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th SRE][신평사 letter]신용평가사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

김기범 한국기업평가 대표이사
  • 등록 2019-11-16 오후 2:00:00

    수정 2019-11-16 오후 2:00:00

△김기범 한국기업평가 대표이사
[김기범 한국기업평가 대표이사] 신용평가는 1909년 미국에서 처음 시작되었고, 국내에는 1985년에 도입되었다. 미국은 1930년대 대공황 이후, 국내는 IMF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성장하였다. 대공황과 IMF는 경제사적으로 경제전반에 엄청난 충격을 던져줬던 사건들이고 많은 기업들이 도산하였던 시기이기도 했지만, 자본시장 참여자들로 하여금 기업의 ‘신용위험’과 ‘정보의 비대칭성’에 대하여 관심을 갖게 한 계기가 되었다.

그 후로 상당기간 크고 작은 사회경제적 이벤트들은 있었지만 자본시장 참여자들은 신용평가사의 본질적인 기능인 ‘정보의 비대칭성 해소’에 대하여 신용평가사와 신용등급을 신뢰해왔다. 적어도 2008년 리먼 사태로 촉발된 금융위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러나 2008년 금융위기는 신용평가사에 대한 신뢰를 손상시켰을 뿐만 아니라 신용평가사가 정보의 비대칭성을 오히려 심화시킬 수도 있다는 불만과 불안을 야기시켰다. 이로 인해 EU를 중심으로 신용등급의 활용 범위를 제한하는 논의가 진행되었고, 신용평가사에 대한 규제와 감독도 강화되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한 국내외 신용평가사들의 인식과 대응은 대체로 비슷했던 것 같다. 신용평가의 정확성, 객관성, 투명성 등에 대한 외부의 비판들을 수용하여 평가방법론과 내부통제시스템을 강화하였고, 신용평가의 등급의사결정이나 리서치를 통한 분석의견에 대하여 시장과의 소통을 확대하였다. SRE는 신용평가사와 시장과의 소통에 중요한 촉매제 역할을 하였다고 본다.

2013년 이후에는 규제당국의 목소리가 커졌다. 신용평가사업의 근거법률이 자본시장법으로 이관되었고, 신용평가사에 대한 시장규율 및 감독 강화를 주요 골자로 하는 신용평가시장 선진화 방안이 발표되었다. 이후 금융감독원의 신용평가사에 대한 검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데, 이 역시 규제적, 제도적 측면에서의 소통이며 신용평가사를 진화시키는 동인이기도 하다.

시장과 규제당국과의 소통을 통한 신용평가사들의 발전과 진화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결국 신용평가는 Credit Risk라고 하는 무형의 개념을 측정하고 등급화하고 정보화하는 것이므로, 활용과정에서 다양한 의견과 이견이 형성될 수 밖에 없다. 이러한 다양한 의견과 이견을 방법론과 신용평가에 반영함으로써 신용평가시스템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는 것은 헤겔이 말하는 변증법적 사고와 토마스 쿤이 주장하는 패러다임 전환(Paradigm Shift)의 철학적 접근과 맥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한국기업평가는 이제 신용평가산업 발전을 위한 새로운 동력으로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으로 대변되는 4차 산업혁명의 데이터 분석기법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보다 훨씬 더 많은 데이터를 활용하여 더 정확하게 기업들의 Credit Risk를 측정하고, 분석하고 예측할 수 있는 시스템적 변화가 가능할 것이다. 물론 신용평가의 전 과정을 AI기법 등을 활용한 알고리즘이나 모형으로 대체하는 것이 가능하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그 시점이 언제가 될 지 알 수 없다. 다만 사람이 하는 것보다 더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작동될 수 있는 영역이 분명히 존재할 것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을 듯 하다. 빅데이터와 AI 알고리즘으로 시스템을 고도화시켜 애널리스트들로 하여금 부도위험과 신용위험을 좀 더 정확히 판단하도록 하는 것이 신용평가업을 현재보다 한 단계 발전시키는 방안이라고 생각된다.

※김기범 대표이사는…△The Wharton School of the University of Pennsylvania (MBA) △메리츠종금증권 대표이사 △KDB대우증권(현 미래에셋대우) 대표이사 △현 한국기업평가 대표이사

[이 기고는 이데일리가 제작한 30회 SRE(Survey of credit Rating by Edaily) 책자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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