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인지 코리아]청와대, 이젠 門을 열어라

  • 등록 2017-02-22 오전 6:00:00

    수정 2017-02-22 오전 6:00:00

무소불위 권력의 본산인 청와대. 이제는 권력을 분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
[이데일리 이준기 기자] “‘대통령을 직접 보면 어떤 느낌이냐’라는 지인들 질문을 접할 때면 얼굴이 화끈거리곤 했다. 그래도 1급 고위공무원인데, 말 한마디 섞지 못하고 먼발치에서 본 걸 ‘실제 봤다’고 말하기 부끄러웠다. ‘그냥 뭐 그래’라며 급히 화제를 돌리곤 했다.” 박근혜 정부에서 청와대 비서관을 지낸 한 정부 인사는 이처럼 “청와대는 대통령이 부르지 않으면 마주치기조차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시크릿 가든. 7년 전 대히트친 드라마 이름을 다시 대중의 머릿속에 각인시킨 건 다름 아닌 박 대통령이다. 이제 국민 대부분은 시크릿 가든 하면 현빈·하지원이 아닌 청와대를, 길라임(주인공 하지원의 드라마 속 이름) 하면 박 대통령을 가장 먼저 떠올릴 것이다. 어쩌다 국가 최고권력자이자 권위를 지켜야 할 일국의 대통령이 이 지경이 됐나. ‘최순실’ 이름 석 자가 언론 지면에 오른 지 지난 20일로 만 5개월이 됐다. 검찰과 박영수 특별검사팀 수사가 이어졌지만, 박 대통령을 둘러싼 의혹 일부는 여전히 실체가 규명되지 않고 있다. 청와대가 문을 꽁꽁 걸어 잠갔으니 아무리 ‘날고뛰는’ 검사들이라도 알 길이 없는 노릇이다. 훗날 ‘시크릿 가든’의 후속작 ‘시크릿 청와대’가 나올 판이다.

이제 청와대가 바뀔 때다. 조기 대선이 가시화하면서 유력 대선주자들은 부처 장관에게 인사권을 주는 것부터 비서실 폐쇄라는 극단적 조치까지 ‘공약’으로 내민다. 국무위원인 장관 중심의 국정 운영을 펴겠다는 뜻으로 이해된다. 이 중 하나만은 반드시 실천해야 한다. 대통령이 권위적·폐쇄적 공간인 본관을 나와 참모들과 한 건물에서 부대끼며 일하는 구조로 바꾸는 일이다. 조선 시대 도승지는 지금으로 치면 대통령 비서실장임에도, 직급은 실·국장급인 정3품에 불과했다고 한다. 자칫 불거질 도승지의 국정 농단을 사전 차단코자 한 조치라고 한다. 옛 왕조시대에서조차 ‘문고리’ 권력의 생성은 이처럼 견제받아 왔다.

대통령과 장관 사이 ‘만리장성’인 비서실의 힘은 빼고 장관이 국정의 중심에 서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배경이다. 대통령이 비서실을 통해 부처를 원격 조종하는 상황이 이어진다면 ‘제2의 최순실’이 또 나타나지 말라는 법은 없다. 권위적 군사정권의 산물이자 본연의 업무를 잊은 경호실은 폐지하고 해당 업무는 경찰에 넘겨야 한다.

대통령의 업무는 시시각각 ‘투명’ 하게 국민에게 공개돼야 한다. 개헌이 가장 바람직하겠지만, 힘들다면 현행 헌법 테두리 안에서라도 최대한 대통령의 권한을 줄이는 노력을 해야 한다. 이 중 “최순실 사태는 인사 실패에서 비롯됐다”는 한 전직 장관급 관료의 한탄처럼 ‘7000개에 달하는 대통령 임명직’부터 손봐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차기정권을 짊어질 대선주자들의 청와대 개혁 의지도 여러 각도로 검증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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