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와글와글 野編]북이 날린 새정치민주연합 부대변인

  • 등록 2015-08-29 오전 7:00:04

    수정 2015-08-29 오전 7:00:04

[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대한민국 국가 수반이신 박근혜 대통령께서 정말 큰 일을 하셨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김정은 위원장께서도 어려운 결정을 하셨다. 두 분 다 존경한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님을 더 존경한다. 정말 힘든 결정을. 하셨다.” <허영일 새정치민주연합 상근부대변인 개인소셜미디어>

△허영일 전 새정치민주연합 부대변인이 지난 25일 새벽 개인소셜미디어에 올린 글. (사진=개인소셜미디어)
허 부대변인은 지난 25일 새벽 4시께 본인의 소셜미디어인 페이스북(페북)에 글 하나를 올립니다. 남북 고위급 접촉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2시간이 조금 지난 시각이었죠. 좋아요 55개, 댓글 8개. 한 번 글을 수정한 흔적도 보입니다. 공개 범위는 ‘전체공개’로 설정돼 있었습니다. 이 글이 일파만파 비화하리라고는 본인도 생각지 못했을 겁니다. 그런데 그는 다음날 글을 갑자기 삭제합니다. 그 대신 ‘남북합의문 발표 후 제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들의 본뜻이 잘못 전달되고 있는 것 같아 부득이하게 삭제합니다’라는 글을 남깁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글 삭제 약 1시간 전으로 되돌아 가봅시다. 일단 댓글부터 시작해 비난 여론이 일기 시작했습니다. 새누리당 김형진 수석부대변인은 국회에서 이런 브리핑을 하죠. “과연 대한민국 공당의 당직자인지 의심이 간다. 제 1야당의 공식입장을 전달하는 부대변인으로서 매우 부적절한 처신을 했다”고 논평합니다. 그러면서 즉각 해임을 요구했죠.

허 부대변인이 올린 5개 문장의 글은 ‘야당의 부대변인이 김정은에게 존경한다는 글을 올렸다’는 한 줄 논란으로 불거집니다. 비난의 화살은 점차 새정치연합, 당 전체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그날 저녁 허 부대변인은 해명 글을 올립니다. “남북 고위급 접촉 타결 소식에 너무 기뻤습니다. 야당 부대변인으로 박 대통령을 존경한다는 얘기를 꺼내기도 쉽지 않았습니다. 아울러 김정은 위원장에게도 의례적 인사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습니다. 무엇이 문제인지 이해가 안됩니다. 박 대통령에 대한 존경 표시는 없어지고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의례적 인사만 문제 삼는 저의가 의심스럽습니다”라고요. 비난 댓글 수가 수십개 따라 붙었습니다. 사퇴해야 한다는 글도 많이 보였죠.

허 대변인은 결국 북한 김정은과 박근혜 대통령 “두 분 다 존경한다”는 글을 올린 지 이틀 만에 자진사퇴 했습니다. “본의 아니게 당에 누를 끼쳤고, 본래 뜻을 국민에게 설득력 있게 전달하지 못한 제 불찰”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곤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염원하는 제 본심만은 알아달라”고도 했습니다.

문득 ‘존경’의 쓰임새가 궁금했습니다. 국어사전에는 남의 인격·사상·행위 따위를 받들어 공경한다는 의미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이를 테면 여야 의원들은 국회 상임위원회 회의 때면 서로 헐뜯고 얼굴을 붉히다가도 “존경하는 위원님”이라는 말을 꼭 붙입니다. 이때는 어떤 쓰임일까요. 아무래도 인격 즉, 그 사람의 자격을 상호 존중한다는 의미가 아닐까요. 국회의원 각각은 국민이 뽑은 하나의 대의기관일테니 말이죠. 허 대변인의 페북 글로 봤을 때 김정은의 인격 또는 사상, 행위 중 합의를 했다는 그 행위에 한정한 표현으로 보입니다. 그는 해명 글을 통해 “타결 소식에 너무 기뻐서 했던 의례적 인사”였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여론은 이미 그의 편이 아니었습니다. 허 부대변인도 “본래 뜻을 국민에게 설득력 있게 전달하지 못한 제 불찰”이라며 잘못을 인정했습니다.

이번 일은 한 번 곱씹어 볼 만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단순히 놓고 보면 남북 대치 상황에서 적이라고 할 수 있는 북한의 김정은에게 존경한다는 표현을 했고, 그 책임을 지고 사퇴한겁니다. 그런데 그는 공식적인 공간에서 논평을 한 게 아니며, 김정은을 존경한다는 의미가 사상이나 인격을 두고 표현한 게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이번 사건만 놓고 보면 페북이라는 개인소셜미디어는 이미 공적 공간이었습니다. ‘김정은 존경’ 논란 역시 그렇습니다. 우리나라는 사상과 표현의 자유가 보장된 민주주의 국가이지만 여전히 둘로 나눈 이념적 잣대를 들이대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 다시 이번 사건을 배제한 채 하나하나 되물어보면 이렇습니다. 먼저 페북은 사적공간일까요, 공적공간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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