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청산이라는 김영란 법의 입법 목적은 사랑스럽다. 국제투명성기구의 CPI(부패인식지수)는 168개국 중 37위(56점)에 그치는 게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대만 홍콩보다 못한 수준이다.그렇다 하더라도 웬만한 행동 하나하나를 법의 테두리 안에서 지켜야 한다는 게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직무수행, 사교, 부조 목적 등에 한해 3만 원 미만의 식사 대접, 5만 원 이하의 선물, 10만 원 이하의 경조사비(축의금, 조의금, 화환, 조화 등)를 허용한다는 조항을 지키는 건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얻어먹거나 부정청탁을 하려는 자에게만 불편할 뿐이다. 다만, 나도 모르게 받게 된 택배 때문에 귀찮아질 수도 있고, 공소시효가 5년이라니 하지도 않은 일로 5년 후에 괴롭힘을 당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성가시다.
언론 매체에서는 금품수수와 부정청탁 금지를 놓고 하나하나 사례별로 예상을 하기도 한다. 영화 VIP시사회 취재도 못 가는 것 아니냐, 홍대에서 열리는 가수 쇼케이스에 참석해도 되느냐는 후배의 질문을 받곤 한다. 그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건네는 말이 있다. “법은 도덕의 최소한이라는데, 상식선에서 생각하면 될 일이다.” 입법권자의 의지에 따라 적혀 있는 것외에 웬만하면 안된다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제어를 했으니 당분간 웬만한 건 조심하면 된다.
변화는 생각보다 클 것이라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인맥을 통해 이뤄지던 이른바 청탁이 사라지는 게 오히려 큰 변화다. 금품이 오가면서 그에 걸맞은 계약관계가 선행되어야 하고, 좋은 게 좋은 것이라고 우대를 받을 생각을 저버려야 한다. 특히 김영란 법에서 규정한 공직자의 범위를 넘어 공직자와 연관 있는 국민 모두의 의무라는 걸 자칫 잊어서는 안 된다.
부정한 금품과 청탁을 금지하는 게 입법 취지다. 인간의 접촉을 끊자는 게 아니니 자기 부담으로 만날 사람을 만나고 먹어야 할 음식은 먹으면 된다. 그러니 영화 ‘아수라’ 시사회에서 황정민을 만나야 하고, 에이핑크 쇼케이스에서 보미를 찾아야 한다. 김영란이 ‘핑계’의 다른 이름이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