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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의 골목대장 장진우를 만난 건 그가 운영하는 빵집 ‘프랭크’에서다. 테이블이 달랑 하나 뿐인, 간판도 없는 가게 ‘장진우 식당’을 시작으로 그가 운영하는 가게는 4년 사이 10개(‘장진우 다방’ ‘방범포차’ ‘경성스테이크’ ‘문오리’ ‘장진우 국수’ ‘그랑블루’ 등)로 늘었다.
국악과 사진을 전공하고 사진작가와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활동하다가 창업의 길에 들어선 독특한 이력만큼이나 그가 운영하는 가게들은 개성이 넘친다. 어느 누가 10평(33㎡) 남짓한 공간에 손님 8명이 들어가면 꽉 차는 ‘원 테이블’을 두고 음식 장사를 시작할 수 있을까. 제주도가 콘셉트인 문오리에선 소주도 ‘한라산’만 판다. 빵집 프랭크의 인기상품 ‘무지개롤’은 장진우 거리의 ‘허니버터칩’이다. 하루에 두 번 정해진 시간에 소량만을 만들어 파는 탓에 돈 주고 사먹기도 쉽지 않다.
그의 장사 밑천은 돈이 아닌 아이디어였다. 그는 장사꾼이지만 가게의 콘셉트와 선보일 요리를 정하는 일부터, 실내 인테리어 등도 직접 한다. 말하자면 ‘공간 디렉터’다. 장진우는 이곳에서 모닝커피를 마시고, 디저트를 먹으며, 재즈공연을 보면서 친구들과 술잔을 기울인다. 거리 하나를 통째로 자신의 놀이터로 만들어버렸다.
그가 다음 행선지로 삼은 곳은 제주다. 게스트하우스 숙박업체 토리코티지와 손을 잡고 제주에 그의 취향이 녹아든 펜션을 짓기로 했다. 10년 동안 방치돼 있던 폐가를 고쳐 만든 토리코티지의 첫 번째 프로젝트 ‘토리코티지X카레클린트’만큼이나 특색 있는 공간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일본 온천마을의 료칸을 떠올리면 될 것 같아요. 제주 자연을 벗 삼아 온천욕도 하고, 그곳에서 나는 식재료들로 맛있는 음식도 만들어 선보일 생각입니다.”
장진우는 자신뿐만 아니라 친하게 지내는 주변 사람들 모두를 “또라이(제정신이 아닌 사람을 뜻하는 속어)”라고 칭했다. 기존의 방식대로, 논리적으로 사고하고 판단해 사업을 했으면 결코 성공할 수 없었다는 뜻이다.
그는 사업을 하며 돈만 쫓고, 문화 없이 개발에만 혈안이 된 획일화된 사회에 경종을 울리고 싶다는 말도 했다. 그는 스스로를 “사진 찍는 장사꾼”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장사꾼에게도 철학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진우의 철학은 손님에 앞서 주인이 행복하고 즐거운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그는 20대 성공한 사업가로서 제2의 장진우를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성공하고 싶다면 머리를 쓰지 말고 마음을 쓰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