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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박기주 기자] “국민의 노후자금을 관리하는 국민연금을 정부가 이리저리 틀어쥐려고 하면 안됩니다. 정부가 이를 관리하려는 마음을 조금만 내려놓아도 많은 문제점이 해결됩니다.”
국민연금은 대우조선해양 채무조정 의사결정 과정과 제일모직-삼성물산의 합병 관련 문제 등 굵직한 현안에서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였다. 각각 문제는 다르지만 본질은 같다. ‘국민 노후 책임’이라는 국민연금의 본연의 역할과 정부의 산하 단체로서의 역할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놓였던 것이다.
이에 국민연금 기금운용의 독립과 관련된 논란이 뜨겁게 벌어지고 있다. 정부(보건복지부)가 국민연금의 최종 콘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있는 이상 정치적 리스크는 끊임없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데일리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독립의 방향과 과제’라는 주제로 좌담회를 개최해 해법을 모색했다. 이민주 이데일리 IB마켓부 부장의 사회로 열린 좌담회에는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 겸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민간위원장과 김병덕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전 미국 미네소타대 교수)이 참석했다.
독립성 부재로 변질된 기금운용본부
이민주 부장(이하 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독립과 관련한 논의가 각계각층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가장 큰 현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요.
김병덕 선임연구위원(이하 김)= 따로 공사를 만들어 기금운용본부를 독립시키자는 의견도 있고 현재 구조에서 감사 형태만 조금 바꾸자는 의견도 있습니다. 하지만 프라이빗한 성격(독립기금운용본부)을 가미한 정도로 독립시키는 것이 필요합니다. 지금까지 여러 곳에서 기금운용본부의 투명성 강화를 주장해왔는데 실질적으로 자산운용이라는 업은 공사에서 맡기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캐나다 공적연금운용위원회(CPPIB)를 벤치마크할 필요가 있습니다. 캐나나 공적연금(CPP)는 국민연금과 유사한 딜레마를 갖고 있었고 CCPIB를 떼어내 프라이빗하게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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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금운용본부 독립은 정치권 욕심 막을 수 있는 해법”
이= 결국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독립된 조직으로 분리돼야 그동안 제기됐던 정치적 입김 등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보는 건지요. 국민연금 기금고갈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할까요.
윤= 기금운용본부가 독립돼 운용에 특화된 전문가들을 불러오고 이에 합당한 대우(임금)를 해주면 충분히 변화할 수 있다고 봅니다. 조금이라도 기금운용에 영향을 끼치고 싶어하는 정치권의 욕심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겁니다. 일각에서는 어떻게 소중한 국민의 노후를 금융에서 책임지려고 하느냐고 하는데 전문가에게 맡기는 것이 가장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고 봅니다.
연금보험료 낼 사람은 줄고 받을 사람이 많아지고 있는 구조여서 기금고갈에 대한 해법을 도출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1%라도 수익률을 높이는 처절한 노력을 해야 합니다. 정부가 국민연금을 통해 재벌을 규제하는 등 정책목표를 달성하겠다는 생각을 제발 버렸으면 합니다. 어쨌거나 돈을 잘 벌 수 있는 구조로 가는 것이 기금고갈의 해법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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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금운용본부의 독립은 기금고갈 문제도 어느 정도 대처할 수 있습니다. CCP도 비슷한 문제가 있었는데 기존의 자산운용 성적만으로는 커버가 안된다는 판단 아래 프라이빗한 조직을 만든 겁니다.
정부는 독립된 CCPIB에게 맨데이트(권한)를 줬습니다. 수익률 약 10% 정보를 커버하라는 가이드라인 외에는 자율성을 부여한 겁니다. CCPIB는 최고투자책임자(CIO)의 임기 제한도 없고 인사·보상위원회 등에서 어떤 사람을 뽑을지 어떤 보상을 부여할지를 자체적으로 결정합니다. 물론 이 사실이 공표가 되고 감시하는 시스템이 있긴 하지만 그 방법에 대해선 관여하지 않는 겁니다. 독립적인 시스템이 중장기적으로 좋은 성과를 낸다는 것이 자산운용업계의 대체적인 의견입니다.
이= 프라이빗한 조직이라는 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뜻인지요.
김= 지금 국민연금은 CIO 등 주요 인사를 돈을 많지 주고 뽑을 수 있는 환경이 아닙니다. CCPIB 내에는 보상위원회가 있는데 어떤 수준의 임금을 주고 뽑을지 결정하게 됩니다. 사장보다 더 많은 돈을 받는 펀드매니저를 데려올 수도 있다는 겁니다. 프라이빗한 구조는 이러한 의사결정 과정에 정부가 관여하지 않는 겁니다.
CCPIB는 소수 정예 위주로 아주 잘하는 전문가들을 영입하는 스타일입니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예산을 짜는 사무관들이 이런 의사결정을 하고 있기 때문에 전문성이 없고 시장과 괴리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능력 80%밖에 못 발휘하는 국민연금, 100% 발휘할 수 있는 구조 만들자”
이= 두 분이 말씀하시는 대로 조직이 개편되면 국민연금의 수익률이 지금보다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하는지요. 삼성물산 합병 등에서 나타난 정치적 외압은 과연 없어질 것이라고 생각하는지요.
김= 삼성물산 사태에 국민연금이 의결권을 행사하거나 하는 것은 확실히 없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번 사태는 의결권 전문위원회에 물어보거나 하는 과정 없이 자체적으로 결정됐습니다. 독립성이 강화되면 하부위원회에서 적절한 판단이 이뤄질 것이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발생할 수 없습니다.
사실 수익률 개선은 장담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국내외 연구를 보면 좋은 관리 구조(Governance Structure)를 가진 연기금이 좋은 수익률을 기록한다는 결과가 있습니다. 확률상 수익률이 높아질 것이라는 겁니다. 적어도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봅니다.
이= 기금운용본부를 독립하는 것이 아니라 현 체제로 두고 감사 기능을 강화해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목소리도 많은데요.
윤= 기금을 운용하는 입장에서는 감사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은 것이 좋습니다. 지금도 국회나 감사원 등 감사가 충분히 이뤄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감사를 잘하면 돈을 잘 번다’는 내용에 대해선 선뜻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투명성을 강조하는 건 쉽지만 그것만으로 돈을 잘 벌 수 있느냐는 다른 문제입니다.
대표성을 강조하다 보면 전문성이 떨어집니다. 시민단체 등에서 추천한 사람들이 기금운용 의사결정 구조 곳곳에 포진돼 있는데, 금융에 대한 기초적인 개념이 없는 인사들도 많습니다. 대표성에 집착해 구색을 갖춘 이 체제가 돈을 잘 벌고 있는 것이 신기할 정도입니다. 100할 수 있는 것을 80밖에 못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국민연금의 본질인 ’돈 벌기‘를 최상위에 놓고 명분보다는 실리를 강조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합니다.
이= 결론적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요.
윤= 보건복지부(정부) 산하에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있다보니 자꾸 복지 논리로 기금을 운용하려고 합니다. 국민연금을 서민 복지를 위해 써야 하지 않냐는 논리고 있고 사회 책임 투자를 말하기도 합니다. 심지어 정치인들도 선거 공약으로 국민연금 활용을 거론하기도 합니다. 이는 보건복지부 산하에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일이다. 철저하게 수익의 논리로 가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