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의 경제학…성장 마중물인가 모르핀 주사인가

국회 넘은 추경…"성장률 0.1~0.2%P 제고 효과"
소비 증가 기여할듯…'3% 성장률' 반등 여부 주목
"추경효과 미미" 반론도…성장 지속가능성도 의문
  • 등록 2017-07-22 오후 12:16:06

    수정 2017-07-22 오후 12:34:40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추가경정예산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에서 정세균 국회의장이 가결을 선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정남 김정현 기자] 11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이 우여곡절 끝에 국회 문턱을 넘으면서 올해 경제성장률이 3년 만에 3%대로 올라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특히 이번 추경이 문재인정부의 바람대로 고용 확대와 소득 증가를 도모하고, 또 소비 반등으로 이어질 수 있을 지가 포인트다. 우리 경제는 지난 2012년 이후 저성장 고착화 우려를 낳고 있는데, 이는 소비 부진의 영향이 컸다.

다만 최근 부쩍 잦아지고 있는 추경은 ‘모르핀 주사’와 같으며, 이는 우리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까지는 해결할 수 없다는 주장도 동시에 나온다.

한국경제 ‘L자형 장기불황’

국회는 22일 본회의를 열고 11조332억원 규모의 추경안을 처리했다. 당초 정부가 제출한 11조1869억원 규모에서 1537억원 가량 축소됐다. 정부가 지난달 7일 국회로 추경안을 제출한 지 45일 만이다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2012년 당시 전년 동기 대비 2.3%를 기록한 이후 매해 2.9%→3.3%→2.8%→2.8%를 보였다. 과거와 달리 2%대 성장률이 수년째 굳어진 것이다. 경제계에서는 이를 ‘L자형 장기 불황’의 불길한 징조로 보고 있다.

주목되는 건 민간소비의 움직임이 경제성장률과 얼추 비슷하다는 점이다. 민간소비 증가율은 2012년 이후 매년 2% 안팎(전년 동기 대비)을 기록해 왔다. 2012년 이후 연 1.9%→1.9%→1.7%→2.2%→2.5%였다. 가계가 도통 지갑을 열지 않으면서 경제 전반이 저성장의 늪에 빠졌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실제 총저축률은 오히려 늘고 있다. 총저축은 국민처분가능총소득에서 최종소비지출을 제외한 나머지를 말한다. 지난해 총저축률은 35.8%. 외환위기의 파고를 겨우 지난 1999년(35.9%)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최근 5년은 35% 안팎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설비투자와 건설투자의 증가율이 해마다 들쭉날쭉 하는 것과는 달리 민간소비의 흐름은 GDP와 밀접하다.

문 대통령이 취임 초부터 적지 않은 반대론에 불구하고 일자리 중심의 추경을 밀어붙인 것도 3%대 성장률로 반등하려는 방편으로 풀이된다. 고용과 소득은 소비와 연관성이 크다.

올해마저 2%대 성장률을 보여 3년 연속 2%대에 머문다면, 이는 전례를 찾기 어렵다. 과거 IMF 외환위기 때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없던 일이다. 문재인정부가 최근 추경 처리를 3% 성장률과 연관지어 말하는 빈도가 부쩍 높아진 것도 이런 기류 때문으로 보인다.

한은도 최근 수정경제전망을 통해 추경을 제외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8%로 제시했다. 경제계와 시장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한은이 사실상 3% 성장률을 시사한 것으로 평가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추경은 0.1~0.2%포인트 정도의 성장률 제고 효과가 있을 것”이라면서 “올해 3% 경제성장률이 불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도 “추경 효과를 계량화해서 말하기는 어렵지만 경제성장률을 높이는 데는 도움이 된다”고 했다. 국회예산정책처의 분석에 따르면 이번 추경으로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약 0.12%포인트 더 오를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10년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경제성장률)과 GDP를 구성하는 민간소비 설비투자 건설투자의 각각 증가율 추이다. 경제성장률은 민간소비의 흐름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문재인 대통령의 일자리 추경도 이를 제고하기 위한 방편으로 풀이된다. 출처=한국은행


‘모르핀 주사’ 추경의 한계

하지만 일각에서는 추경의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추경의 타이밍이 빠르지 않아 경제적인 효과가 없을 것 같다. 내년은 돼야 반영될 것 같다”면서 “추경으로 성장률 제고 효과를 보려면 봄에는 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5%로 상대적으로 낮게 보고 있는데, 이를 상향 조정할 계획도 없는 상태다.

추경이 연례행사처럼 되고 있다는 비판론도 적잖이 나온다. 추경을 통해 성장률을 ‘반짝’ 제고하는 것은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의미다. 추경은 2012년 이후 올해를 포함해 총 4개년에 걸쳐 시행됐다. 2012년과 2014년을 빼고는 매년 10조원 이상의 대규모 추경이 투입됐다.

그런데도 우리 경제는 구조적인 저성장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추경이 집행돼도 겨우 2%대라는 비관론마저 나온다. 한은은 최근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 격인 잠재성장률을 처음 2%대(2016~2020년에 걸쳐 연평균 2.8~2.9%)로 낮추기도 했다.

“추경으로 인해 성장률이 조금 올라갈 수는 있지만 이건 우리 경제의 실력이 좋아져서 상승하는 게 아니다. (인위적인 경기 부양은) 나중에 대가를 치러야 한다”(구정모 한국경제학회장)는 의견이 경제계에는 적지 않다.

금융권 한 고위인사는 “문재인정부도 구조개혁을 통해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릴 수 있는 방안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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