X)냐` 물으면 `오(O)`다. 다만 이 동그라미는 클 수도 작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ESG등급 하락에도 사상최고가 간 삼성전자, 왜?

8월 중순 출시된 `삼성착한책임투자펀드`를 운용하는 신 팀장을 25일 서초구 삼성타운에서 만났다. 이 펀드는 지배구조원이 평가한 ESG등급 하위에 속한 기업을 제외하고 나머지 기업 중 현금흐름, 배당수익률 등 재무지표 평가 점수를 합산해 상위 약 50여개 기업에 투자한다. 출시한지 얼마 안 된데다 펀드 판매처가 삼성증권 한 곳뿐이라 계열사 씨딩투자액(Seeding investment)을 빼면 판매액이 26억원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 펀드 자체가 갖은 의미는 남다르다.

연기금, 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가의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이 시작되고 갑질 기업에 대한 불매운동 등 감시가 강화되고 있는 데다 주주이익 증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 기업 ESG등급이 주가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에 대한 궁금증도 커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ESG등급과 주가의 상관관계를 보여주는 실증 분석은 약하다.

일례로 최근 지배구조원은 삼성전자(005930)의 ESG등급을 1년 전 A에서 B+등급으로 낮췄다. 이재용 부회장의 뇌물 유죄 확정과 삼성전자 협력업체에서 발생한 메탄올 중독 등 논란을 반영한 것. 그러나 삼성전자 주가는 이 등급이 공개됐던 9월1일부터 최근까지 무려 14.1%나 급등했다. 심지어 268만원까지 오르면서 사상 최고치도 깼다. ESG등급 하향의 원인이 됐던 이 부회장 구속, 유죄 판결 등의 이벤트가 있었을 때에도 삼성전자 주가는 꾸준히 우상향했다. 신 팀장은 하버드대에서 지난해 11월 발간한 `기업의 지속가능성:중요성의 원칙`이란 논문을 거론했다. 신 팀장은 “이 논문은 기업 정책 변화가 기업의 지속가능성에 어떤 변화를 주는지 가려내는 것이 ESG투자의 출발점이라고 정의한다”며 “ESG요소 변화가 기업 밸류에이션이나 영업이익에 영향을 줄 만큼 커야 주가가 움직이는 것인지, 단순히 ESG등급이 어떠냐는 주가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 부회장이 구속돼도 ESG요인이 삼성전자 밸류에이션 등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단 얘기다.

실제 신 팀장도 펀드내 삼성전자 투자비중을 조정하지 않았다. 그는 “글로벌 사회책임투자(SRI) 펀드 등에서 삼성전자를 팔 것이란 루머가 있었지만 북핵 리스크로 인해 차익실현 타깃이 된 IT업종 위주로 매도가 나왔다가 다시 오르고 있다”며 “삼성전자는 밸류에이션 측면에서도 투자매력이 상당히 높다”고 설명했다. 그는 “펀드매니저는 주가 변동성을 갖고 투자자에게 기업 밸류에이션을 전달하는 사람”이라며 ESG 변화가 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지속 관찰하는 게 펀드매니저의 몫이라고 설명했다. 예컨대 경영인 교체로 소매판매이던 영업구조가 도매판매로 바뀌었다든지, 사외이사 독립성을 저해할 가능성이 높은 이사회 구조로 변했든지 등의 사건이 있을 경우 ESG요인이 재무적으로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란 얘기다.

“책임투자는 자본시장 발전과 같이 갈 것”

다만 아직까지 책임투자에 대한 기억은 그리 좋지 않다. 2006년경 대주주의 독단이 심했던 중소형 기업을 공략한 장하성 펀드 등이 이목을 끌었으나 표 대결에서도 실패하고 결국엔 수익률 부진으로 끝이 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 팀장은 “책임투자란 개념이 한국에 도입된 지 10년에 불과하기 때문에 투자 성과에 대한 결론을 내리기에는 충분치 않다”며 “스튜어드십코드가 도입되면 기업과 주기적으로 대화를 하면서 기업의 효율성을 높이고 이것이 주주가치 향상으로 이어져 장기적으론 유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책임투자펀드가 많아지면 이런 쪽에 자금이 모이고 지배구조 개선, 배당 확대 등에 기업이 동조하면서 자본시장도 함께 발전할 것이란 게 신 팀장의 생각이다. 최근의 책임투자는 과거 액티브 펀드와 패시브 펀드의 중간자적 위치에서 자금을 운용한다.

그러나 ESG지수 등 인프라가 부족해 신규 상품이 활발하게 나올 여건은 아니다. 2015년말 만들어진 KRXESG리더스지수가 있지만 코스피 지수보다 수익률이 낮다. 그로 인해 `삼성착한책임투자펀드`도 코스피를 벤치마크로 삼고 있다. 신 팀장은 “책임투자에 있어 벤치마크로 사용할 만한 지수가 마땅치 않다”며 “차선으로 코스피를 벤치마크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펀드에서 가장 많이 투자하는 종목도 삼성전자(005930)로 전체의 22% 가량을 차지해 코스피200지수내 삼성전자 편입 비중과 유사하다.

책임투자가 정착하기 위해선 연기금 역할도 중요하다. 신 팀장은 “글로벌 책임투자의 주요 투자자가 연기금이고, 한국 시장에서 국민연금의 영향력을 감안할 경우 그 역할이 막중하다”며 “투자 회사를 점검하고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등의 책임투자 활동이 궁극적으로 수익자의 장기 수익률 제고로 연결된단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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