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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배우 ○○○의 인터뷰는 어려워요. 아시잖아요. 소속사 옮기고 배우 관리 차원이라네요.”
강홍석은 씨제스엔터테인먼트, 박정복은 SM C&C, 김무열은 프레인TPC, 손준호는 싸이더스HQ, 윤형렬은 키이스트…. 뮤지컬배우들이 연예기획사에 둥지를 트는 일이 잦아졌다. 최근 3~4년의 일이다. 자타공인 될성부른 ‘대세’ 뮤지컬배우는 대형 연예기획사에서 탐내는 귀한 존재가 됐다. 그간 공연제작사가 매니지먼트사업을 겸해 배우를 관리해 왔다면 이젠 대형연예기획사까지 가세해 공연사업에 베팅하는 추세다. 공연계는 서로 시너지를 낸다면 나쁠 게 없다는 분위기다. 배우는 작품에만 전념해 역량을 발휘할 수 있고 소속사는 배우의 성장가능성을 보고 투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소속사와 계약한 한 배우는 “학연·지연 등 인맥으로 얽히고설킨 공연시장에서 몸값을 제대로 평가받는다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장동건·신동엽·배용준·김수현처럼 소위 A급 연예인이 소속돼 있는 만큼 체계적으로 관리받을 수 있다는 믿음에 소속사 행을 택한다”고 말했다.
부작용도 있다. 스타배우만 한 ‘미끼’가 없기 때문에 지나치게 배우 몸값에 많은 제작비를 들여 작품의 완성도를 떨어뜨릴 수 있어서다. 공연계의 복수 관계자는 “배우를 하나의 자산으로 생각해 체계적으로 육성하려는 노력은 바람직하지만 배우의 티켓파워에 지나치게 의존하거나 이윤창출의 목적으로만 봐선 곤란하다”고 귀띔했다. 이어 “치솟는 출연료 역시 제작사의 부담이다. 뮤지컬시장이 커짐에도 불구하고 적자를 면치 못하는 공연생태계의 정체 원인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연예기획사 공연계 잇단 ‘러브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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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제스엔터테인먼트는 씨제스컬쳐라는 공연제작사를 자회사로 두고 JYJ 김준수를 앞세워 뮤지컬제작에 나서고 있다. 아이돌가수에서 뮤지컬배우 6년 차에 접어든 김준수는 조승우와 함께 뮤지컬계 양대산맥으로 성장해 지난해에는 뮤지컬 ‘데스노트’의 흥행을 견인했다.
뮤지컬 제작에도 뛰어드는 연예기획사의 행보도 눈에 띈다. 서태지컴퍼니 출신인 김민석 대표는 공연제작사 스포트라이트를 설립해 뮤지컬 ‘페스트’를, 영화 ‘건축학개론’의 제작사인 명필름은 자사가 제작한 동명영화가 바탕인 뮤지컬 ‘와이키키 브라더스’의 제작을 추진하기도 했다. 연예기획·영화사가 공연제작에 앞다퉈 나서는 것은 국내 공연시장 규모가 4000억원대로 과도기인 만큼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한 공연계 관계자는 “제작사가 소속 스타배우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캐스팅 면에서 강점일 뿐 아니라 출혈경쟁으로 치솟는 출연료를 감안할 때 자사 배우를 특별 관리하면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일종의 보험과도 같다”고 말했다.
방송스타 줄줄이 무대로…공연배우도 브라운관 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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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한편으로 연극·뮤지컬배우는 대중스타로 발돋움하고 있다. 드라마 ‘뷰티풀 마인드’에는 전성우·정문성·김도현 등 공연계 스타 셋이 한꺼번에 등장했고, ‘원티드’에는 박해준, ‘태양의 후예’에서는 박훈이 출연해 주목 받았다. 일일연속극 ‘워킹맘 육아대디’에는 뮤지컬 톱스타 한지상이 출연 중이다. 공연계는 이런 현상이 가속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뮤지컬배우들이 연예기획사로부터 러브콜을 받으면서 몸값도 덩달아 뛰고 있다. 공연계는 “주연급 배우의 기근 현상으로 공연마다 섭외에 애를 먹는다”며 “연예기획사에 좋은 배우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TV스타 못지않은 특급대우를 한다. 계약 만료가 다가오면 눈치게임을 시작한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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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출연료의 격차다. 회당 4만~10만원 안팎의 출연료를 받는 앙상블배우의 개런티는 10년 전과 다를 게 없다. 기획사 측은 “공연시장이 커지면서 뮤지컬 제작비가 최대 150억원까지 이르는데 톱배우는 부담감은 물론 작품 성패의 책임까지 짊어진다. 몸값이 비싸다고만 볼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연예기획사와 계약한 일부 배우의 콧대도 높아져 대뜸 수백만원의 개런티를 요구하는 일이 잦아졌다. 공연계의 빈익빈부익부 현상이 예전보다 더 심각하다”며 “과도기의 뮤지컬시장에서 제작사와 기획사가 얼마나 균형감을 갖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