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대'·'똥콜'에 숨이 턱"…폭염속 배달라이더 해보니

땀은 비 오듯 하는데...앱은 무조건 '직선거리'
'피크타임'에는 배달비 1.5배 가량
  • 등록 2021-08-08 오후 2:06:03

    수정 2021-08-09 오후 4:23:34

폭염과 코로나19 확산이 함께 찾아오면서 외식보다는 배달음식으로 끼니를 해결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었습니다. 이 때문에 배달업체들은 배달라이더 확보에 애를 먹고 있습니다.

고객들이 폭염과 코로나19를 피해 배달을 시키듯 배달 라이더들도 폭염과 코로나19를 뚫고 음식 배달하는 걸 내키지 않아 해서입니다.

배달업체들은 부족한 배달 인력 확보를 위해 전업이 아닌 투잡(자전거·도보 등) 일반인 라이더를 겨냥해 배달플랫폼에서는 '피크타임 프로모션'을 제공 중입니다.

햇살이 내리쬐는 11시~2시에는 보너스 금액이 지급되기도 합니다. 폭염을 피해 일을 접은 라이더들을 향한 유인책입니다.

폭염 속 배달라이더들은 어떤 모습일까요. 피크타임 프로모션은 무더위를 뚫고 배달할 만큼 가치가 있을까요. 기자가 직접 배달라이더를 체험해봤습니다.

이틀간 '배민커넥트' 앱으로 자전거 배달을 했습니다. 첫 날은 저녁시간대 비(非)피크타임, 둘째 날은 점심 피크타임에 2시간씩 배달했습니다. 송파역에서 시작했고, 자동AI배차 서비스에 가능한 충실히 따랐습니다.

만반의 준비하고도 땀은 비 오듯

체험 전, 배달라이더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필요한 준비물을 검색했습니다.

라이더 선배들은 한여름 배달을 위해 △음식 온도 보전을 위한 보랭가방△자외선 차단을 위한 팔토시△땀이 안면부로 흘러내리는 것을 막는 헤어밴드△흡한?속건의 기능성 의류 등을 준비하라고 조언해 줬습니다.

오후 11시 날씨 앱은 35ºC를 가리키고 있었다.


그러나 이처럼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도 35ºC가 넘는 폭염을 막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고작 첫 배달을 마쳤을 뿐인데,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었습니다. 배달 건수가 쌓여갈수록 '땀에 빠진 생쥐' 꼴이 됐습니다. 마스크 안쪽에선 땀과 숨이 동시에 차올랐습니다.

수없이 땀을 훔쳐내다 보니 핸드폰을 조작하는 일도 어려웠습니다. '픽업 완료' 버튼을 누르고 한시라도 빨리 배달지로 가야 하는데, 땀이 흥건한 손으로 하는 터치를 핸드폰이 연신 거부했습니다.

가장 괴로웠던 것은 '조대'입니다. 예정보다 일찍 식당에 도착하거나 식당의 조리가 늦어 음식을 기다리는 시간을 '조리대기(조대)'라고 부릅니다.

홀이 없는 배달전문식당에서 '조대'에 걸릴 경우 꼼짝없이 뙤약볕에 서 있어야만 했습니다. 10분만 있어도 핑 도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조언을 들어 사전에 준비한 보람은 있었습니다. 보랭가방은 음식이 제 온도를 지킨 채 고객에게 전달될 수 있게 해줬습니다.

냉면 식당 주인 A씨는 "배달가방을 매고 와줘서 고맙다"고 하더군요.

A씨는 "투잡으로 뛰는 도보, 자전거 배달원들이 아무 준비 없이 맨손으로 오곤 한다. 냉면이 온면이 됐다고 고객에게 항의 받은 적도 있다"고 했습니다.

헤어밴드도 제 역할을 충분히 했습니다. 헤어밴드 덕에 얼굴이 땀범벅인 상태로 돌아다니는 일은 피할 수 있었습니다.

준비물을 잘 챙긴 덕인지 이틀간 12건의 배달을 모두 고객만족도 100%로 끝낼 수 있었습니다.

마음 급한데...'롯데월드' 가로질러 가라고

직접 배달을 해보니 몇가지 문제점이 눈에 보이더군요.

배민커넥트는 식당과 배달지를 직선으로 계산합니다. 잠실역 근처에서 배달해야할 음식을 픽업하니, 앱은 롯데월드를 가로질러 가라고 안내했습니다.

결국 외부 길찾기서비스를 통해 실제 이동 가능한 경로를 따로 찾아야 했습니다.

(사진=배민커넥트)


문제는 시간 계산입니다. 배민커넥트는 또한 "직선 거리지도는 이용자의 직관을 돕기 위한 것"이라며 외부 길찾기서비스 이용을 권장하고 있지만, 서로간 예상 시간엔 차이가 있습니다. 자전거 도로를 이용하는 외부 길찾기와 배민 예상 배달시간엔 작게는 5분, 크게는 15분 정도 차이가 났습니다.

배달의민족 관계자는 "배달 예상시간은 AI시스템이 측정하며, 주행경로와 도로상황에 따라 실제 배달시간은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똥콜'도 장애물이었습니다. '똥콜'이란 언덕이 많거나 길찾기가 어려워, 배달에 힘이 드는 배달지를 말하는 라이더들의 은어입니다. 수당에 비해 품이 들어, 수지가 맞지 않는 탓에 똥콜이 걸리면 한숨이 절로 나옵니다.

기자의 경우 잠실역에선 모든 배달이 '똥콜'이었습니다. 롯데월드를 건너갈 수는 없었기 때문에, 예상 배달시간보다 훨씬 오래 걸렸습니다. 동네 지리에 웬만큼 밝지 않은 이상, 앱에서 요구하는 배달시간을 맞추기는 쉽지 않아 보였습니다.

2만4300원 vs 3만9000원

이틀에 걸쳐 비피크타임과 피크타임에 2시간씩 배달했고, 총 배달 건수와 거리도 동일한 수준으로 맞췄습니다.

비피크타임엔 2만 4300원, 피크타임엔 3만 9000원의 정산을 받았습니다. 배율로 따져보면, 피크타임이 비피크타임의 약 1.5배 수준입니다.

이틀간의 정산 내역. 7월 27일 자에는 7000원의 보너스가 추가된다. (사진=배민커넥트)


자세히 살펴보면 피크타임에는 배달 단가가 1000원씩 높았고, 배달 3건에 대한 7000원의 추가 보너스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같은 메리트에도 불구, 배달라이더들은 무더위에 못 이겨 피크타임 배달을 피하고 있습니다.

투잡배달원 B씨는 "지난 달까지만 해도 주말 낮에 배달을 나갔는데, 지금은 도무지 엄두가 안 난다"며 "당분간은 해가 저물었을 때만 배달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른 배달원 C씨도 "땡볕아래 배달하다 어지럼증을 느낀 후로 낮 시간대 배달은 접었다"고 했습니다.

식당 운영자 D씨는 "요새 피크타임에 배달이 종종 늦는다. 10분을 기다려도 라이더 배정이 안 돼 음식이 식을까 걱정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늦은 배달에 평점이라도 깎일까 걱정된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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