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文대통령과 통화 하루만에 "FTA 폐기" 발언..왜?

  • 등록 2017-09-03 오전 10:43:53

    수정 2017-09-03 오전 10:43:53

[세종=이데일리 피용익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 검토를 지시한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는 문재인 대통령과의 전화통화 하루 만에 나온 것이란 점에서 주목된다.

앞서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 통화에서 ‘한·미 미사일 지침’을 우리 정부가 원하는 수준으로 개정한다는 원칙에 합의했다. 500㎏에 묶여 있던 미사일 탄두 중량 제한을 북한의 위협에 맞서 최소 1t 이상으로 늘릴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에 대해 두 정상이 40여분 간의 통화를 통해 한·미 동맹 결속을 다졌다는 평가가 나왔고, 이른바 ‘코리아 패싱’에 대한 우려도 작아졌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하루 남짓 지난 2일(현지시간) 허리케인 ‘하비’로 인해 수해를 겪은 텍사스주 휴스턴을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같은 ‘동맹’을 흔들리게 하는 발언을 내놨다.

그는 ‘한·미 FTA 협정 폐기를 논의하고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뒤 ”그 문제(한·미 FTA 폐기 여부)를 아주 많이 생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FTA 폐기(withdrawal) 준비를 지시했다는 워싱턴포스트(WP)의 보도를 확인한 것이다.

한·미 양국이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도발에 대응해 동맹 차원의 협력을 끌어올려야 할 시점에 나온 ‘FTA 폐기’ 발언은 두 나라 안보 공조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조치는 미국과 동맹인 한국 양국이 북핵 프로그램을 둘러싼 위기에 직면한 시점에 경제적 긴장을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를 드러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FP
文대통령과 통화에선 北 문제 중점 논의

앞서 이뤄진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통화에서 한·미 FTA에 대한 언급이 있었는지는 전해지지 않았다.

청와대에 따르면 두 정상은 통화에서 북한의 최근 미사일 도발에 따른 한반도 안보 상황과 대응 방안을 중점적으로 논의하면서 북한을 강력히 압박해야 할 때라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양국 정상은 북한에 최대한 제재와 압박을 가해 도발을 억제하고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나오게 해 북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는 인식을 재확인하고, 한·미·일 3국 공조도 긴밀히 유지하기로 했다.

또 이번 달 유엔총회가 열리는 뉴욕에서 양자회담을 하는 데 합의하고, 올 하반기에 다자정상회의를 포함해 빈번한 만남과 협의를 통해 한반도 문제를 비롯한 한미 동맹 전반과 관련해 긴밀한 전략적 공조와 협의를 지속하기로 했다.

한미 FTA 양국 입장차는 무엇?

한미 FTA는 지난 2007년 조인돼 2012년 발효됐다. 한국은 미국의 6위 상품교역국으로 양국 간의 무역규모는 1122억달러에 이른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기간 한미 FTA를 ‘재앙’이나 ‘끔찍한 협정’으로 부르며 취임 후 ‘재협상’ 또는 ‘폐기’를 공언했다.

양국은 지난달 22일 미국 측의 요구에 따라 서울에서 ‘한·미 FTA 공동위원회’ 특별회기를 열었지만, 서로 입장차만 확인한 채 향후 일정조차 잡지 못했다.

미국은 한국과의 FTA 발효 이후 무역적자가 2배 이상 증가한 점을 지적하면서 자동차와 철강, 정보통신 분야의 교역 불균형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에 비해 한국 정부는 FTA 시행 효과와 미국의 무역적자 원인에 대한 공동 조사분석 평가를 먼저 하자고 맞서는 상황이다.

하루만에 나온 ‘FTA 폐기’ 발언 배경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비해 백악관 참모들은 한미 FTA 폐기에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WP는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게리 콘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 등 백악관과 행정부 고위 인사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협정 폐기 움직임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WP는 “백악관 고위 보좌관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협정 폐기 움직임을 막는 것은 북한이 미사일 프로그램과 핵실험, 일본 상공으로의 미사일 도발 등으로 점점 더 적대적이 되는 시점에 한국 정부를 고립시키기를 원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FTA 재협상 과정에서 ‘협상의 기술’을 구사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정부가 한미 FTA 폐기를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백악관이 정말 폐기를 고려하는 건지, 협상기술의 하나로 한국 정부를 압박하려는 건지 불분명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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