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어느 중소기업 여사장과 김상조

  • 등록 2017-05-24 오전 8:23:59

    수정 2017-05-24 오후 5:55:48

[이데일리 류성 벤처 중기부장] “아파트 베란다에 서서 뛰어내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죽음을 그토록 심각하게 생각한 적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최근 사석에서 만난 한 중소기업 여사장의 고백이다. 그는 창업후 30여년간 회사를 성장가도에 올려놓은 잘나가
는 기업인으로 통하지만 속은 까맣게 타들어간다. 이 회사는 국내굴지 대기업들에 부품을 납품한다. 그의 사연은 이랬다. 얼마전 이 회사가 납품하는 한 대기업 구매담당자가 호출하더란다. 부랴부랴 찾아가보니 입사 1년도 안된 신참이 자신을 회의실로 데리고 갔다. 이어 사소한 꼬투리를 잡으며 반말에 인격모독 발언까지 서슴지 않고 그를 몰아세웠다.

회사에 돌아와 생각해보니 아들뻘도 안되는 어린 사원한테 당한 일이 너무도 억울했다. 한번이면 어떻게 참아보려 했는데 그 신참은 한달새 세번이나 불러내 같은 이유로 그를 괴롭혔다. 나중에 알고보니 이 직원은 그를 군기잡기 차원에서 닥달했다고 한다. 군기를 꽉잡으면 하청업체 납품단가를 마음대로 후려칠수 있고,때마다 각종 상납까지 받을수 있어 이같은 대기업의 하청업체 ‘갑질’은 줄기는커녕 더욱 교묘하게 진화한다는 게 중소기업들의 공통된 하소연이다.

‘일자리 창출과 재벌개혁’.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초부터 벼르고 있는 대표적 국정과제다. 이 두 문제는 서로 연관이 없어 보이지만 내용은 일맥상통한다. 문 대통령은 일자리 창출 문제만큼은 직접 챙기겠다며 일자리위원회를 신설하고 본인이 위원장직도 맡았다. 재벌개혁을 위해서는 ‘재벌 저격수’로 알려진 김상조 한성대 교수를 공정위원장에, 장하성 고려대 교수를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각각 내정했다.

문 대통령은 공공기관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하지만 한계는 분명하다. 355곳 공공기관 일자리는 28만개에 불과하다. 이에 비해 대기업 일자리 규모는 이보다 7배 많은 193만명, 중소기업은 무려 50배가 넘는 1402만명에 달한다. 문재인 정부는 공공부문의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바람이 민간기업으로 확대되길 원할테지만 이것또한 현실적으로 한계가 많다. 요컨대 일자리 창출의 성패는 중소기업에서 얼마나 많은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낼수 있느냐가 결정하는 구조다.

하지만 현실은 중소기업에서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기란 쉽지 않다. 중소기업 근로자 월평균 임금은 294만원으로 대기업 근로자(485만원)의 60%수준이며 이마저 갈수록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청년들이 중소기업 취업을 기피하는 근본 이유다. 중소기업 이익이 대기업보다 작다 보니 임금격차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그 뒤에는 대기업의 중소기업 납품단가 후려치기,인력 빼가기,기술탈취 등 각종 ‘갑질’이 자리한다는 게 중소기업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결국 전체 일자리 88%를 창출하는 중소기업계가 좋은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어 낼수 있게 하려면 대기업의 갑질관행부터 혁파해야 한다. 그래야 중소기업이 정당한 이익을 보장받을수 있고 이는 임금상승으로 이어진다.김상조 공정위원장 내정자는 재벌개혁의 핵심은 대·중소기업이 공정하게 경쟁할수 있는 기업환경구축이 되어야하며 새 정부의 일자리창출 과제도 이를 전제해야만 이뤄낼수 있다는 점을 각인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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