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명예회장은 경영에서 물러난 뒤 충남 천안에 있는 연암대학 인근 농장에서 버섯을 재배하는 일을 취미처럼 즐겼다. ‘국내에 버섯공장은 여럿 있어도 종균(種菌)하는 곳은 없다’는 얘기를 듣고서다.
취미는 사업으로 이어졌다. 그는 2002년 희성식품이라는 이름으로 버섯 등 먹을거리를 생산하는 회사를 설립했다. 2004년에는 수향식품으로 이름을 바꾸고, 버섯 외에도 콩된장, 면류, 만두 등을 생산했다.
취미로 시작한 사업은 2009년 창사 이래 처음으로 흑자를 달성해 화제가 됐고, 이듬해에는 매출 100억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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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으로 취임할 당시 그룹은 럭키와 금성사, 호남정유 등 8개사에 연간 매출이 270억원이었다. 취임 이후 한국경제의 고도성장기 때 범한해상화재보험과 국제증권, 부산투자금융, 한국중공업 군포공장, 한국광업제련 등을 인수했고, 럭키석유화학(1978년), 금성반도체(1979년), 금성일렉트론(1989년) 등을 설립했다. 고인이 경영에서 물러날 당시 LG는 30여개 계열사에 매출액 38조원의 재계 3위 그룹으로 성장했다.
지난 1974년 농업 근대화의 기수가 될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천안연암대학을 세웠다. 공업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10년 뒤인 1984년에는 연암공과대학을 설립했다. 지난 1987년 여의도 LG 트윈타워 내에 설립한 국내 민간기업 과학관 1호인 LG사이언스홀도 그의 뜻에 따라 건립됐다. 1998년에는 부산의 옛 LG화학 공장부지에 두 번째 LG 사이언스홀을 설립했다. 아울러 1996년 자신이 살던 서울 종로구 원서동 사저를 기증해 국내 최초의 디지털도서관인 LG상남도서관을 개관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