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은 뒤늦게 진상조사단을 꾸린데 이어 논란의 시발점이 된 내사종결과 관련된 규칙을 대대적으로 손질하는 등 제도개편에도 나서기로 했지만 부실수사라는 비판에선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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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찰청은 24일 “서울 서초경찰서 담당 수사관 A 경사가 작년 11월 11일 블랙박스 영상을 확인했다는 보도 내용이 일부 사실로 확인돼 대기발령 조치했다”고 밝혔다.
앞서 이 차관에게 폭행을 당했다며 경찰에 신고한 택시기사 B씨는 전날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휴대전화로 찍은 블랙박스 영상을 경찰에게 보여줬지만 영상을 못 본 것으로 하겠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는데, 이 정황이 사실로 확인된 것이다.
하지만 이 차관의 폭력행위가 택시 ‘운행 중’에 발생했는데도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을 적용하지 않고 단순 폭행죄를 적용한 점, 여기에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기지 않고 경찰 선에서 내사종결한 점 등이 과연 적절했는지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당시 경찰은 특가법 적용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즉 내사종결 여부를 좌우할 결정적 단서인 블랙박스 영상이 녹화 돼 있지 않아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한 시민단체의 고발로 검찰이 직접 수사에 착수했고, 디지털포렌식 수사를 통해 블랙박스 영상을 확보하면서 사건의 전말이 드러나게 됐다. 여기에 택시기사의 ‘경찰이 블랙박스를 못 본 척했다’는 폭로가 이어지면서 경찰이 이번 사건을 무마 은폐하려던 정황이 사실로 확인되고 있다.
이에 대해 이용구 차관은 변호인을 통해 낸 입장문에서 “비록 공직에 임명되기 전의 사건이기는 하지만 국민께 심려를 끼친 점 송구스럽고 경찰의 1차 조사와 검찰 재조사를 받는 등 고통을 겪고 계시는 택시 기사분께도 다시 한번 죄송하다”며 “(블랙박스 영상이)사건의 실체를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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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수사, 여기에 은폐 의혹이 확산되면서 경찰은 대응 조치에 나섰다. 해당 경찰관을 대기발령 조치한데 이어 서울경찰청이 국가수사본부장 지시에 따라 수사부장을 단장으로 진상조사단을 편성했다. 이 조사단은 청문 및 수사 관련 부서에서 차출된 13명으로 구성됐다. 조사단은 담당자가 해당 영상 존재 여부를 알게 된 시점과 서초서 팀장·과장·서장 등 상급자에게 보고했는지 등 관련 의혹을 조사할 예정이다. 서울경찰청은 “조사 결과에 따라 위법행위가 발견되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정 수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수사관 자의적인 판단으로 내사 종결을 할 수 없도록 시스템을 객관화하고 기준도 다듬어야 한다. 다른 부서나 제3자가 들여다보고 이를 판단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이에 들어가는 비용과 시간을 감수하더라도 경찰의 재량권 일탈과 남용을 막아야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