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인사이드]"농협인 게 죄죠"

정부의 5년전 5000억원 현물 출자 약속 공염불
산은, 수은에 KAI주식 5000억원 출자와 비교
  • 등록 2016-05-31 오전 9:17:52

    수정 2016-05-31 오전 9:17:52

[이데일리 문승관 기자]“산업은행이 수출입은행에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주식 5000억원을 현물 출자하기로 했는데 우린 5000억원 현물출자 결정이 나오기만을 5년이나 기다렸어요. 근데 수은에 먼저 해주네요. 씁쓸하죠. 농협인 게 죄죠.”

농협금융지주 고위관계자의 하소연이다.

지난 2012년 농협중앙회의 사업구조개편(신·경 분리)을 결정한 이후 정부는 사업구조개편에 필요한 자금 중 부족분 5조원을 지급하기로 하고 이 중 5000억원을 현물 출자하기로 했다. 하지만 아직 감감 무소식이다.산은이 지난 30일 이사회를 열어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주식 5000억원을 현물 출자하기로 결의한 것과 비교되는대목이다. 산은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주식을 출자하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세금 문제가 불거지면서 KAI 출자로 방향을 전환했다. 5000억원의 출자를 받으면 수은의 BIS비율은 0.35% 가량 높아진다.

하지만 농협의 사정은 더 암울하다. 5년전 약속한 현물출자 1조원 중 약 5000억원이 관계부처와 기관간 이견 등으로 지연되고 있다. 현물 출자하겠다고 언급한 5000억원도 정부기관인 도로공사 주식이다. 비상장사인 도로공사 주식은 매각이 어렵고 배당률도 떨어진다.

애초 정부는 현물 출자 1조원 가운데 정책금융공사 보유 주식 중 산은 주식 5000억원어치와 도로공사 주식 5000억원 어치를 제공할 예정이었으나 정금공은 산은에 통합되면서 없던 일이 됐고 그나마 도로공사 주식만 남게 된 거다. 이 관계자는 “도로공사 주식이라도 받으면 5000억원을 중앙회에 주고 금융지주가 주식을 보유하게 된다”며 “그나마 BIS(국제결제은행)자기자본비율이라도 오를 텐데 착잡하다”고 했다.

농협은 조선·해운업종 구조조정의 ‘덫’에 단단히 걸리면서 부실이 급증하고 있다. 올해 농협은행이 쌓아야 할 충당금만 2조원에 달할 것이란 추산이 나온다. 더 큰 문제는 부실 징후가 큰 기업 여신이 많다는 데 있다. 지난 3월 법정관리를 신청한 중소 벌크선사 창명해운이 대표적이다. 창명해운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농협은행은 1분기에만 충당금 1944억원을 쌓았다.

지난해 12월 산업은행이 STX조선에 신규 자금 4530억원을 지원하는 안건을 올렸을 때 우리·신한은행 등은 “추가 지원에 동의할 수 없다”며 채권단에서 빠졌다. 농협은행은 별다른 문제 제기 없이 산은 의견에 동의했다.

농협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정부 방침을 쉽게 뿌리치지 못해서다. 부실기업 여신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탓에 농협은행의 올해 수익성과 건전성은 크게 나빠질 전망이다.

정부는 농협에 대한 현물출자 논의를 사실상 중단한 상황이다. 지속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지만 현재로서는 농협에 현물 출자안 자체가 논의의 대상에 오르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농협금융의 암울한 상황 언제 개선될지 ‘안갯속’이다. 농협개혁위원장을 역임했던 김완배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이렇게 지적한다.

“경제사업 분리 계획은 원래 농협경제지주가 충분한 자본금을 확보했다는 점을 전제로 만들어졌다. 분리작업에 성공하기도 어렵지만 분리를 마친다고 해도 농협금융과 경제사업이 모두 자생력을 갖고 성공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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