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성의 금융CAST]네이버는 은행을 인수할까?

은산분리 원칙에 따라 직접적인 은행 소유주가 되긴 힘들어
지방은행과의 접점 마련은 쉬운 편, 대출 협력 가능성 있어
  • 등록 2021-01-23 오전 11:00:00

    수정 2021-01-23 오후 10:56:49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빅테크(Big Tech)’라는 말이 자연스러워진 네이버. 네이버가 지방은행 하나를 인수한다는 보도까지 나왔는데, 어떤 맥락에서 나왔을까요? 과연 네이버는 은행을 인수할까요?

출처 : 이미지투데이
이 같은 보도에 네이버와 제주은행 모회사인 신한금융지주는 ‘사실무근’이라고 손사래를 쳤습니다. 강한 부정이지만 금융권에서는 ‘어느 정도 염두에 뒀을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단지 지금 상황에서 네이버가 지방은행을 ‘인수’하는 게 맞지 않을 뿐이라는 얘기지요.

이유는 여럿 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산업자본의 금융자본 소유를 막는 ‘은산분리’에 있습니다. 삼성과 같은 대기업이 함부로 은행을 인수해서, 자기들 마음대로 은행 돈을 가져다 쓰는 것을 막기 위해 마련된 제도입니다. 지분 인수를 통해 주요 주주로 올라서는 것은 괜찮지만, 최대주주로 올라가는 길은 사실상 막아뒀습니다.

이런 이유에서 네이버와 신한금융지주는 ‘사실무근’이라고 항변할 수 있습니다. 제주은행을 인수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법을 어기는 것이지요.

전체 인수는 힘들다고 해도 일부 지분 매입을 통해 네이버가 은행의 대주주 요건을 갖출 수 있습니다. 카카오뱅크의 카카오나 케이뱅크의 비씨카드의 사례처럼요.

다만 이것도 한계가 있습니다. 네이버가 금융사 대주주 요건을 갖추는 게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금융사 대주주가 되기 위해서는 공정거래위원회 등으로부터 징계를 받은 사안이 없어야 합니다. 부도덕한 기업이 은행에 큰 입김을 끼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입니다.

네이버는 이미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징계 결정을 받은 바 있습니다. 네이버는 억울한 징계라고 항변하겠지만, 이렇게 ‘빨간줄’이 있는 상황에서 은행 대주주로 나서기 힘들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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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쉽지 않은 것은 여론의 벽과 기존 금융권의 반대입니다. 설령 네이버 혹은 네이버의 자회사가 특정 금융사의 대주주가 된다고 해도 그 과정은 순탄치 않을 수 밖에 없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네이버이니까요.

카카오 계열 카카오뱅크에 호되게 당한 은행들 입장에서는 뭔지 모를 네이버 계열 금융사들의 등장은 반갑지 않습니다. 여론은 네이버가 플랫폼 영향력을 갖고 독점화된 사업 영역을 구축할까 주시하고 있습니다.

이런 은행들의 불만은 어느 정도 합리성을 갖습니다. 은행업이 규제산업이기 때문인데요, 당국은 규제라는 벽을 쳐서 은행들을 외부 경쟁으로부터 보호해줍니다. 대신 ‘이래라 저래라’ 은행들에 잔소리를 하는 것이지요.

작금의 상황은 은행 입장에서는 모범생처럼 살아왔는데, 네이버와 카카오의 외침을 받게 된 셈입니다. 규제라는 만리장성을 넘고 들어온 유목민과 마주한 농경민족의 심정이라고 할까요.

실제 네이버는 이미 수년 전에 국내 인터넷전문은행업 라이센스 취득을 포기한 바 있습니다. 은행업에 대한 규제가 강하고 (정확히는 그 규제를 통과할 자신이 없고), 부정적인 여론을 자극할 필요가 없고, 구글 등 해외 업체들과의 힘겨운 경쟁을 해야하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네이버 입장에서는 은행업 진출 과정 자체가 너무나 험난했고 소모적으로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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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해서 네이버가 은행업을 포기한 게 아닙니다. ‘훗날’로 미뤄뒀다는 게 맞을 것입니다. 이는 네이버의 해외 계열사 ‘라인’의 활동을 통해 읽을 수 있습니다.

라인은 인터넷전문은행 사업 진출을 해외에서 타진 중입니다. 라인 사용자들이 두텁고 융성한 나라에서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에 진출하려는 것이지요. 인도네시아에서는 하나은행과 협력해 어느정도 결과물을 내놓았지만, 코로나19 변수로 진행이 더딜 뿐입니다.

같은 맥락에서 네이버는 부지런히 우회로를 찾고 있을 것입니다. 최소한 은행들과의 밀월관계를 가져간다고 하는 게 맞을 수도 있습니다. 지방은행 입장에서도 네이버는 협력해볼 만한 존재입니다.

왜일까요. 현 시점에서 봤을 때 네이버에게는 자기 입맛에 맞는 1금융권 대출상품이 필요합니다. 지방은행들은 30~40대 젊은 수도권 이용객 확보가 중요합니다. 이들의 이해관계는 충분히 맞아 떨어집니다.

지난해 11월 네이버는 스마트스토어 입점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대출 상품을 출시했습니다. 3개월 이상 월 100만원 이상 매출이 있는 소상공인이 사업적 열정을 보인다면 대출을 받을 수 있습니다.

주관적일 수 밖에 없는 ‘사업적 열정’을 네이버는 ‘좋아요’나 ‘댓글’ 등의 데이터를 통해 분석하고 읽습니다. 그리고 금리를 산출합니다. 담보나 소득 수준 외에 금리를 평가할 수 없는 은행과 비교하면 무시무시한 대출 경쟁력입니다.

지금은 네이버가 2금융권에 속한 미래에셋캐피탈과 소상공인 대출 서비스를 하고 있습니다. 만약에 네이버가 1금융권 대출을 조달해 소상공인들에게 제공한다면 더 싼 금리로 대출 서비스를 할 수 있습니다.

금리가 싸진다면 대출자가 받게 되는 상환 압력과 신용점수 하락 부담이 덜해질 수 있습니다. 네이버가 자기 플랫폼 이용자들에 주는 또다른 혜택이 되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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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금융당국은 온라인 사업자들에게 복수의 금융사 대출 상품을 취급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줬습니다. 네이버 입장에서는 못할게 없게 된 것이지요.

지방은행 입장에서는 네이버와의 협력이 필요합니다. 이들의 숙원을 풀기 위해서입니다. 성공적인 수도권 진출입니다. 네이버 등 포털과 협력하게 되면 네이버는 수도권 대출 희망자들에게 대출 상품을 팔 수 있습니다. 지방은행들 입장에서 마다할 이유가 없습니다.

결론으로 와보겠습니다.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요? 쇼핑에서 입지를 다진 네이버가 금융사 라이센스 획득을 위한 정면 돌파를 감행할까요? 아마도 새로운 우회로를 찾지 않을까 싶습니다. 여러 이해 관계자를 자극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 말입니다.

이런 네이버를 은행들은 어떻게 볼까요. 겉으로는 비난할지 몰라도 속으로는 협력 접점을 찾기 위해 분주할 수도 있습니다. 2000년대초 네이버와 신문사들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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