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인지 코리아]직장인 절반, 집주인도 목사님도 안 낸다…세금을

임대소득에 과세 방침 잇따라 후퇴
시행 시기도 2019년으로 밀려
소득세 안내는 직장인 810만명
종교인 과세도 다음 정부 과제로
복지·경기부양 위해 재정확충 필요
세수기반 확대…근본 대책 찾아야
  • 등록 2017-03-29 오전 6:00:15

    수정 2017-03-29 오전 6:00:15

[세종=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정부는 2014년 2월 집주인의 전·월세 소득에 세금을 물리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가진 집이 두 채를 넘지 않고 임대소득 연 2000만원 이하면 다른 소득과 분리해 14% 세율로 과세한다는 ‘당근’도 제시했다. 임대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던 집주인에게 부담을 덜어줄 테니 세금을 내라는 취지다.

그러나 이 계획은 계속 후퇴했다.

불과 일주일 만에 보완 대책이 나왔다. 2년 유예 기간을 두고 2016년부터 정책을 시행키로 했다. 이 방침도 그해 6월 당·정 협의를 거치면서 다시 뒷걸음질했다. 정부는 집이 세 채가 넘어도 임대소득 연 2000만원 이하면 분리 과세 대상에 넣고, 세금 물리는 시기도 2017년으로 1년 더 미뤘다. 그러다가 지난해 또다시 정부와 국회가 비과세 2년 추가 연장에 합의해 제도 시행 시기는 2019년까지 밀렸다. 새 정부에 부담을 넘긴 것이다.

임대소득 과세는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조세 정책의 기본 원칙을 지키지 못한 ‘흑역사(黑歷史)’의 대표 사례다. 소득이 같다면 내는 세금도 동일해야 한다는 조세의 ‘수평적 공평성’은 정치 등 다른 논리 앞에 무기력했다.

종교인 과세·면세자 축소도 다음 정부가

△지난 20일 세종시에 아파트와 상가가 건설 중이다. [사진=연합뉴스]
종교인 소득에 세금 매기는 일도 다음 정권으로 넘어갔다.

정부는 애초 2013년 11월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2015년부터 종교인 과세에 나서려 했다. 하지만 시행 시기를 1년 뒤인 2016년, 다시 2018년으로 두 차례 연기했다. 종교인 반발을 우려해서다. 형평성 논란도 불렀다. 종교인 소득을 근로소득이 아닌 기타소득으로 분류해 식비, 교통비, 학자금, 사택 제공 이익 등은 세금을 물리지 않는 소득으로 인정키로 해서다.

전체 직장인 절반에 달하는 근로소득세 면세자(과세 미달자) 비율도 세제 당국이 정책 조정과 여론 달래기에 실패한 결과다. 2013년 소득공제 제도의 세액공제 전환은 2014년 ‘연말 정산 파동’을 불렀다. 이때 연봉(총급여) 5500만원 이하 일부 근로자 세금이 늘자 정부는 다시 세금을 깎아주는 악수를 뒀다.

이에 따라 전체 직장인 중 소득세 면세자 비율은 2014년 48.1%로 1년 전(32.4%)보다 15.7%포인트 급증했다. 이 비율은 2015년에도 46.8%에 달했다. 전체 직장인 1733만 명 중 절반에 가까운 810만 명이 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은 것이다.

정부는 근로소득세 공제 축소, 최저한세 도입 등 보완 방안 도입을 꺼렸다. 최저한세는 각종 세 감면을 받아도 누구나 최소한의 세금을 부담하게 하는 제도다. 연말 정산 파동 과정에서 여론에 워낙 크게 데였던 탓에 정부·정치권 누구도 총대를 메길 원치 않았기 때문이다.

이는 국회가 2015년 세법을 손봐 기업(중소기업 제외)의 이월 결손금 공제 비율을 80%로 제한하고 법인세를 내지 않는 면세 법인을 줄이기로 한 것과 대조적이다. 이월 결손금 공제는 기업이 이익을 냈더라도 과거 10년 새 발생한 적자(결손금)가 있다면 이를 빼고 법인세를 매기는 것이다. 결손금 공제 한도가 80%면 올해 이익이 100억원인 기업의 경우 과거 결손금이 100억원에 달해도 80억원(80%)까지만 공제받고, 나머지 20억원에 대해선 세금을 내야 한다.

새 정부, 사각지대 없애고 세수기반 넓혀야



문제는 이 같은 과세 사각지대가 다음 정부에서도 해소되리라는 보장은 없다는 점이다. ‘세금 정치’의 부담스러움 때문이다. 일부 야당 의원은 종교인 과세를 재연기하는 법 개정안 발의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임대소득 과세나 근로소득 면세자 축소도 차기 정권에서 세 부담 증가 등을 이유로 ‘결자해지’에 소극적일 가능성이 작지 않다.

세수 기반 확대는 이보다 더 어려운 과제다. 과세 사각지대를 없애는 것만으로는 앞으로 필요한 복지 재원 등을 마련하는 데 역부족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나라 살림을 가리키는 지표인 ‘관리재정수지’는 2007년 반짝 흑자를 낸 후 작년까지 9년 내리 적자를 기록했다. 이 수지는 정부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빼고 국민연금 등 4대 사회보장성 기금 수지를 제외한 것이다. 들어온 돈보다 나가는 돈이 많은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종교인 과세나 주택 임대소득세 정상화 등은 과세 형평성을 높이는 의미는 있어도, 세수에는 크게 도움이 안 된다”면서 “비과세 대상 축소, 종합과세 확대, 세율 인상 등 정공법을 통해 과세 기반을 항구적으로 넓히는 게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구체적인 세수 확충의 방법론을 두고는 의견이 갈린다.

이만우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정부가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바꾸면서 예측을 잘못해 고소득자 세금 부담이 급격히 커지는 등 경기가 어려운데 세수만 넘치는 나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지금 굳이 세수 기반을 확대한다면 다른 세금보다 세율이 0% 아니면 10%로 이분화한 부가가치세 면세를 축소하는 게 맞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세금은 정부 예산을 뒷받침하고 소득 불균형을 개선해야 하지만, 지금은 두 가지 목적 모두 이루지 못하고 있다”면서 “소득 분배에 역행하는 간접세인 소비세(부가세)보다는 법인이나 대주주, 대재산가 등에 부과하는 소득 및 재산세, 상속·증여세 등을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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