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팍팍한 살림에’…보험 깨고 대출 늘고

  • 등록 2016-02-10 오전 11:35:42

    수정 2016-02-10 오전 11:35:42

[이데일리 문승관 박기주 기자] 직장인 김모(36)씨는 최근 전세금을 올려달라는 집주인의 요구에 어쩔 수 없이 보험 3개 중 2개를 해약했다. 실손의료보험만 두고 변액연금보험과 저축보험을 모두 깨버렸다. 김 씨는 두 보험을 중도 해지하면서 각각 300만∼400만원의 원금 손실을 봤다. 김 씨는 “당장 전세금을 올려줘야 하는데 신용대출은 부담이 커 해약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가계 살림이 팍팍해지자 미래와 노후를 위한 안전판인 보험을 깨는 사람이 크게 늘고 있다. 생활비 충당을 위한 마이너스통장 대출과 카드론도 증가하고 있다. 가계경제가 어려움을 겪자 이른바 생계형 해약과 대출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셈이다.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되면서 카드사용도 백화점과 신차구매 등 큰 구매금액이 줄고 슈퍼마켓이나 인터넷쇼핑 등 알뜰구매로 소비자의 소비패턴이 바뀐 것으로 나타났다.

◇생계형 보험해약 빠르게 증가

1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1월말까지 국내 25개 생명보험사의 누적 해약환급금은 모두 16조7937억원으로 지난 2014년 같은 기간(15조6144억원)보다 7.0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 1~11월 해약환급금 규모(15조7774억원)를 넘어선 수준이다.

아직 연간 통계는 집계되지 않았지만 2014년 전체 해약환급금 규모(17조1271억원)는 물론 2008년 규모(17조7885억원)를 넘어 역대 최대 수준이 될 것으로 업계는 분석한다.

10개 손해보험사의 누적 해약환금 규모도 지난해 10월말 현재 5728억원으로 2014년 전체 규모(6130억원)를 넘어설 것이 확실시된다.

전문가들은 오랫동안 보험계약을 유지해오다 가계살림살이가 팍팍해지면서 계약을 해지한 후 목돈을 찾아간 계약자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한다. 이석호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보험 해약사례들을 분석한 결과 실업률 등이 상승하는 경기 침체기에 해약과 효력상실이 같이 늘어나는 경향을 보인다”고 말했다.

◇마이너스통장·카드론 등 대출도 늘어

마이너스통장 대출이 크게 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시중은행의 마이너스 통장 대출 규모는 지난해 8조원으로 2014년 수준(1조9000억원)의 4.2배에 달했다. 2007년(13원) 이후 8년만에 가장 큰 폭의 증가세다. 기준금리 하락으로 대출금리도 낮아지면서 이자 부담이 준데다 가계경제의 어려움으로 생활비 마련을 위한 대출이 늘어난 것으로 해석된다.

카드론 이용액도 증가세다. 융감독원이 지난해 상반기 카드론 이용액을 조사한 결과 17조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14조2000억원)보다 16.5% 늘었다.

김동환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012년 이후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생활비로 쓰는 경우가 많았다“며 ”하지만 최근 들어선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규제가 강화하면서 긴급 자금이 필요한 사람들이 마이너스통장 대출이나 카드론 등을 이용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김완중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자산분석팀장은 “가계부채가 급증하는 가운데 이미 상당수 가구는 원리금을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보험 해지나 약관대출 급증 등은 가계 경제가 한계에 직면했다는 신호”라고 지적했다.

△용어설명

해약환급금: 보험 가입자가 자발적으로 계약을 해약하면 돌려받는 돈으로 보험업계에서는 경기상황을 판단하는 잣대로 활용한다. 노후와 질병 등을 대비하기 위해 가입한 생명보험을 해지했다는 것은 그만큼 가계살림을 꾸려가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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