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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종호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이 일본 출장 귀국 다음 날인 지난 13일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주요 사업부 사장단을 긴급 소집해 회의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이 부회장은 비상상황에 대비한 ‘컨틴전시 플랜(Contingency Plan·비상계획)’ 마련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서는 5박 6일간의 일본 출장에서 현지 재계 인사 등을 두루 만난 이 부회장이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 확대 움직임을 직접 감지한 것으로 보고 있다.
14일 재계 등에 따르면 지난 12일 일본 출장을 마치고 귀국한 이 부회장은 다음 날인 13일 오후 삼성전자의 한 사업장에서 DS 및 디스플레이 경영단을 긴급 소집해 회의를 열었다. 이날 회의에는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과 진교영 DS부문 메모리사업부장(사장), 강인엽 DS부문 시스템 LSI사업부장(사장), 이동훈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등이 참석했다.
이 부회장은 “단기 현황 대처에만 급급하지 말고 글로벌 경영 환경 변화에 큰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안목을 길러야 한다”며 “변화에 기민하게 대처할 수 있는 체제를 마련하는 한편 흔들리지 않고 시장을 이끌어갈 수 있도록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컨틴전시 플랜은 비상상황에 따른 시나리오를 분석하고 대비하는 경영기법”이라며 “이번 일본 출장에서 현지 수출기업부터 금융권 등 현지 재계 인사를 두루 만난 것으로 알려진 이 부회장이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 확대 분위기를 직접 느끼고 철저한 대응을 지시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당초 이 부회장은 지난 10일 청와대 간담회 참석을 위해 출장 기간을 2박 3일로 계획하고 지난 9일 귀국할 예정이었으나 일본 정부가 수출 규제 추가 확대 가능성을 언급하는 등 이번 사태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자 청와대 간담회도 포기한 채 입국 일정을 미루고 현장 대응에 집중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