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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면세점 입찰 과정에서 중요한 건 돈이 아니다. 사업계획서 등 정성평가로만 최종 운영권자를 뽑는다. 공항면세점 운영권자를 뽑을 때 입찰 참여자들이 경쟁적으로 입찰 금액을 써내는 것과는 선정방식 자체가 완전히 다르다.
지난해 2월 제주공항 면세점 입찰에서 한화갤러리아의 자회사 한화타임월드(027390)는 입찰 참여자 중에서 가장 많은 241억원을 써내 최종 운영권자로 선정됐다. 신세계가 베팅한 입찰금액은 한화보다 낮았다. 제주공항 면세점은 대표적인 알짜 사업장으로 통한다. 신세계는 땅을 치고 후회했다.
공항공사는 면세사업자에게 장소를 내주면서 매출액의 37% 안팎의 임대료로 받는다.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이 지난해 공항공사에 낸 임대 수수료는 6000억원에 달한다. 공항공사는 이 돈으로 운영 적자를 상당 부분 만회한다.
시내 한복판에 위치한 시내면세점은 공항 면세점보다 더 알짜다. 시내면세점은 0.05%의 매출 수수료를 내는 것 외에 정부에 별도로 내는 돈이 없다. 수익성이 그만큼 좋은 사업이다.
이런 사업권을 민간 사업자에게 내주면서 정부가 별도로 돈을 받는 건 별로 없다. 사업계획서만 좋으면 시내 면세점 허가권을 내준다.
이미 면세점 업계에서는 시내면세점 선정이 ‘나눠 먹기’로 흐를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정부는 서울의 시내면세점 1곳과 제주도 시내면세점은 중소기업에게 할당하겠다고 발표했다. 국내 1위·2위 면세사업자인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에게 또 사업권을 내주기엔 특혜 논란이 부담스럽다. 결국 새로 면세점 사업에 뛰어든 신세계(004170)와 한화갤러리아에 시내면세점 사업권을 하나씩 나눠주게 될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여기에 현대산업개발도 면세점 사업 진출을 선언해 그 어느때보다 경쟁이 치열하다.
공항면세점과 달리 시내면세점에 최고가 입찰방식을 적용하지 않는 이유는 입찰의 주체와 성격이 다르다는 이유다. 공항면세점의 입찰 주체는 공항공사다. 관세청에서 공항 내 면세점 사업권을 받은 공항공사가 직접 면세점 사업을 하는 대신 아웃소싱을 주는 방식이다. 공항공사는 돈을 많이 낸 사람에게 면세점 입점을 재분양한다.
반면 시내면세점은 관세청이 입찰의 주체다. 관세청이 직접 시내면세점을 운영할 사업자를 선정한다. 관세청의 기준은 얼마나 시내면세점을 잘 운영할 사업자인가 하는 점에 맞춰져 있다.
익명을 요구한 면세점업계 한 관계자는 “관세청이 관심을 가지는 부분은 국내 관광객을 늘리는데 얼마나 기여할 수 있는 시내면세점인가 하는 점”이라며 “면세점 업체도 매장 개발 투자비를 스스로 마련해야 하기 때문에 비용이 아예 안 드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법과경영문제연구소 소장인 이지수 변호사는 “서류 심사만으로 업체 간의 차이가 구별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특혜 논란이 일어날 소지가 있다”면서 “정부에 돈을 많이 낸 기업에게 운영권을 주는 방식으로 뽑으면 세수 확보에도 도움이 되고 특혜 논란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