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욜로 라이프]③ 욜로족 K씨가 말한다.."나중에 후회하기 싫어서"

  • 등록 2017-06-16 오전 8:00:46

    수정 2017-06-16 오전 8:00:46

[이데일리 스타in 김은구 기자] 미혼인 직장인 K(36·남)의 가계부는 지난달 적자를 기록했다. 월초 ‘묻지마 전남 여행’을 다녀온 데다 스마트폰 신제품을 일시불로 구매한 영향이 컸다. 얼리어답터를 자처할 정도는 아니지만 최신 기기에 대한 호기심과 욕심은 K씨에게 떨쳐내기 어려운 유혹이다. 비행기 타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도 국내 여행은 틈나는 대로 다닌다. K씨는 “취미와 레저 활동은 내게 빼어놓을 수 없는 활력소다. 당장 큰 돈이 들더라도 내 삶에 긍정적이라 생각해 지출을 했다”고 말했다.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 것 같아서요.”

K씨를 비롯한 20~30대들이 욜로 라이프 스타일을 긍정적이라고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다. 취업 포털 사람인이 최근 20~30대 남녀 83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욜로 라이프를 ‘긍정적’이라고 답변을 한 84.1% 중 가장 많은 60.7%(복수응답)가 이 같이 답했다. 그 뒤를 이은 게 ‘자기주도적인 삶을 살 수 있어서’(55.4%), ‘실용적이라는 생각에서’(30.7%)라는 답변이었다.

미래보다 ‘바로 지금’ 자신의 행복을 가장 중시하는 라이프 스타일이 ‘욜로(YOLO)’다. 미래에 있을지 없을지 모를 행복을 위해 현재의 즐거움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지금 당장 하고 싶은 것을 참고 미래를 대비하라는 교육을 받았던 현재 중장년층과는 생각의 기반이 다르다. 설문에 참여한 20~30대들은 ‘미래의 더 큰 행복보다 현재의 행복이 더 중요한가’를 묻는 질문에 53.3%가 그렇다는 답변을 내놓기도 했다.

욜로 라이프가 확산되는 가장 큰 이유로 지목된 것은 ‘경기불황’(27.1%)이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욜로족의 증가는 대가족, 핵가족 등 전통적 가족단위의 해체와 함께 새로운 산업활동의 등장, 주거형태의 변화 등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홀로 사는 사람들이 새로운 가구의 형태로 늘어나고 있다. 경기불황 여파로 취업난이 장기화되면서 젊은 층은 취업을 하든 공부를 하든 가정을 꾸리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경향이 짙어졌다, 고령층은 배우자를 잃는 등 인생의 전환점을 맞아 어쩔 수 없이 혼자 살게 된다. ‘평생 직장’의 개념도 사라진 지 오래다. 미래는 불안할 수밖에 없다.

K씨는 “우리 부모님 세대는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돈을 벌고 모았지만 지금은 그런 책임감을 떠안지 않으려는 젊은이들이 많은 것 같다”며 “직장생활을 하면서 10년간 돈을 모아도 서울에 대출 없이 아파트 한채 사기도 쉽지 않다. 10년간 직장생활을 유지하는 것도 장담할 수 없는 세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주위에 즐길 것들이 많이 늘었고 보고 들은 것들도 많다. 그런 걸 포기하는 것도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1인 가구의 증가는 고독사 증가 등 사회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욜로족의 증가를 굳이 부정적으로만 바라볼 일은 아니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K씨는 “돈을 쓰며 즐긴다고 해서 미래에 대한 대비를 아예 안하는 것은 아니다. 나뿐 아니라 비슷한 생활을 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저금과 보험 등도 하고 있다”며 “적당히 즐기는 게 내일을 위한 활력 충전이 된다는 생각이 크다. 이것 역시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말했다.

이병훈 교수는 “사회가 집단, 가족에 묶여있을 때는 개인의 프라이버시가 침해되는 부분이 있었다”며 “욜로는 자신의 삶을 책임지면서 사생활 영역을 자신이 바라는 방식으로 채워나가는 활동의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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