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현대제철, 내진용 강재로 불황 뚫는다..R&D·생산 '원스톱'

불순물 뺀 쇳물, 압연 거쳐 내진용 후판 변신
당진 기술연구소, 내화 성능 더한 강재 개발
초고층 빌딩 건설에 적극 활용..수익성 제고
  • 등록 2017-04-30 오전 11:33:03

    수정 2017-04-30 오후 1:38:00

현대제철 당진 후판공장에서 슬래브가 압연 과정을 거치면서 내진용 후판 제품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현대제철 제공.
[당진(충남)= 이데일리 성문재 기자] 두께 250mm 슬래브(Slab)가 마찰음을 내며 거대한 롤 2개 사이를 20여번 왔다갔다 하자 두께 15mm의 후판으로 변신했다. 1개의 슬래브가 3장의 후판으로 다시 태어나면서 길이는 슬래브 때보다 5배 정도 늘어났다. 두께 300mm, 폭 2200mm, 길이 4500mm의 슬래브가 압연 과정을 거치면서 고객의 요구에 맞게 다양한 사이즈의 내진용 후판으로 만들어지고 있었다.

지난 27일 찾은 현대제철(004020) 당진제철소 후판공장은 뜨거운 열기만큼 내진용 강재 생산에 여념이 없었다. 지난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한반도에도 크고 작은 지진이 빈번히 일어나면서 건축물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제 건물을 지을 때 내진 설계 적용 및 내진용 강재 사용이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판매량도 증가했다. 개발 초기인 2006년 400t에 불과했던 SHN(건축구조용 열간압연 H형강) 판매량은 2014년 27만9000t에서 2016년 58만9000t으로 2년새 2배나 증가했다.

불순물 빼고 온도 조절..내화 성능까지 겸한 강재 개발

내진(耐震)용 강재는 말그대로 지진을 견디는 성능을 갖춘 제품이다. 일반적으로 강재(Steel)는 콘크리트에 비해 잘 늘어나는 성질(연성, 延性)을 갖고 있다.따라서 지진과 같은 외력에 대해 저항하는 성능이 높아 건물 전체가 구조적으로 충격을 흡수하면서 붕괴를 지연시켜 대피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내진용 강재는 후판, H형강, 원형강관, 철근 등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건설용 강재와 종류는 같다. 소재와 공법에 차이를 줌으로써 일반 강재가 생산되는 공장에서 선택적으로 생산할 수 있다.

소재 측면에서는 애초에 철광석을 녹여 쇳물을 만들고 제강하는 과정에서 불순물인 인(P)과 황(S)을 많이 제거하는 게 중요하다. 일반 제품보다 인과 황의 함량을 절반 이하로 통제해야 철강 고유의 연성을 보다 높일 수 있다. 공법 측면에서는 압연 과정에서 온도 조절 등을 통해 내진 성능이 잘 유지될 수 있도록 제어한다.

최원규 현대제철 제품개발기획팀 차장은 “내진용 강재의 연구개발(R&D)은 현대제철 심장부인 ‘기술연구소’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후판공장에서 생산된 내진용 후판 모습. 현대제철 제공.
지난 2007년 완공한 기술연구소는 내진용 강재에 대한 이론적인 연구부터 모사실험과 환경 평가 등이 진행중이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품질에 대한 철학과 의지의 산물인 기술연구소는 흔히 ‘현대제철의 심장’으로 비유된다. 총 500여명의 연구원들이 각종 강재 R&D에 힘을 쏟고 있다.

최원규 차장은 “H빔, 철근, 플레이트, 각관 등 건축에 사용되는 4종류의 제품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고 만들 수 있는 제철소는 국내에서 현대제철이 유일하다”며 “국가와 사회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현대제철은 지난 1분기에 내화(耐火, 열에 견디는 것) 성능까지 더한 ‘내진·내화용 복합강재(후판)’ 시편(소재)을 개발했고 5월부터는 국내 최초로 내진·내화용 강재로 만든 실제 구조물에 대한 내화 성능 평가에 착수한다. 내년 안에 성능 평가와 인증을 마친다는 계획이다. 포스코(005490), 동국제강(001230) 등도 내진용 강재를 만들고 있지만 내진과 내화 특성을 모두 가진 강재가 최종 성능 평가를 완료하는 것은 현대제철이 처음이다.

현대제철은 지난 2005년 국내 최초로 내진성능이 확보된 SHN을 개발했고 2013년에는 국내 최초로 내진용 철근 SD400S를 출시하는 등 내진용 강재 분야를 선도해왔다. 개발 초기 내진용 건축자재에 대한 산업규격이나 수요처도 없었지만 현대제철은 건축물 안전에 지속적인 관심을 두고 R&D에 나서 불모지나 다름없던 국내 내진용 강재 시장을 개척했다. 자동차용 초고장력 강판처럼 현대제철의 고부가 제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현대제철 기술연구소 연구원들이 자체 모사설비에서 압연 과정을 거치기 전 가열된 실험용 슬래브 표면 온도를 측정하고 있다. 현대제철 제공.
내진용 강제 사용 강제규정 없어 ‘문제’

현대제철이 개발한 SHN은 국내 주요 건축물인 잠실 롯데월드타워, IFC, 일산 킨텍스 등에 적용됐다. 해외 화력발전소와 제2 남극기지 등 극한의 환경에 건설된 구조물에도 사용됐다. 앞으로 서울 시내 초고층 빌딩이 잇따라 지어질 예정인 만큼 내진용 강재 수요는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제철은 건설 계열사인 현대엔지니어링, 현대건설(000720) 등과의 협업을 통해 내진용 강재 적용을 확대하는 방안을 끊임없이 모색하고 있다.

다만 홍보와 시장의 인식 부족으로 아직까지 공급이 제한적이다. 강구조에 많이 사용되는 H형강의 경우 내진용 강재의 사용비율이 2012년 4%에서 2016년 21% 수준으로 상승했지만 아직 낮은 수준이다. 내진용 철근은 시장도입 단계에 머물러 있다.

내진 설계는 도입됐지만 일본과 미국처럼 내진용 강재 사용에 대한 강제규정이 없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일본은 건축 시 건축구조용 강재인 SN만 적용할 수 있으며 미국은 구조 엔지니어가 강재를 선정할 때 내진성능을 확보한 건축구조용 강재를 필수 적용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특수모멘트골조, 특수강판벽 등 일부 구조물에 대해서만 ‘내진성이 뛰어난 강재인 SN 및 SHN강, TMC강을 사용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작년에 내진설계를 강화하는 내용의 법개정이 이뤄지면서 내진용 강재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며 “고부가 제품인 내진용 강재라는 틈새시장 개척은 철강 수요 침체기에 수익성을 끌어올릴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제철의 SHN재 판매량 추이(단위: t, 자료: 현대제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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