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성 없고, 소신도 꺾어"…워런 버핏의 예지력 다했나

벌써 90세, 버핏의 올해 주주서한 놓고 비판 거세져
다짜고짜 "美에 반대로 투자하지 말라" 강조한 버핏
`코로나` 언급 사실상 전무…"낙관론 위해 애써 외면"
비판 접고 자사주 칭송…"低금리에 수익 위해 불가피"
  • 등록 2021-03-06 오후 3:01:51

    수정 2021-03-06 오후 3:01:51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올해로 벌써 90세나 되지만 여전히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로서 미국 최대 투자회사인 버크셔해서웨이를 이끌고 있는 워런 버핏은 ‘투자의 귀재’로도 모자라 `오마하의 현인(賢人)`으로 추앙받는 인물이다.

그런 버핏 회장이 매년 버크셔해서웨이의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주주들에게 보내는 서한은 투자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열독해 보는 글이다. 그런 버핏의 올해 주주 서한이 지난달 말 공개됐는데, 그 내용을 둘러싸고 이례적으로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


“미국에 반대로 투자하지 말라”

올해 주주 서한에서 버핏 회장은 “절대 미국에 반대로 투자하지 말라(never bet against America)”며 미국의 장기적인 투자 전망에 대해 낙관론을 내놨다. 버핏 회장은 “짧은 232년의 존재 동안 미국 만큼 사람들이 마음껏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해준 인큐베이터는 없었다”면서 “일부 심각한 방해물에도 미국 경제 발전은 숨 막힐 정도였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미국 내 자산을 보유한 버크셔해서웨이 대해서도 자신만만해 했다.

실제 감가상각 후 원가 기준으로 버크셔해서웨이가 보유한 미국 내 고정자산은 1540억달러(원화 약 173조원) 상당으로 AT&T(1270억달러)를 제치고 1위다.

그러나 이번 그의 서한을 두고 블룸버그통신은 “코로나19도, 미국 정치문제도 언급하지 않은 버핏은 현실에서 비껴나 있는 것 같다”면서 이 서한을 둘러싼 시장참가자들의 논쟁을 전했다.

단 한번 언급…코로나는 어디로

13페이지로 과거보다 더 짧아지긴 했지만, 이 서한에서 버핏 회장이 ‘코로나19’라는 단어를 언급한 것은 단 1번이었다. 그나마도 버크셔해서웨이에 속해 있는 가구회사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탓에 일시적으로 공장 문을 닫아야 했다는 대목에서 언급됐을 뿐이다.

코로나19에 따른 손해를 보상하는 과정에서 버크셔해서웨이 산하 보험사의 손실이 커진 것은 물론이고 코로나19로 인해 미국 경제가 큰 충격을 받았다거나 이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풀린 막대한 유동성 덕에 주식시장이 랠리를 보이고 있다는 등의 서술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이에 대해 데이빗 캐스 메릴랜드대 금융학과 교수는 “예전부터 미국의 미래에 대해 지극히 낙관적인 전망을 고수해 온 버핏 회장으로서는 코로나19를 괜시리 언급함으로써 그런 예측에서 벗어나게 될까봐 우려했던 것 같다”고 지적했다.

10대 때부터 버핏 회장의 서한을 한 차례로 빼놓지 않고 읽고 기다려왔다는 미국 자산운용사 버밀리언의 프라이빗 웰스 창업주는 “버핏은 모든 재난과 세계적인 대사건들을 경험하면서 회사의 투자전략을 수행해 왔지만, 코로나19 만큼은 굳이 피하고 싶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버핏 회장은 과거 2001년에 있었던 9.11테러 이후에 썼던 2002년 주주 서한에서는 ‘테러리스트’와 ‘테러리즘’이라는 단어를 무려 10차례나 언급하면서 “대규모 테러가 가져올 수 있는 손실 가능성을 간과하고 있었다”고 말해 버크셔해서웨이 산하 보험 비즈니스가 리스크에 노출된 점을 솔직히 반성했다. 이런 점에서 코로나19 사태 이후 쓴 그의 서한은 대조적이다.

자사주 취득 칭송…수익에 타협?

아울러 시장참가자들이 의외로 받아들인 부분은 바로 자사주 취득에 대한 예찬이었다. 그동안 버핏 회장은 보유자금에 대해 “주주들에 대한 이익 환원보다는 투자에 사용하고 싶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던 인물이다. 주주 서한에서도 “많은 미국 기업 CEO들은 회사 주가가 높은데도 마구잡이 식으로 자사주를 사들이고 있지만, 우리는 그 반대로 하고 있다”며 차별화된 경영 전략을 내세웠었다.

그러나 2018년부터 자신의 스탠스를 바꿔 서서히 자사주 매입을 늘려왔다. 급기야 작년엔 4분기(10~12월) 중에만 90억달러(원화 약 10조1600억원)에 이르는 대규모 자사주 매입을 단행하면서 역대 최대치를 경신하기도 했다.

더구나 이번 서한에서 버핏 회장은 버크셔해서웨이가 대규모로 투자하고 있는 애플이 사상 최고 주가 수준에서 자사주를 더 매입한데 대해 “자사주 매입 소각으로 유통주식 수가 줄어든 덕분에 마법처럼 우리의 지분 비율이 더 늘어날 수 있었다”며 호의적인 견해를 드러냈다.

이는 최근 들어 버크셔해서웨이의 투자 수익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만큼 자사주 매입을 통해서라도 투자 수익을 높여야 한다는 절박감이 묻어난 것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있다. 자산운용사인 오스본 글로벌 인베스터스의 홈즈 오스본 CEO는 “시장금리가 너무 낮아진 상황에서 미 국채 수익률을 웃도는 투자 수익을 확보하려면 아무래도 자사주 매입이 가장 쉽고도 빠른 지름길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버핏 회장에 대한 비판과 실망감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지만, 주식시장에 거대한 판도 변화가 감지되는 상황에서 여전히 많은 투자자들은 ‘오마하의 현인’이 주는 투자 금언을 필요로 할 것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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