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내년이 걱정" 수주난에 한숨 가득한 현대로템 창원공장

내년 하반기부터 일감소진..국내수요로는 한계
  • 등록 2015-11-27 오전 9:26:37

    수정 2015-11-27 오전 9:26:37

[창원(경남) =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지하철의 형태를 갖추기 시작한 차체 안에선 직원들이 조명 등 부품을 장착하고 있었다. 넓은 공장은 철도 열량들로 가득찼다.

26일 오후 경남 창원시 대원동 현대로템 창원공장은 여느 제조업 공장처럼 분주함이 느껴졌다. 총 면적 62만8000㎡(약 19만5000평)에 1900명의 생산직이 일하는 이 공장은 국내 최대규모의 철도 생산기지이다.

철도는 차체제작 → 도장·의장→ 조립 → 시험 등을 거쳐 완성된다. 현대로템 창원공장은 각 단계에 해당하는 공장들을 모두 갖고 있다. 완성차량의 시운전을 위해 공장부지 가장자리에는 총 3.1㎞ 길이의 원형선로도 깔려 있다.

차체공장에선 육면체 형태의 철도골격을 만든다. 일반 지하철은 스테인리스강을, 고속철은 경량화를 위해 알루미늄을 주로 사용한다. 수십미터 크기의 대형 강판으로 바닥과 지붕, 옆면 등을 따로 만든 뒤 자동 용접기로 붙이는 공정이다. 용접품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선 실내온도 6도 이상을 유지해야 해 공장에 대형 난방시스템도 갖췄다. 자동화가 많이 된 공정이라 사람이 많이 눈에 띄진 않았다.

반면 의장공정에선 사람이 직접 해야 할 일이 많다.

육면체 형태를 갖춘 차체에 창문과 출입문, 케이블, 배관 등을 장착하고 공기압축장치 등도 설치해야 한다. 수작업이 필요한 부분이다.

노병재 현대로템 의장생산팀장은 “1량을 만들기 위해 보통 4명으로 구성된 1개 조가 투입된다”며 “때로는 6~8명이 차 한량에서 일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창원공장은 현재 서울 지하철 9호선과 원주-강릉 고속철 등 국내 철도를 비롯해 브라질과 홍콩, 인도 등에서 수주받은 차량을 제작하고 있다. 수서발 고속철의 경우 자체 시운전을 마친 상태로 수만㎞의 실제 철로를 달리는 본 시험만 남았다.

26일 경남 창원시 대원동 현대로템 창원공장에 지하철 차체용 스테인리스강판들이 널려 있다. 이승현 기자
26일 경남 창원시 대원동 현대로템 창원공장에서 자동용접기가 차체강판들을 용접하고 있다. 이승현 기자
26일 경남 창원시 대원동 현대로템 창원공장에서 생산직 직원들이 전동차 차체에서 부품장착 등의 작업을 하고 있다. 이승현 기자
이처럼 지금은 공장이 분주하게 돌아가고 있지만 현대로템은 걱정이 태산이다. 지난해와 올해 극심한 수주감소로 내년 하반기부턴 일감 소진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현대로템은 현재 수주잔량이 총 4조원 가량이다. 이 회사의 연간 생산능력이 3조원 수준이기 때문에 현재 확보한 물량으로는 내년 말까지 버티기 어렵다. 이 회사의 철도부문 해외수주량은 2013년 1조4000억원에서 2014년 6000억원으로 떨어진 뒤 올 들어 3분기까지는 800억원 가량에 그친다.

국제입찰에서 현대로템보다 평균 20% 낮은 단가를 제시하는 중국 기업에게 번번히 패한 결과이다. 현대로템의 올 들어 해외수주 물량은 터키 노면전차(트램)가 유일하다.

최주복 현대로템 철차공장장은 “국내에서 25년 이상 노후차량에 대한 대체수요가 있다”면서도 “해외수주가 되지 않으면 어렵다”고 말했다. 현대로템의 연간 생산규모는 800~900량 가량이지만 국내 철도시장 규모(발주량)는 연간 300량 수준이다.

이에 정부에 해외수주 성공을 위한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하고 자체적으로는 플랫폼 단일화를 통한 원가절감과 전장품 장치 기술개발 등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당장 다가올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전사적 노력을 강조했다.

창원공장이 위치한 창원국가산업단지는 ‘입주공장의 3분의 1이 부도 맞는다’는 흉흉한 소문이 돌 정도로 최악의 불황기를 맞고 있다. 조선과 해운, 철강 등에 이어 철도산업도 위기의 조짐을 맞으면서 “내년이 더 걱정된다”는 말이 공장 직원에게서 나왔다.

26일 경남 창원시 대원동 현대로템 창원공장에 제작을 마친 철도 차량들이 위치해 있다. 이승현 기자
26일 경남 창원시 대원동 현대로템 창원공장에 설치된 총 3.1㎞ 길이의 시운전 선로에 철도가 위치해 있다. 이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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