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중국 보복에 끌려다니는 유일호 경제팀

  • 등록 2017-03-21 오전 6:00:00

    수정 2017-03-21 오전 6:00:00

정부가 중국의 사드보복 조치에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한다는 비난 여론이 거세다.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물증이 없다는 이유로 항의할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으며, 관련부처 장관은 뒤늦게 세계무역기구(WTO)에 협정위배 가능성을 제기한 것으로 할 일을 다했다는 투다. 롯데그룹 등 우리 기업들의 피해는 갈수록 커지는데도 정부는 부처 간에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며 중국에 끌려다니는 꼴이다.

유 부총리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중국의 보복에 대해 “심증은 있지만 물증이 없으므로 유감 표명도 어렵다”고 밝혔다. 대책이 없다는 사실을 실토한 셈이다. 게다가 “잘못하면 우리 발목을 스스로 잡는 것이 될 수 있다”는 식으로 지레 꼬리를 내렸다. ‘한한령’에 관광 중단 등 보복 조치가 엄연히 진행되는 상황에서 경제 정책을 책임진 수장이 할 말인지 의심스럽다. 물증을 찾으려는 노력은 했는지 묻고자 한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8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4차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와는 달리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어제 국회 상임위에서 “지난 17일 WTO에 관광·유통 분야 중국 조치에 대해 WTO협정 위배 가능성을 정식 제기했다”고 밝혔다. 유 부총리 얘기와 달리 한 발 진전된 조치다. 하지만 ‘제소’가 아닌 ‘위배 가능성’ 제기로, WTO의 조사가 언제 이뤄질지 장담하기 어렵다. 피해 기업들의 아우성은 커져만 가는데 대응은 너무 느슨하다.

보복조치가 공식 문서가 아닌 구두나 문자메시지 등으로 이뤄져 WTO 제소를 위한 ‘구체적인 증거’를 확보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항의할 생각조차 않는 부총리나 뒤늦게 위배 가능성을 제기한 수준에서 생색을 내려는 장관이나 모두 책임 있는 태도는 아니다. 부처 간 엇박자를 내는 상황에서 제대로 된 대응책이 나올지도 의문이다.

중국의 사드 보복은 문화·관광, 유통·서비스 분야는 물론 무역 분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교묘하고 치졸한 수법으로 미뤄 앞으로 우리 주력산업인 자동차나 전자 부문에 타격을 줄 조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000년 마늘파동 때의 수입제한 조치가 전례다. 더 큰 화를 당하기 전에 WTO에 정식 제소하는 등 ‘경제 전쟁’도 불사한다는 각오로 당당하고 적극적으로 맞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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