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으로 보는 증시]눈물의 PS4 할인… 소니 주가도 '뚝뚝'

플레이 스테이션4(사진=플레이 스테이션4 공식홈페이지)

[이데일리 김무연 기자] 설 연휴를 앞둔 지난 1월 23일. 게임을 즐기는 소위 ‘게임덕후(게임 오타쿠를 이르는 말)’는 갑작스레 날아든 희소식에 환호성을 질렀다. 소니인터랙티브엔터테인먼트코리아(SIEK)가 콘솔 게임기 플레이 스테이션4(이하 PS4) 할인 판매에 나섰기 때문. 정상 판매가 대비 최대 15만원 인하된 가격은 그간 가족(이라고 쓰고 아내라 읽는다) 눈치를 봤던 게임덕후들의 가슴에 불을 지폈다.

게임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는 그야말로 광란의 도가니였다. “내 돈을 가져가라”를 외치며 매장으로 뛰어가 구매 인증을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조기품절에 대비해 정가에 구입한 뒤 세일 기간 때 환불하는 전략을 구사한 이도 있었다. 할인 때 구입했다 가족의 압박에 더 낮은 가격에 매물로 내놓는 ‘피눈물 에디션’을 노리라고 조언하는 현자(賢者)도 등장했다.

PS4 가격 할인에 한국 게임 유저들이 열광한 까닭은 올해 상당수의 기대작이 PS4를 통해 발매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지난 1월 11일 ‘킹덤하츠’ 한국어판이 발매됐고 ‘메트로 액소더스’,‘바이오하자드 RE:2’, ‘용과 같이4’, ‘파 크라이:뉴 던’, ‘더 디비전 2’, ‘데빌 메이 크라이 5’ 등이 출시를 앞두고 있다. 그동안 PS4 게임을 즐기고 싶었어도 40만~50만원에 달하는 가격 때문에 분루를 삼켜야 했던 게임팬들로서는 기대작들의 대거 출시를 앞둔 시점에서 기기 가격 하락이라는 호재를 놓치기 어려웠던 셈이다.

그러나 떨어진 PS4 가격은 결국 소니의 ‘눈물값’이었다. 지난해 3분기(3월기 회계연도 기준, 10~12월) PS4 판매량은 810만대로 전년 동기대비 100만대 가까이 줄었다. PS4 할인 행사는 발매된 지 햇수로 6년 차에 접어든 PS4의 판매대수를 늘리기 위한 고육지책인 셈이다. 여러 차례의 할인 행사로 게임부문 매출액은 7910억엔으로 전년동기대비 10% 성장했지만 영업이익은 외려 14% 줄어든 730억엔을 기록했다.

PS4의 뒷심이 빠지면서 소니의 주가도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3분기 실적이 발표된 지난 1일 5499엔 수준이던 소니의 주가는 7일 4713엔까지 떨어졌다. 게임 부문은 회사 매출 중 가장 많은 28%를 차지하고 있는데, 게임 부문의 캐시카우 역할을 하는 PS4 이익률 저하가 지속되며 올해도 뚜렷한 실적 반등세를 보이지 못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오는 2020년 출시를 앞두고 있는 PS5에 대한 투자 등 부담도 주가에 악영향을 미쳤단 분석이다.

노경탁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실적보다는 올해 회사 성장률이 둔화할 것이란 전망이 주가에 악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진단했다. 노 연구원은 “소니의 3분기 실적 전망치와 2018년 연간 매출액 및 영업이익 가이던스는 나쁘지 않은 편”이라면서 “PS4 수익률 저하 외에도 스마트폰 부문의 적자 기조가 계속될 전망이라 올해를 소니의 성장 가능성에 주주들이 의문을 품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소니는 지난 8일 1000억엔을 상한으로 하는 자사주 매수 방침을 발표했다. 자사주를 인수하게 되면 거래량이 줄어들고 투자가들로 하여금 주가가 반등할 것이란 기대감을 갖게 만든다. 이에 따라 기업들이 주가 하락 시 주가 부양을 위해 자사주 매수를 이용하곤 한다. 실제로 자사주 매수 발표가 있던 8일 소니는 전거래일 대비 4.1% 오른 4906엔에 거래를 마쳤다. 다만 신작 타이틀 발매에 따른 PS4 판매 실적 개선과 스마트폰 사업부문 구조조정이 향후 주가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소니 2018 년 3 분기 결산 설명회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