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훈길의뒷담화]이재명이 홍남기를 저격하는 3가지 이유

‘기재부 칼질’에 불만 컸던 지자체장 경험 때문
文정책 때리면서 文 정면충돌 회피 메시지 전략
대중 인기·여론·표 인식한 포퓰리즘일뿐 시각도
“하반기로 갈수록 격해지고 타겟 바뀔 것” 전망
  • 등록 2021-01-14 오전 6:30:00

    수정 2021-01-14 오전 6:30:00

※모든 정책에는 사연이 있습니다. 세종관가 이슈나 정책 논의 과정의 뒷이야기를 추적해 전합니다.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이 나라는 기재부 나라냐는 어떤 분 말씀이 생각납니다.”(2020년 10월8일 페북)

“경제관료로서의 자질 부족을 심각하게 의심해 보셔야 합니다.”(2020년 12월22일 페북)

“(기재부) 게으른 거 아니냐…변화된 세상에 맞춰서 공부도 좀 하고 고민도 했으면 좋겠다.”(2021년 1월12일 KBS 라디오 인터뷰)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기재부를 연일 저격하고 있습니다. ‘무소불위 기재부’, ‘기재부 나라’, ‘자린고비 기재부’, ‘게으른 기재부’ 등 표현 수위가 센 발언도 적지 않습니다. 참다못한 홍 부총리가 되받아치면서 양측은 페북에서 설전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이 지사가 “전쟁 중 수술비 아낀 것은 자랑이 아니라 수준 낮은 자린고비임을 인증하는 것”이라고 하자, 홍 부총리는 “진중한 자의 뜻은 사소한 지적에 결코 흔들리지 않는다”고 응수했습니다. 기재부 내부에서는 “이 지사가 왜 이렇게 기재부를 물고 늘어지는 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하기도 합니다.

물과 기름과 같은 이재명·홍남기

이재명 경기도지사,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세종관가, 경제·정치 전문가 등에게 물어보니, 이 지사가 홍 부총리를 저격하는 이유를 세가지로 풀이했습니다. 첫번째 이유이자 가장 큰 원인은 양측이 재정 정책에 대한 시각차가 크기 때문입니다. 어찌 보면 물과 기름과도 같습니다. 2017년 이재명 대선캠프에서 조세재정 정책총괄을 맡았던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곳간을 충분히 열지 않는 기재부의 재정건전성 논리 때문에 이견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재정건전성(fiscal soundness)은 ‘국가채무를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며 채무상환 능력이 있는 지속가능한 재정 상태’입니다. 벌어들인 수입 내에서 빚을 최소화 하면서 돈을 쓰는 안정적인 재정 상태입니다. 재정학에서는 이렇게 좋은 뜻이지만, 현실에서는 반발이 일기도 합니다. 코로나19로 가계살림이 팍팍하고 경제가 어렵기 때문에 돈을 풀라는 요구가 많기 때문입니다.

특히 지자체에서는 기재부를 ‘자린고비’로 보는 시각이 강합니다. 지방재정이 열악해 정부보조가 절실한데 기재부가 충분히 지원하지 않고 있다는 인식이 많기 때문입니다. 한 정부부처 관계자는 “예산 시즌이 되면 전국에서 기재부 예산실 앞에 줄을 선다”며 “이재명 지사는 기재부의 ‘예산 칼질’에 대한 지자체의 속앓이를 대변하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둘째로는 이재명 지사의 대선 메시지 전략으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국민의 최대 관심은 경제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층이 공고한 가운데, 코로나19 상황에서 경제정책에 대한 반감도 적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여당 대선 후보를 준비하는 이 지사는 경제 문제에 대한 메시지를 낼 때 ‘줄타기’를 잘해야 합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문 대통령의 예스맨처럼 가면 지지율이 떨어진다. 그렇다고 문재인정부의 경제 정책을 대놓고 비판하면서 문 대통령에게 반기를 들 수도 없다”며 “이 지사는 홍 부총리를 물고 늘어지는 게 아니다. 친문과 반문 양쪽을 아우르는 경제 메시지 전략을 쓰고 있고, 이 전략 때문에 여론조사에서 이낙연 대표보다 앞서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등 여론조사 전문회사 4개사가 공동으로 실시한 1월 1주차 전국지표조사(NBS·National Barometer Survey) 대선후보 적합도에 따르면 이 지사는 지지율이 직전 조사인 12월 3주차(21%)보다 3%포인트 상승한 24%로 지지율 1위를 기록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직전 조사 대비 1%포인트 상승한 16%,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3%포인트 하락한 15%였다. 이번 조사는 지난 4일부터 6일까지 사흘간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9명을 상대로 이뤄졌다.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 응답률은 32.1%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자료=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하반기로 갈수록 文 경제정책에 격한 논쟁”

이 지사의 발언을 삐딱하게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이 지사가 표심을 고려해 대중에게 인기 있는 발언만을 골라서 하고 있다는 겁니다. 재정건전성, 경제 메시지 전략을 고려한 게 아니라 포퓰리즘일뿐이라는 시각입니다. 홍 부총리처럼 선별적 지원을 하자고 하면 반발이 큽니다. 곳간 상황이 어떻든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지급하자고 하면 박수를 받습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한국납세자연합회장)는 “경제 전문가들이 효율적인 재정 지출을 주문하는데도 이 지사가 재정 풀기를 강조하는 것은 대중 여론을 고려한 포퓰리즘으로 보인다”며 “이 지사는 성남시장을 하면서 재정을 풀 때 표가 따라온다는 것을 경험했다. 이 전략을 이번 대선에도 쓰려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 지사의 진짜 속뜻을 정확히 알기는 힘들지만, 확실한 것은 앞으로 논쟁이 더 격화될 것이란 것입니다. 홍 부총리는 10일 KBS 일요진단에서 “정부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다”며 “피해계층에 대한 선별 지원이 바람직하다”고 했습니다. 이 지사와 홍 부총리와의 2라운드가 예상됩니다.

홍 교수는 “올해 하반기로 갈수록 이 지사는 홍 부총리를 넘어서 문재인정권을 겨냥할 것”이라며 “문재인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한 격한 논쟁이 벌어질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어찌됐던 필요한 논쟁이지만 정치적 공방이 너무 크면 후유증이 오래 갑니다. 서로의 판단을 존중하고 다름을 이해하고, 국민에게 이로운 경제정책을 만드는 논쟁이 되길 바랍니다.

국가채무는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2017년 660조2000억원에서 집권 마지막 해인 2022년에 1070조3000억원으로 5년새 410조1000억원 증가할 전망이다. 2020년은 4차 추경 기준, 2021년은 2021년 예산안 국회 처리 기준, 2022~2024년은 2020~2024년 국가재정운용계획 기준, 괄호안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 단위=조원, %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재정건전성(fiscal soundness)
= 단기적으로는 수입 범위 내에서 지출해 추가적인 국채발행이 없이 안정적으로 재정을 운영하는 것을 의미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국가채무를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며 채무상환 능력이 있는 지속가능한 재정 상태를 뜻한다. 여기서 지속가능한 재정이란 정부의 채무수준이 현재 또는 미래에 상환이 불가능한 이자비용을 수반하지 않는 상태를 뜻한다.(참조 한국재정정보원 ‘재정건전성이란 무엇일까요?’)

국가재정법 86조(재정건전화를 위한 노력)에 따르면 정부는 건전재정을 유지하고 국가채권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며 국가채무를 적정수준으로 유지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다만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가 적정수준인지 등 건전성을 판단하는 명확한 수치가 우리나라 법령에 규정돼 있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지속가능한 재정을 구축하기 위해 재정준칙을 마련하기로 했다. 기획재정부가 2020년 10월 공개한 재정준칙에 따르면 국가채무 비율을 GDP 대비 60% 이하로 유지하고 통합재정수지(총수입-총지출)를 GDP 대비 -3% 이하로 유지하는 것이다. 기재부는 관련 내용을 담은 국가재정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올해 8월 발표하는 ‘2021~2025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도 이를 반영하기로 했다.

그러나 앞으로 얼마나 재정적자가 개선될지는 미지수다. 정치권에서는 2022년 대선을 앞두고 일단 재정을 대대적으로 풀자는 입장이어서, 재정준칙을 담은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을지는 불투명하다. 게다가 입법을 추진 중인 재정준칙은 차기정부 때인 2025년에야 시행되고, 재난 상황에는 적용하지 않는 등 예외조항도 뒀다. 입법도 어렵지만, 입법이 되더라도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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