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종합화학과 사우디아라비아 사빅(SABIC) 간의 고성능 폴리에틸렌 사업 합작 성사가 임박했던 지난해 최태원 SK 회장이 모하메드 알 마디 사빅 전 부회장에게 보낸 옥중 서신 내용이다. SK는 세계 최대의 종합화학기업 중 한 곳인 사빅을 잡으면서 석유화학 분야에서 ‘퀀텀점프(대도약)’를 이룰 수 있는 모멘텀을 마련했다. 최 회장의 전략적 판단과 끈기있는 실행력이 결합된 소중한 결과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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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종합화학과 사빅은 지난 3일 서울 종로구 SK서린사옥에서 ‘넥슬렌’ 생산 및 판매를 위한 합작법인 설립 협상을 완료하고 출범을 공식화했다고 5일 밝혔다. 국내 기업이 세계 2위 화학기업인 사빅과 합작을 성사시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넥슬렌은 SK종합화학이 개발한 고성능 폴리에틸렌의 브랜드명으로, 고부가 필름과 자동차 및 신발 내장재, 케이블 피복 등에 사용된다.
양사는 50대 50의 비율로 출자해 자산 7100억원 규모의 합작법인 SSNC를 싱가포르에 설립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SK종합화학은 울산 넥슬렌 공장(연산 23만t) 자산을 SSNC에 현물 출자하고, 사빅으로부터 5400억원의 현금을 지원받는다.
SK가 메이저 화학기업인 사빅을 1순위 후보로 낙점한 뒤 최 회장은 2011년 3월 중동 출장 기간 중 알 마디 전 부회장을 만나 넥슬렌 기술을 소개하며 협상의 물꼬를 텄다. 그러나 양사는 넥슬렌 기술 가치에 대한 평가, 상업화 이후 공장 증설계획 등에서 이견을 보여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이 때 최 회장이 다시 해결사로 나섰다. 2013년 구속되기 전까지 10여차례 사빅 경영진을 만나 합작 성사에 힘을 보탰다.
알 마디 전 부회장은 최 회장이 보낸 편지에 답신을 보내며 “지난날 우리의 노고가 결실을 맺는 오늘, 역사적인 순간을 함께 하지 못해 안타깝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넥슬렌 사업 시너지 창출 본격화
넥슬렌 등 고부가가치 석유화학 분야는 SK가 그룹 차원에서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육성 중인 사업이다. 여기에 사빅의 가세로 날개를 달개 됐다. 사빅은 지난해 매출 502억 달러(56조원), 순이익 62억 달러(7조원)을 기록한 메이저 업체다. 50개국 이상에서 4만여명의 임직원이 근무 중인 사빅의 네트워크를 활용할 경우 넥슬렌이 시장에 조기 안착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유 사업의 수익성 회복세가 더디게 진행되는 상황에서 석유화학 사업이 SK의 차세대 먹거리로 자리를 잡아야 한다”며 “메이저 업체와의 파트너십 구축에 성공한 만큼 시장 공략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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