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탁주만 우선 적용된 종량세…‘소주’는 어떻게 될까?

술의 양·알코올 도수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는 ‘종량세’ 도입
‘서민 술 가격 오른다’…소주 업계 반발로 증류주 우선 제외
화요 등 전통 증류주 “종량세 확대해야 ‘주세 형평성’ 맞아”
기재부 “소주·전통주 등은 구체적 계획 없어, 향후 전환 검토”
  • 등록 2019-06-16 오후 3:04:35

    수정 2019-06-16 오후 3:04:35

[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맥주·막걸리는 종량세로, 소주와 증류주 등 다른 주종은 종가세로 이분되면서 ‘세제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5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주류 과세체계 개편 방안’에 따라 맥주와 탁주는 출고가에 따라 세금을 내는 종가세에서 양과 알코올 도수를 기준으로 하는 종량세로 전환된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맥주는 리터(ℓ)당 830.3원, 탁주는 ℓ당 41.7원의 세금이 붙는다.

소주와 증류주, 약주와 청주, 과실주 등 다른 주종은 향후 업계 의견을 수렴해 전환 가능성을 검토할 예정이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한 고객이 소주를 고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소비자가 상승·WTO 규정…소주, 종량세 적용 어려운 이유는?

소주 역시 종량세 전환 검토 대상이었지만 ‘서민 술 가격이 오른다’는 업계 반발로 이번 개편안 적용대상에서 제외됐다.

현재 소주 시장은 ‘참이슬’, ‘처음처럼’과 같은 희석식 소주가 전체의 99%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도수에 비해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소주에 종량제를 도입하면 세금이 올라 업계와 소비자의 반발이 우려된다는 것이 일반 소주 업계의 주장이다. 반대로 종가세 기준 72%의 세율을 적용하던 고가 위스키의 경우 세금이 낮아지는 효과를 얻는다.

기재부는 이런 업계의 주장을 받아들여 소주에 붙는 세금을 올리지 않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현행 주세법상 소주는 위스키, 브랜디, 일반증류주, 리큐르 등과 함께 ‘증류주’로 분류하고 있기 때문에 어느 하나를 따로 떼어 차등 세율을 적용하기가 쉽지 않다. 증류주에서 소주만 따로 떼어내 세금을 적게 매기는 건 세계무역기구(WTO) 규정 위반이 된다. WTO는 한국이 지난 1999년 소주에 35%, 위스키에 100% 세율을 차등 적용한 것에 대해 협정에 위배된다고 판단한 바 있다. 종가세 기준 증류주에 붙는 주세율이 72%로 동일한 이유다.

소주의 가격 변동 없이 종량세를 적용하려면 알코올 도수로 기준점을 잡으면 된다. 기재부로부터 연구용역을 받은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소주를 포함한 증류 주류의 종량세를 ‘1ℓ당 21도=947.52원’으로 세금을 매기는 방법을 제시했다. 알코올 도수 1도마다 45.12원씩 오르게 한다면 기존 소주 세금과 큰 변동이 없을 것이라는 연구 결과다. 그러나 이 방법도 위스키 등 다른 주종의 세금까지 낮아지기 때문에 섣불리 적용하기 어렵다.

기재부 관계자는 “증류주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없고 맥주, 탁주에 종량세를 적용한 이후 효과나 음주문화 변화, 업계 의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세율 같은 부분을 다시 검토해봐야 한다”면서 “WTO 규정 때문에 주류 분류와 관계없이 차등 과세는 할 수 없고 통상적인 문제까지 고려해 신중하게 결정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소비자들이 대형마트에서 술을 고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소주 업체 “서민 술 고려해야” vs 위스키·증류주 “반쪽짜리 개편”

희석식 소주를 주요 상품으로 취급하는 하이트진로, 롯데주류 등 대형 제조업체들은 일단 소주를 제외한 종량세 도입 결정에 안도하는 분위기다.

소주 업계 관계자는 “일반 소주는 서민들이 마시는 술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면서도 “대부분 업체들이 프리미엄 증류주 라인을 갖춘 상태에서 세율 변경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조심스럽다”고 전했다.

또 다른 소주 제조업체 관계자 역시 “여론을 고려해야 하는 정부입장에서 소주 가격을 올리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면서 “희석식 소주, 예를 들면 21도 선에서 기준을 두고 도수에 따라 차등 적용하는 방향으로 타협점을 찾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말했다.

현재 종량세 체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국 중 30개국이 도입하고 있다. 한국·칠레·멕시코 등 5개 나라만 종가세 방식을 채택하고 있고, 미국·영국·독일 등 다른 국가는 대체로 종량세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종가세와 종량세를 혼합해 적용하고 있는 나라도 있다. 호주는 와인 종가세에 나머지 주종을 종량세로, 터키와 비(非) OECD 회원국인 중국은 맥주를 종량세로 나머지 주종을 종가세로 적용하고 있다.

반대로 화요 등 전통 증류식 소주, 전통주 업체들은 종량세를 전 주종을 대상으로 확대하는 것이 ‘주종 간 형평성’에 맞다고 주장한다.

일각에서는 소주만 종가세 체제를 적용하는 것은 소주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는다고 지적한다. 종가세 체계에선 고급 소주일수록 세금 부담도 커 가격 경쟁력이 뒤처져지기 때문에 신제품 개발에 소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증류주 업체 관계자는 “맥주, 탁주가 종량세로 전환되었으니 다른 주종으로 확대되는 것은 시간문제이나 형평성을 고려해 모든 주종으로 가까운 시일 내에 적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가격에 세금을 매긴다고 했을 때 품질 좋은 신제품을 계속해서 만들어 낼 여력이 있는 회사가 없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한국 토종 술은 저렴한 소주와 맥주 밖에 남지 않게 될 것”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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