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이후 처음으로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났다. 한때 서로에 대한 불편한 발언으로 껄끄러운 관계로 비쳐지기도 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그와 만난 뒤 “일생의 영광”이라고 소감을 밝혔고 세계 평화를 위해 적극적인 노력에 나설 것임을 다짐했다.
2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CNBC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8시30분 바티칸시티를 찾아 프란치스코 교황을 면담했다. 다소 긴장하고 딱딱한 표정을 지어보이던 트럼프 대통령은 교황과 처음 만나 악수를 나누고 기념촬영을 하는 내내 밝은 미소를 지었다. 이후 서로 선물을 교환한 뒤 30분간 통역사만 대동한 채 면담을 가졌다. 면담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고맙다, 고맙다”를 반복한 뒤 “당신이 해준 얘기를 잊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실제 이날 프란치스코 교황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평화의 상징인 올리브나무 가지가 그려진 메달을 선물로 전달하면서 “당신(트럼프)이 평화를 건설하는 올리브나무가 되는 게 내 소망”이라고 덕담을 건넸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평화를 활용할 수 있다”고 화답했고 교황과의 만남 이후에도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난 것은 일생의 영광이었다”면서 “세계 평화를 추구하겠다고 그 어느 때보다도 다짐하며 바티칸을 떠난다”고 말했다.
사실 트럼프 대통령과 프란치스코 교황의 관계는 첫 출발부터 삐걱댔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프란치스코 교황은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기 전에 섣불리 판단하지 않겠다”면서 “우선 그의 말을 들어봐야 한다”라며 판단을 유보했다. 그러나 대선 당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멕시코 국경 장벽 공약을 두고서는 “다리가 아닌 장벽을 세울 생각만 하는 사람은 기독교인이 아니다”라고 비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트럼프는 “어느 누구도 다른 사람의 신념에 대해 의문을 제기할 권리는 없다. 그건 종교 지도자로서 부끄러운 일”이라며 오히려 맞받아쳤다. 이후 프란치스코 교황은 시리아를 공격한 미군의 재래식 무기 ‘GBU-43’의 별칭인 ‘모든 폭탄의 어머니(Mother of All Bomb)’에 대해서도 “처음 그 이름을 들었을 때 부끄러웠다”라며 “어머니는 생명을 주고 이 폭탄은 죽음을 준다”며 우회적으로 트럼프의 시리아 공습을 비난한 바 있다. 최근 트럼프의 반(反)이민정책이나 기후변화 정책 후퇴를 두고서도 교황은 매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