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노블리스오블리주]"물고기 주지말고 '잡는 법' 알려준다"

기업 CSR, 일회성 성금→자립력 키우는 방식으로
호텔신라, 영세식당 재기 돕는 '맛있는 제주 만들기'
中企 상품 개발·판로 확대 지원하는 대형 유통업체
  • 등록 2015-10-07 오전 8:28:25

    수정 2015-10-07 오전 8:28:57

[이데일리 임현영 기자] 강순옥(여·57)씨는 제주도에서 59㎡(18평) 규모의 작은 오리구이집을 운영해왔다. 국수와 오리가 주 메뉴지만 하루 평균 고객은 10명에 매출은 15만원도 되지 않았다. 생계를 겨우 유지해나가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호텔신라의 사회공헌사업인 ‘맛있는 제주만들기’ 선정 이후 상황이 바뀌었다. 호텔신라 측이 소속 요리사를 통해 ‘오리진흙구이’ 등 차별화된 메뉴를 개발해 조리법을 전수했다. 낙후된 주방시설도 개선해줬다. 매출은 자연스레 2~3배 이상 뛰었다.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이 진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사회적 약자에게 지원금을 전달하는 수준에 그쳤다면 최근 이들이 자생력을 가질 수 있도록 사업 컨설팅 등에 나서는 등 새롭고 다양한 방식이 동원되고 있다. 물고기를 잡아 주는 것이 아니라 ‘물고기 잡는 법’을 알려주는 방법으로 진화다. 이 때문에 각 기업이 보유한 강점을 활용한 사회공헌활동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호텔신라가 지난 2013년부터 시작한 ‘맛있는 제주 만들기’가 대표적 사례다. 이 프로그램은 제주도 내 영세 식당의 재기를 돕는 사회공헌활동이다. 프로그램에 선정될 경우 호텔신라는 소속 요리사, 상권 전문가 등으로 구성한 TF팀을 통해 가게를 새단장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호텔이 보유한 메뉴, 경영 노하우를 전달해 영세 상인의 자립을 돕는 것이 골자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현재까지 오픈한 10개 점포 모두 꾸준한 매출 상승을 이어가고 있다”면서 “영세 상인들에게 일회성 도움이 아닌 시장 자생력을 키워주자는 의도로 프로그램을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이마트의 ‘국산의 힘 프로젝트’ 1호 발굴 상품인 성주산 유기농 참외(사진=이마트 제공)
유통업체들도 탄탄한 유통력을 활용한 사회공헌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마트는 올 초부터 국내 농가의 상품개발과 판로를 지원하는 ‘국산의 힘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프로젝트 파트너로 선정되면 이마트 입점계약과 함께 특별 기획전, 온라인 홍보 등 다양한 판로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소비자 반응도 좋다. 프로젝트 운영상품으로 선정된 8개 상품이 골고루 잘 팔렸다. 해남 간척지에서 키운 세발나물은 전년 대비 15배 이상 매출이 올랐다. 오골계는 국산의 힘 프로젝트 시작 닷새 만에 한달 치 물량이 팔렸다. 가리비 매출은 280% 이상 뛰었다.

롯데마트는 지난 2013년부터 중소기업 두부업체 협동조합인 ‘어깨동무’를 지원하고 있다. 설립 당시부터 ‘어깨동무’ 브랜드를 제안하고 컨설팅을 제공하는 등 기반 마련에 힘썼다. 일회성 지원에 그치지 않고 현재까지 각종 마케팅과 홍보활동을 도와주는 등 지속적인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지원을 통해 중소 두부업체들은 상품 개발뿐만 아니라 롯데마트, 하나로마트 등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을 누리고 있다. 이에 각 회원사의 월별 매출은 설립 전 혹은 가입 전보다 평균 20% 가량 늘었다. 최근에는 어깨동무와 손잡고 ‘의리두부’를 선보이기도 했다.

2012년 9월 행복한베이커리 개점식에 참석한 김성수 푸르메재단 이사장(가운데 왼쪽)과 조상호 SPC그룹 총괄사장(가운데 오른쪽)이 매장에서 만든 빵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SPC그룹 제공)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에게 기술을 전수해 자립을 돕는 방식의 사회공헌사업도 늘어났다. SPC 그룹은 지난 2012년 서울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근처에 푸르메재단과 함께 장애인 직원이 운영하는 베이커리 ‘행복한 베이커리·카페’를 열었다.

이곳에서 푸르메재단은 장소 제공과 운영을 담당하고 SPC는 인테리어, 설비·자금 지원, 제빵교육 기술 등을 전수해 장애인들이 직업을 통해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다. 현재 채용된 직원 4명은 제빵 및 바리스타 교육을 받은 뒤 커피와 음료를 만들고 판매하는 일을 담당하고 있다.

SPC관계자는 “향후 공공기관, 복지시설을 중심으로 매장을 확대해 행복한 베이커리를 장애인 자립의 성공적인 모델로 만들어 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사 제품생산을 장애인 고용사업장에 맡긴 사례도 있다. 애경은 지난 2013년부터 자사 주방세제 ‘트리오 브라보’를 장애인 고용사업장 ‘형원’에서 생산 중이다. 단순히 일감을 주는 것을 넘어 장애인의 고정적인 일자리 창출이 목적이라는 게 애경 측 설명이다. 지속적인 협업관계를 위해 애경은 형원의 생산·품질 관리 시스템 개선 등도 지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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