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카피캣이 좀먹는 콘텐츠 강국

  • 등록 2020-11-18 오전 6:00:00

    수정 2020-11-18 오후 3:59:29

[박주희 법률사무소 제이 대표변호사] 바야흐로 콘텐츠의 세상이 됐다. 비단 유튜브 같은 디지털 콘텐츠나 영화, 드라마 같은 보고 즐길 거리 외에도 먹고 마시고, 입고 자는 일상생활까지 모두 콘텐츠가 자리 잡고 있다. 예전 소비자들은 ‘싸고 좋은 것’을 선호했다면 지금은 ‘재미있고, 보기 좋은 것’을 찾는다. 그래서 ‘잘’ 팔리는 콘텐츠가 되려면 기발한 아이디어와 개성 넘치는 표현이 있어야 하고 이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상상력과 창의력은 곧 재산이 된다.

콘텐츠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되다 보니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나 창조물을 베끼는 일도 많아졌다.더구나 SNS의 발달은 이른바 ‘카피캣’의 손쉬운 먹잇감이 된다는 부작용도 만들어냈다. 통상 ‘표절이나 모방’이라 하면 미술이나 음악, 영화 등 문화예술분야의 창작물에 국한되는 문제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상품은 물론 식당의 음식 조리법부터 스타트업의 서비스까지 분야를 불문하고 전 방위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어떤 제품이 인기몰이를 한다 싶으면 금세 유사한 제품이 등장하고, 심지어 유사하다 못해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똑같은 제품을 만들어 팔기도 한다. 이른바 ‘카피캣의 전성시대’가 된 것이다.

카피캣의 양상도 다양해졌다. 개인이 기업을, 무명기업이 유명기업을 모방하는 경우는 많았지만 최근에는 그 반대의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인지도와 규모를 앞세운 유명 업체가 카피캣을 판매할 때 영세 업체가 입는 피해는 실로 막대하다. 영세 업체 입장에서는 법적 대응을 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자신들이 힘들게 이뤄 낸 성과가 탈취당하는 걸 보면서도 벙어리 냉가슴 앓듯 그저 당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유명기업들은 이러한 현실을 교묘히 악용해서 일단 판매 했다가 문제 제기를 하면 그제야 슬그머니 판매를 중단하는 ‘안되면 말고’ 식의 카피캣들도 자주 목격하게 된다.

카피캣에 대응하는 방법은 각각의 모방 행태와 대상에 따라 다르다.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을 도용한 경우에는 ‘저작권법’으로 대응할 수 있고, 등록된 상표나 디자인의 경우에는 ‘상표법’과 ‘디자인보호법’으로, 그리고 최근 자주 목격되는 형태를 모방한 제품이나 아이디어 탈취 행위에 대해서는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로 대응할 수 있다.

관련 법에 따라 보호를 받기 위해서는 해당 법이 요구하는 요건을 갖춰야 하는데 문제는 요건을 갖출 수 없는 창작 형태가 생겨나거나 법으로 보호하지 않는 영역에서 이뤄지는 모방이나 도용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가령 최근에는 상품이나 회사의 정체성과 이미지를 설계해주는 ‘브랜딩’이 새롭게 창의력이 발휘되는 분야로 떠오르고 있는데, 개별적인 물품의 형상이나 표현의 모방에는 관련 법으로 대응할 수 있지만 브랜딩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콘셉트’를 도용하는 일에는 법을 적용하는 일이 쉽지 않고, 적용한다 해도 승소를 장담하기 어렵다. 콘셉트를 구상하고 설계하는 일도 분명히 인간의 지적 창조활동이지만 현행 법으로 보호받는 데는 한계가 있는 것이다. 그 탓에 비슷한 콘셉트의 카페나 식당이 우후죽순 생겨났다가 금방 사라져버리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는 것이다.

물론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없고, 모방의 창조의 어머니라며 다양성을 존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요즘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방은 벤치마킹을 도약판 삼아 원조를 뛰어넘는 또 하나의 창조물이 아니라 그저 돈이 된다면 앞뒤 가리지 않고 베끼기 급급해 만들어진 복제품이 대부분이다. 얼마 전 뉴스를 떠들썩하게 했던 ‘덮죽덮죽’ 사태만 봐도 그렇다. 누군가는 복제품으로 손쉽게 돈을 버는 동안 또 누군가는 억울함에 눈물을 흘리고 가슴을 치고 있을 것이다. 타인의 상상력과 창의력에 손쉽게 편승할 수 있는 사회는 결국 창조 동력을 잃어버리고 만다. ‘무임승차’하는 카피캣에 관대하지 않은 사회, 이것이 우리가 진정 콘텐츠 강국으로 가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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