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용의 軍界一學]양산 문턱에서 멈춰 선 K2전차 국산 파워팩

변속기 시험평가, 석연찮은 국산 역차별 의혹
  • 등록 2017-10-15 오전 10:38:00

    수정 2017-10-15 오전 10:38:00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국방개혁에 따른 육군 지상작전사령부 창설에 발맞춰 예하 군단과 사단들의 통·폐합 작업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중 제7기동군단의 변화가 눈에 띕니다. 7군단은 당초 수도기계화보병사단과 제20기계화보병사단을 중심으로 한 부대였습니다. 7군단은 현재 제3야전군사령부 소속이지만, 3야전군사령부와 1야전군사령부가 통합될 예정이어서 기계화보병사단이 모두 7군단 소속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2016년 12월부로 8기계화보병사단은 5군단 휘하에서 7군단으로 배속이 바뀌었습니다. 제1야전군사령부 소속이던 11기계화보병사단도 7군단으로, 26기계화보병사단 역시 6군단에서 7군단으로 편입됐습니다. 30기계화보병사단도 최근 1군단 예하에서 7군단으로 소속이 바뀌었습니다. 육군의 전 기계화보병사단이 7군단에 배속됨에 따라 7군단은 명실상부한 육군 유일의 기동군단으로 거듭났습니다. 방어가 주임무인 다른 군단과 달리 7군단은 북한 남침시 주둔지를 떠나 북쪽으로 진격하는 유일한 군단입니다.

육군 기계화보병사단 소속 K2전차들이 연막차장을 뚫고 기동하고 있다. [사진=육군]
계속되는 국산 파워팩 논란…변속기 문제로 또 전력화 지연

7군단의 주력 무기는 전차입니다. 현재 우리 군은 미국의 M48 패튼 계열 전차와 한국형 전차인 K1과 K1A1, K2 전차 등을 운용하고 있습니다. 먼저 도입된 K1 전차는 생산은 우리가했지만 미국이 설계·개발했기 때문에 진정한 의미에선 국산 전차가 아닙니다. 이후 선보인 K2 ‘흑표전차’가 국내 독자 기술로 개발한 전차로 평가받는 이유입니다.

그러나 K2는 전차의 심장인 ‘파워팩’을 둘러싼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엔진과 변속기를 결합한 모듈인 파워팩은 2009년부터 잦은 결함을 일으켰습니다. 시운전 중 고장이 나기도 하고 냉각팬 속도 제어, 냉각시험 최대 출력, 가속 등의 면에서 성능을 충족하지 못했습니다. 주행시험평가 중 엔진 실린더가 파손되기도 했습니다.

파워팩 국산 개발 지연에 따라 전차 전력화 시기가 늦어지자 군 당국은 K2 전차 전체 도입 물량 200대 중 1차로 100대에는 독일제 파워팩을 장착하고 나머지 100여 대에는 국산 파워팩을 달기로 결정했습니다. 독일제 파워팩을 장착한 K2전자는 2014년 실전배치됐습니다. 하지만 국산 파워팩에서 또 결함이 발생해 2차 사업 양산이 중단됐습니다. 국산 파워팩을 장착한 K2 전차는 ‘전투용 적합 판정’을 받았지만 양산을 앞두고 품질 보증 과정에서 변속기에 문제가 생긴 것입니다.

변속기 제조업체인 S&T중공업(003570)의 거부로 현재 국산 변속기 내구도 시험은 잠정 중단된 상태입니다. 업체 측은 K2전차 변속기의 내구도 시험 관련 국방규격이 9600km 주행 중 단 하나의 결함도 없어야 한다는 것인데, 궤도차량용 변속기 수명이 다하는 9600km 이상을 험지 운행하면서 아무런 결함이 없어야 한다는 것은 지나치게 완벽성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육군 기계화보병사단 소속 전차가 실사격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육군]
“독일제 변속기, 진술서만으로 내구도 시험 갈음”

언뜻보면 업체가 처음부터 동의를 하지 말았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할 수 있지만, S&T중공업도 억울한 측면이 있습니다. 국내 국방규격이 독일제 변속기와 국산 변속기 시험평가 기준을 다르게 적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S&T중공업 측은 군 당국에 외산 기준과 똑같이 시험하게 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묵살당했다고 합니다.

군 당국이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김동철 국민의당 의원에게 보고한 자료에 따르면 독일제 변속기는 ‘해외에서 실전배치 됐다’는 이유만으로 요구조건을 지나치게 완화시켜준 반면, 국산 제품에 대해서는 엄격하고 까다로운 조건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K-2전차 변속기의 내구도 시험기준은 수입품의 경우 창정비 부품의 고장없이 9600Km 내구 주행 조건이지만 일반정비가 허용됩니다. 창정비 부품의 고장이 아니라면 얼마든지 수리해서 시험을 계속할 수 있도록 사실상 수입 업체를 배려했다는 뉘앙스 입니다.

그러나 국산품의 경우 9600km 내구도 시험 중 결함이 없어야 할 뿐 아니라 일반 정비를 불허합니다. 내구도 시험 중 단 하나라도 결함이 발생하면 처음부터 다시 시험을 해야한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독일제 변속기는 1차 양산분에 탑재 당시 내구도 시험마저 면제받았다고 합니다. 국방기술품질원은 김 의원에게 “이미 해외에서 전력화된 장비를 수입하는 경우 관련 시험을 생략할 수 있도록 돼 있다”며 “따라서 시행하지는 않았다”고 보고한 것입니다. 해당 업체 영업이사와 시험팀장의 진술서만으로 내구도 시험을 갈음했다고 합니다. 진술서는 “과거 몇 차례 고객들과 함께 시험장에서 변속기의 내구도 시험을 수차 성공적으로 수행한 바 있음을 확인한다” 였습니다.

변속기 내구도 시험 비교, 독일제 변속기는 실제 수행한 것이 아니라 진술서 상의 자료 기반임. [출처=김동철 의원실]
독일산 변속기서 쇳가루 검출…방사청, 그래도 독일제로 2차 양산

이같은 ‘묻지마 통과’때문일까요? 국산 변속기에서 발생했더라면 큰 결함에 해당하는 잦은 고장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수입 변속기 100대 중 10대가 수리를 받았거나 수리 중입니다. 대부분의 고장이 금속가루 검출인데, 변속기에서 쇳가루가 나왔다는 건 정밀기계 업계에선 심각한 결함으로 분류되는 것입니다.

고장난 변속기 10대 중 3대는 수리를 완료해 운용 중이지만, 3대는 조립 중 이물질 유입 현상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군은 변속기 사용상 지장이 없을 것으로 판단해 이를 운용하고 있습니다.

나머지 4대는 이물질(금속가루 및 조각) 및 냉각팬 과열 등이 발생해 2대는 원인검토를 위해 원제작사로 이송했습니다. 1대는 원인분석 중, 지난 8월 고장 접수된 1대는 원인검토 수행방안을 마련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앞서 감사원도 감사를 통해 방위사업청이 국내 개발 파워팩에 중요 결함이 있는 것처럼 과장하고, 해외 파워팩의 결함은 누락시켜 수입 결정을 했다고 밝혀낸바 있습니다.

변속기 관련 육군에서 제기한 결함현황 [출처=김동철 의원실]
그러나 방위사업청은 지난 13일 국정감사에서 파워팩 국산화 지연 문제와 관련 K2 전차에 외국산 변속기를 탑재해 2020년까지 2차 양산을 완료할 것이라고 보고했습니다. 변속기 생산업체인 S&T중공업이 현 규격에 의한 재검사를 거부해 1차 양산에 적용한 외산 변속기에 국산 엔진을 달아 기술입증을 추진할 것이라는 얘기다. 또 업체 측에 책임을 떠넘기는듯한 모양새입니다.

이날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도환 S&T모티브 대표는 “해외업체는 변속기 내구도 시험을 이렇게 본다고하는 의견서도 올렸고, 그렇게 내구도 수행방안을 만들었다”면서“ ”하지만 (방사청은) 재시험을 신규 변속기로 다시 하라고 해 그냥 시험에 착수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습니다. 또 ”고장만 발생하면 다시 재시험 해야하는 그 사정이 답답했다“면서 ”적절한 기준으로 한번 더 기회를 주면 K9 자주포 변속기처럼 무결함으로 만들겠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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