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의 탄생은 인간의 출생과 닮았다

발주-건조-진수 과정이 잉태-태아-출산과 닮아
진수식 테이프 컷팅 등 행사도 출산에 빗대
  • 등록 2016-05-06 오후 12:17:28

    수정 2016-05-06 오후 12:17:28

현대중공업이 건조한 컨테이너선의 모습. 현대중공업 제공.
[이데일리 최선 기자] 선박의 탄생은 출산 과정에 빗대진다. 선박의 발주-건조-진수로 이어지는 과정이 인간의 태아수정-임신-출산과 닮았기 때문이다.

최근 조선업황이 최악으로 치닫아 선박의 발주가 줄어든 것은 이를테면 출산률 저하와 같은 현상이다. 살림이 어려워지다보니 아이를 가질 생각을 하지 못하는 사회현상과 닮은 모습이다.

6일 영국의 조선해운 분석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세계 선박 발주량은 58척 123만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로 글로벌 금융위기로 업황이 어려워진 2009년 9월 77만CGT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경제 상황이 녹록지 않다보니 선주사(아버지)들이 선박의 발주(임신)를 꺼려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는 얘기다.

선박이 뭍에서 바다로 진입하는 순간을 기념하기 위해 열리는 진수식의 모습을 보면 더욱 인간의 출생과 닮은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진수식에서는 다른 기념행사에서 가위로 테이프 커팅을 하는 것과는 달리 금도끼로 테이프를 내리찍어 끊는 색다를 모습이 펼쳐친다. 도끼로 테이프를 끊는 역할은 선주의 부인이나 딸이 맡는다. 이 여성은 대모(God mother) 또는 스폰서(Sponsor·후견인)라고 부른다.

도끼를 이용해 테이프를 끊는 행위는 임신기간 동안 산모와 태아를 연결하던 탯줄을 자르는 모습과 같다. 금도끼에는 선주사의 이름과 선박의 이름, 건조회사, 명명식 날짜가 기록된다. 진수식 행사가 끝나면 대모가 선박에 샴페인을 던져 깨뜨리는 풍습도 이어진다. 탯줄을 끊고-출생신고를 하고-세례를 주는 인간의 탄생과정과 많이 닮았다.

또 흥미로운 점은 선박은 대부분 여성 명사로 지칭된다는 것. 신속 항해에 더욱 유리하려면 곡선이 발달해야 하다보니 선박에 여성성이 부여된다는 설명도 있다. 이런 특징들은 조선, 해운 등 업종이 남성 중심적인 산업인 탓에 오랜기간 축적돼 온 풍습인 것으로 분석된다.

선박은 항해 과정에서 파도와 바람, 햇빛을 견뎌야 하기 때문에 페인트를 덧칠하는 도장 과정을 거친다. 도장을 두텁게 할 수록 거친 항해에 더욱 잘 견딜 수 있다는 얘기다. 도장 과정이 화장하는 여성과 비슷하다고 해 배에 여성성을 부여하는 풍습이 생겼다고 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선박을 지칭할 때 여성 3인칭 대명사인 ‘she’와 함께 중성대명사인 ‘it’도 쓰인다는 게 조선업계의 설명이다. 또한 해군 함정의 경우 여성의 이름보다는 국가 위기 극복에 기여한 남성의 이름이나 지역명을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3월 1800t급 잠수함에 첫 여성 이름을 사용한 바 있다. 이 함정의 이름은 일제강점기 때 만세운동을 주도하다 일제의 고문에 의해 순국한 유관순 열사의 이름을 붙여 ‘유관순함’으로 제정됐다. 이 밖에 여성의 이름을 군함정에 쓴 사례는 미국, 영국, 프랑스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지난 5일 울산 현대중공업에서 열린 ‘홍범도함 진수식’에서 주빈인 정호섭(왼쪽 두번째부터) 해군참모총장과 그의 부인 안미희 여사,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 등이 행사를 지켜보고 있다. 현대중공업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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