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서 인공눈물 팔겠다더니..손발 안맞는 식약처와 제약사

[이데일리 천승현 기자] 정부가 2년 전 ‘인공눈물’의 약국판매를 허용했지만 여전히 단 1개 품목도 약국에서 팔리지 않고 있다. 제약사들이 의사들의 눈치를 보느라 약국공급을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인공눈물 약처럼 효능에 따라 전문약과 일반약으로 모두 판매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시행중인 동시 분류제도가 오히려 환자들의 혼선만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최근 제약업체들에 ‘히알루론산나트륨 0.1%·0.18% 점안제’의 일반의약품 생산·공급에 협조해달라고 요청했다. 식약처 측은 “제약사들이 히알루론산나트륨 성분의 인공눈물을 약국에 공급하고 있지 않아 소비자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공눈물 시장 1위 ‘티어린프리’(사진: 디에이치피코리아 홈페이지)

히알루론산나트륨은 인공눈물로 불리는 ‘눈의 습윤’ 목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의약품이다. 연간 약 110억원의 시장 규모를 형성 중이다. 기존에는 이 제품이 전문약으로 분류돼 인공눈물 목적으로 사용하려면 의사의 처방이 필요했다.

그러나 식약처는 지난 2012년 히알루론산나트륨 0.1%와 0.18%의 효능 중 인공눈물만 일반의약품 용도로 분류 체계를 변경했다. 다만 이 제품의 효능 중 ‘각결막상피장애’의 치료 용도로 사용하려면 종전처럼 의사 처방을 받도록 했다.

제약사들은 허가 변경을 통해 ‘일반의약품’ 표기를 하고 약국에 공급하면 된다. 하지만 총 42개 제품 중 일반약으로 허가받은 제품은 태극제약의 ‘히알로스점안액’ 1개 뿐이다. 이 제품도 현재 공급이 이뤄지지 않고 있어 약국에서 ‘히알루론산나트륨’ 성분의 인공눈물은 찾을 수 없다는 얘기다.

제약사들은 공통적으로 “일반의약품으로 약국에 공급해도 시장성이 크지 않다고 판단, 일반약 판매를 포기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속내는 ‘일반의약품으로 판매할 경우 의사들의 눈 밖에 날 수 있다’는 우려가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전문약과 일반약의 분류 체계는 의사와 약사들의 대표적인 밥그릇 다툼 영역이다. 의사들은 처방이 필요한 전문약이 많을 수록 유리하다는 입장이고, 약사들 입장에선 약국 판매약이 매출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지난 2012년 식약처는 의약분업 시행 이후 처음으로 재분류 절차에 착수, 전문약 207개는 일반약으로, 일반약 267개는 전문약으로 각각 전환됐다. 이때 히알루론산을 포함한 4개 성분은 처음으로 효능에 따라 전문약과 일반약 두 가지로 분류하는 동시분류가 적용됐다.

이에 대해 식약처가 의사와 약사들의 눈치에 동시분류라는 어정쩡한 제도를 채택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당시 식약처는 긴급피임약을 전문약에서 일반약으로 전환한다는 ‘과학적 판단’을 내리고도 종교단체 등 일부 여론의 반대에 부딪혀 백지화하기도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동시분류 제품의 경우 처방받아야 하는 효능도 약국에서 구매가 가능하기 때문에 애초부터 허점이 많았다”면서 “정부가 전문가들 눈치를 보느라 과학적 판단과 어긋나는 결정을 하면서 결국 피해는 기업과 소비자들이 입게 됐다”고 꼬집었다.

식약처 관계자는 “히알루론산을 제외한 다른 동시분류 제품은 약국에서 판매되고 있다”면서 “일반약 신규 허가 신청시 신속하게 허가·신고가 이뤄지도록 조치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