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 살릴 ‘골든타임’ 놓칠라...政, 복합쇼핑몰 ‘강제 다이어트’ 시작

월 2회 의무휴업 복합쇼핑몰로 확대
신세계·롯데 "입점사·소비자 피해받는다" 반발에
참여연대 "골목상권 살리는 게 더 시급" 맞불
최저임금 상승에...전문가 ''규제 속도조절'' 필요
  • 등록 2017-07-23 오전 11:56:28

    수정 2017-07-23 오전 11:56:28

[이데일리 박성의 기자] “오죽했으면 그랬겠나. 더 이상 ‘돈의 논리’로는 골목상권을 살릴 수 없다.”

최인숙 참여연대 민생팀장은 문재인 정부가 의무휴업 규제 대상을 기존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 뿐 아니라 복합쇼핑몰까지 확대한다고 밝힌 데 대해 “영세상인을 살리기 위한 불가피한 조처”라며 “규제가 없다면 유통기업의 거대화 앞에 골목상권은 붕괴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패션·의류부터 식음료, 문화산업을 한 데 모은 복합쇼핑몰 건립에 정부가 ‘브레이크’를 걸지 않는다면, 골목상권을 살릴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주장이다.

政·소상공인協 “이렇게라도 안 하면,,,”

다음달 문을 여는 신세계그룹의 ‘스타필드 고양’ 내부 조감도. 대표적인 복합쇼핑몰로 정부 규제안이 통과되면 월 2회 문을 닫아야 한다. (사진=신세계그룹)
23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앞으로 대형마트와 에스에스엠(SSM)에 대해서만 적용하고 있는 월 2회 의무휴업 등 영업규제 대상을 복합쇼핑몰까지 확대한다. 복합쇼핑몰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지 등 세부안은 확정짓지 않았다. 다만 정부가 시장에 유통기업의 성장을 제한하겠다는 강한 ‘사인’을 던진 셈이다.

김상조 공정위원장이 재벌개혁감시단장으로 몸 담았던 참여연대는 19대 대선시절부터 정부 차원의 ‘소상공인 보호 강화’를 시민단체 일선에서 강조해왔다. 문재인 대통령이 복합쇼핑몰 규제 강화안(案)을 내놓자 ‘적극 찬성’ 입장을 낸 것도 이 때문이다. 참여연대는 “대형 유통업체들의 무분별한 골목상권 진출로 영세업자들이 생존의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주장한다.

최인숙 민생팀장은 “경제가 어렵다고 하지만 재벌 유통기업은 해마다 매장을 늘리며 커 나가고 있는 상황”이라며 “유통기업의 문어발식 확장이 골목상권을 갉아먹고 있다”고 진단했다. 법으로 가이드라인을 만들지 않고서야, 유통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탈 행위를 막을 방법이 없다는 얘기다.

이 같은 주장에 신세계와 롯데, 현대백화점 등이 반기를 들고 나섰다. 이들은 △복합쇼핑몰 대부분이 도심과 떨어져 있기 때문에 골목상권과 무관하다는 점 △쇼핑몰 입점사 매출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점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한다는 점 등을 근거로 정부의 복합쇼핑몰 규제안이 불합리하다고 주장한다.

유통사 한 관계자는 “복합쇼핑몰을 단순히 마트나 백화점과 비교하는 것은 곤란하다. 하나의 위락공간으로서 놀이공원이나 야구장 같은 엔터테인먼트 시설과 경쟁하고 있다”며 “즉, 쇼핑 뿐 아니라 휴식을 위해서 찾는 공간인 복합쇼핑몰을 규제해봐야, 소비자들이 전통시장 등으로 발길을 돌릴 가능성은 적다. 쇼핑몰에 입점한 소상공인만 애꿎은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최 팀장은 “매출확대에 집중하던 기업이 (규제안이 발표되자) 갑자기 소비자와 입점상인을 앞세워 반대논리를 펴고 있다”고 했다. 이어 “복합쇼핑몰은 마트와 백화점을 합친 유통시설이다. 입지와 상관없이 주변 10km 이내 상권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며 “자영업자와 소비자가 피해를 입을 수 있지만, 이에 대한 대안책을 수립하는 것과 골목상권 붕괴를 막는 일은 사안의 시급성 면에서 ‘중량감’이 다른 주제”라고 선을 그었다.

규제 일변도는 우려...“신규 고용 축소할 수 있어”

정부 역시 참여연대과 같은 논리를 펴고 있다. 유통기업의 피해를 감안하기에는 영세상인들이 체감하는 생계위협이 심각한 수준에 이렀다는 분석이다. 지난 11일 중소기업중앙회가 발표한 ‘복합쇼핑몰 진출 관련 주변상권 영향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중소유통업자ㆍ소상공인의 66.3%가 복합쇼핑몰 진출로 인해 점포경영이 ‘나빠졌다’고 응답했다. 복합쇼핑몰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으로는 응답자 49.3%가 ‘복합쇼핑몰의 상권독점으로 지역상권이 무너질 것’을 우려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정부가 ‘규제 일변도’ 자세를 취할 경우, 유통기업이 계획한 고용확대 정책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고 지적한다. 신세계그룹은 2014년 ‘비전 2023’을 통해 10년간 17만명을 고용하겠다는 목표를 밝힌 바 있다. 롯데는 향후 5년간 7만명을 신규 채용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내년부터 최저임금이 상승해 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가중됐다. 유통기업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 정도의 규제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김보원 카이스트 경영대 교수는 “기업이 벌어들이는 돈이 적어지다 보면 기존 시설과 인력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 신규 고용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라며 “정부가 규제 외에 기업이 받는 피해를 보전해 줄 수 있는 대안책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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