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상은 빙산의 일각…"연준 미쳤다"는 트럼프의 진짜 속내

예상보다 더딘 금리인상…꾸준한 뭍밑 양적긴축이 부담
매달 500억달러 보유자산 축소…국채 늘리는 정부에 악재
양적긴축 갈 길 먼데 ECB도 테이퍼링…"연말 퍼펙트스톰"
파월 발언에 금리도 3.2%대…트럼프와 불편한 동거 지속
  • 등록 2018-10-13 오전 10:40:21

    수정 2018-10-13 오전 10:42:19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파월 연준 의장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에 대해 연일 날선 비판을 가하고 있다. 너무 빠른 기준금리 인상이 표면적인 이유지만, 그 이면에는 연준의 보유자산 축소(=양적긴축)로 인해 행정부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불편함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는 모양새다.

물밑 양적긴축, 적자국채 발행 늘릴 수 밖에 美정부에 부담

글로벌 금융위기와 그에 따른 경기 침체에 맞서기 위해 기준금리 인하와 대규모 자산매입(=양적완화)이라는 두 가지 정책수단을 동원했던 연준은 미국 경기가 살아나면서 이들을 모두 거둬 들이는 정책을 펴고 있다. 그동안 기준금리 인상은 과거 긴축 사이클에 비해 더딘 속도로 이뤄졌지만, 채권시장을 제외하고는 쉽게 감지되지 않는 양적긴축은 애초 계획된 규모로 지속적으로 단행됐다. 양적긴축으로 이름으로 진행된 보유자산 축소는, 연준이 양적완화 과정에서 매입한 4조5000억달러에 이르는 미 국채와 모기기담보증권(MBS)을 만기시 재투자하지 않고 상환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렇다보니 국채와 MBS시장에서 매수세가 줄어들고 있고 트럼프 대통령의 재정팽창정책으로 국채 발행량을 늘리고 있는 미국 정부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채권왕` 빌 그로스의 뒤를 잇는 `신(新) 채권왕`으로 칭송 받는 제프리 건드라크 더블라인캐피탈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1일(현지시간) CNBC와 인터뷰에서 “개인적으로 2~3년 전부터 누차 얘기해 왔던 부분이긴 하지만, 이제서야 투자자들은 올해와 내년, 내후년까지 얼마나 많은 채권이 발행될 것인지 깨닫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2년 전만 해도 6000억달러 정도에 불과했던 연간 재정수지 적자가 올 회계연도에는 9000억달러까지 불어났고 이제는 적자폭이 얼마나 더 늘어날지 정확히 파악하기 힘들 지경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사회보장제도 지출과 연금부채 상환, 퇴직군인 수당 지급 등을 위해 1조2700억달러의 자금 조달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건드라크는 “지금 연준이 매달 500억달러씩 보유자산을 줄이고 있는데 이는 연간으로 6000억달러에 이르는 규모”라며 “그나마 지금은 경제 상황이 좋지만, 앞으로 정부 누적 재정적자가 2조25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 연준이 이렇게 양적긴축을 계속할 경우 정부 부담은 아주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더 우려스러운 건 연준의 양적완화도, 양적긴축도 과거 단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일이라는 점이다. 앤드류 브레너 내셔널얼라이언스 이코노미스트는 “대부분은 과거에 없었던 연준의 양적완화와 긴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며 “이제 연준이 보유자산을 줄이고 있는데 이게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도 알기 어렵다”고 말했다.

연준 보유자산 규모 추이


양적긴축 갈 길 먼데…“ECB 테이퍼링에 4분기 퍼펙트 스톰”

아울러 아직도 연준이 보유한 자산은 4조달러 수준으로, 앞으로도 줄여야할 자산이 여전히 많다. 다이앤 스웡크 그랜트손튼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양적완화로 인한 시장 왜곡을 연준은 바로 잡으려 한다”며 “앞으로 연준은 채권시장에 직접 개입해 매입하지 않을 것이며 이는 장기채권에 과도하게 붙어있는 기간 프리미엄(term primium)을 줄여 채권금리를 끌어 올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독립 리서치업체인 스트래티저스리서치에 따르면 연준의 양적긴축은 연준이 1년에 0.5번 정도씩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정도의 유동성 축소 효과를 야기하고 있다. 조지 곤캘브스 노무라 채권담당 스트래티지스트도 “양적긴축은 연준 기준금리 인상 정책의 효과를 더 크게 만들어주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누군가는 채권시장에 참여해 채권을 찍어야 하고 누군가는 이를 사야 하는데, 이런 참가자들의 고통은 (연준으로 인해)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미국 정부가 그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다는 뜻이다.

글로벌 상황을 봐도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과 양적긴축을 지속하는 가운데 유럽중앙은행(ECB)이 이달부터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를 시작했다. 일본은행(BOJ)은 여전히 대규모 자산매입을 진행하고 있지만 둔화 조짐이 보이고 있다. 곤캘브스 스트래티지스트는 “이번 4분기가 퍼펙트 스톰(크고 작은 여러 악재가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 생기는 대형 위기)이 될 수 있다”며 “ECB가 양적완화를 중단하게 되면 재정적자 하에서 자금을 계속 조달해야 하는 미국 정부는 더 높은 금리로 채권을 발행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점쳤다.

파월 발언에 금리 3.2% …트럼프와의 불편한 동거 지속될듯

이날 미 재무부는 향후 국채 발행 계획을 세우기 위해 미 국채 발행시 이를 우선 인수하는 프라이머리딜러(PD) 금융사들에게 향후 3년간 연준의 양적긴축 전망을 수렴했다. 이에 상당수 PD 금융사들은 연준이 1조5000억~2조달러 더 보유자산을 줄일 것으로 예상했다. 지금까지 고작 5000억달러 정도 줄여놓은 연준 양적긴축의 길이 앞으로 훨씬 더 많이 남았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지난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미국 경제가 상당한 호황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하면서 “현재는 중립금리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고 발언해 향후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는 우려를 야기했다. 이 때문에 한 달 전까지 3%를 밑돌던 10년만기 미 국채 금리는 3.26%까지 치솟았다. 이는 정부 국채 발행 부담이 커지면서 가뜩이나 심기가 편치 않았던 트럼프 대통령을 더 화나게 했고 결국 “연준이 미쳐가고 있다”는 극단적인 발언까지 쏟아내게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연준의 통화정책이 너무 공격적”이라며 “큰 실수를 저지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연준이 미쳐가고 있다. 웃기다”고 조롱했다.

스웡크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이 미 국채 보유량을 줄이는 가운데 연준 마저도 국채를 매수하지 않다보니 더 많은 국채를 팔아야 하는 미 연방정부은 더 부담을 느낄 것”이라며 올 가을 향후 보유자산 축소 일정을 재검토해 공개하겠다고 약속했던 파월 의장의 향후 행보를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트럼프와 파월간의 불편한 동거도 상당 기간 계속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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