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범 '성범죄' 판결문 공개 논란…'원칙' 뒤 숨은 법원·변호인

한 법률사이트 조재범 판결문 공개 단독보도 후
삭제 조치 및 사과…심석희 측 입장 등 후속 이어져
다만 '2차 피해' 못막아…"책임 따지기 어려운 현실"
"공개용 판결문 등 法 생각없어" 지적 더해 심석희 측 법무법인 '실수'도 '도마'
  • 등록 2021-10-17 오후 1:41:36

    수정 2021-10-17 오후 9:33:49

[이데일리 남궁민관 하상렬 기자]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 선수를 성폭행한 혐의를 받는 조재범 전 코치의 1심 판결문이 최근 인터넷상에 유출되면서 ‘2차 피해’ 우려가 거세게 일고 있다. 법조계에선 헌법이 보장한 판결문 공개 원칙에 따라 적법 절차를 거쳤다면 일단 책임소재를 따지기 어렵다고 판단하면서도, 다만 그간 판결문 공개에 따른 ‘2차 피해’ 우려가 충분히 제기돼 왔음에도 대책 마련에 손 놓은 법원은 물론 심 선수 측 변호를 맡은 S법무법인의 안이한 대처에는 분명한 문제가 있다고 꼬집는다.

조재범 전 코치가 지난 2019년 1월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법에서 열린 항소심 공판을 마치고 나오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판결문 공개 후속조치에도…2차 피해 현실로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조 전 코치의 1심 판결문이 한 법률사이트에 공개된 것과 관련 ‘이데일리’가 지난 14일 <[단독]심석희 ‘2차 피해’ 나몰라?…조재범 판결문 공개한 법률사이트> 제하로 최초 보도한 이후 관련 법률사이트와 심 선수 측 변호인의 입장 발표 등 후속조치가 이어졌지만, 그 사이 2차 피해는 현실이 된 모양새다.

해당 법률사이트는 단독보도 당일 이데일리 측에 “접속자 수의 이상 폭등을 확인하고 문제의 판결문은 비공개 조치를 취했다”며 “미숙한 운영으로 심려를 끼쳐 드린 점 깊이 사과드린다. 이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감시 시스템을 강화하고, 검색 알고리즘을 전면 재검토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조 전 코치 1심을 심리한 수원지법은 “수원지법에서 판결문을 제공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다만 사건 관계인들의 판결문 열람 제한 신청은 없었으므로, 절차에 따라 대법원에서 받아봤을 수 있다”고 설명했고, 대법원은 “피고인 또는 피해자 측을 통해 유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 사이 법률사이트에 공개됐던 판결문은 주요 온라인 커뮤니티에 유출됐고, 이후 이를 인용한 여러 매체들의 보도가 이어지면서 ‘2차 피해’ 논란은 현실이 됐다. 판결문이 공유된 온라인 커뮤니티 또는 관련 언론보도 댓글에는 성범죄 사건과 별개의 심 선수 관련 의혹들이 언급되며 조 전 코치의 성범죄 사건 1·2심 유죄 판결 자체가 잘못됐다는 주장까지 쏟아졌다.

심 선수 측 변호인은 15일 입장문을 내고 “아직 20대 초반에 불과한 성폭력 피해 여성이 혼자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라고 2차 피해를 호소했다.

‘2차 피해’는 이미 현실로…‘원칙’ 뒤에 숨은 법원·변호인

법조계에선 ‘원칙’과 ‘절차’상 현재로서는 이같은 ‘2차 피해’ 책임소재를 누구에게도 묻기 어려운 구조라고 설명한다. 헌법에는 판결문 공개를 원칙으로 하며, 최근 ‘국민의 알 권리’와 ‘깜깜이 재판’을 방지하기 위해 이같은 원칙을 확대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만큼 이를 제공한 법원이나 공개한 법률사이트에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더군다나 판결문 열람 제한 신청이 없었기 때문에 절차상 공개에 법적 하자도 없다.

하지만 판결문 공개 원칙이 확대되고 있는 현재 추세에 따라 ‘2차 피해’는 다른 누군가에게도 또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 근본적으로 그간 법원이 대응 마련에 안이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는 “우리나라 법원은 그동안 판결문을 공개하지 않는다는 기조 속에 판결문에 모든 범죄사실을 다 적시해왔다”며 “다만 최근 판결문 공개 원칙이 확대되는 추세에 따라 법원은 그간 기조에서 벗어나 성범죄는 물론 이혼이나 아동학대 등 개인 사생활에 2차 피해 우려가 있는 사건의 판결문을 어떤 식으로 공개할지 조치를 논의했어야 했는데 그런 생각이 아예 없었던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판결문을 적극 공개하는 미국의 경우에도 개인 사생활이 민감한 사건의 경우 판결문 자체를 완화해 쓰거나, 아예 선고용과 공개용 판결문을 따로 만들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심 선수 측 S법무법인과 변호인들 역시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서초동 변호사는 “성범죄 사건을 다룰 때에는 변호사들이 특별한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데, 판결문 열람 제한 신청을 하지 않았다면 명백한 실수”라며 “법무법인에서도 실수를 인정, 사과하고 이와 관련한 후속조치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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