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금융지주 고위관계자의 하소연이다.
지난 2012년 농협중앙회의 사업구조개편(신·경 분리)을 결정한 이후 정부는 사업구조개편에 필요한 자금 중 부족분 5조원을 지급하기로 하고 이 중 5000억원을 현물 출자하기로 했다. 하지만 아직 감감 무소식이다.산은이 지난 30일 이사회를 열어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주식 5000억원을 현물 출자하기로 결의한 것과 비교되는대목이다. 산은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주식을 출자하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세금 문제가 불거지면서 KAI 출자로 방향을 전환했다. 5000억원의 출자를 받으면 수은의 BIS비율은 0.35% 가량 높아진다.
하지만 농협의 사정은 더 암울하다. 5년전 약속한 현물출자 1조원 중 약 5000억원이 관계부처와 기관간 이견 등으로 지연되고 있다. 현물 출자하겠다고 언급한 5000억원도 정부기관인 도로공사 주식이다. 비상장사인 도로공사 주식은 매각이 어렵고 배당률도 떨어진다.
농협은 조선·해운업종 구조조정의 ‘덫’에 단단히 걸리면서 부실이 급증하고 있다. 올해 농협은행이 쌓아야 할 충당금만 2조원에 달할 것이란 추산이 나온다. 더 큰 문제는 부실 징후가 큰 기업 여신이 많다는 데 있다. 지난 3월 법정관리를 신청한 중소 벌크선사 창명해운이 대표적이다. 창명해운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농협은행은 1분기에만 충당금 1944억원을 쌓았다.
지난해 12월 산업은행이 STX조선에 신규 자금 4530억원을 지원하는 안건을 올렸을 때 우리·신한은행 등은 “추가 지원에 동의할 수 없다”며 채권단에서 빠졌다. 농협은행은 별다른 문제 제기 없이 산은 의견에 동의했다.
농협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정부 방침을 쉽게 뿌리치지 못해서다. 부실기업 여신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탓에 농협은행의 올해 수익성과 건전성은 크게 나빠질 전망이다.
“경제사업 분리 계획은 원래 농협경제지주가 충분한 자본금을 확보했다는 점을 전제로 만들어졌다. 분리작업에 성공하기도 어렵지만 분리를 마친다고 해도 농협금융과 경제사업이 모두 자생력을 갖고 성공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