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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이번주 중 4곳의 기업에 키코 투자피해액을 15~41%까지 배상하라는 금융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 권고를 은행권에 전달할 계획이다. 분조위는 은행이 불완전판매를 했다는 판단을 하고, 총 256억원 규모의 피해액을 보상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은행과 피해기업이 조정안을 접수한 뒤 20일 이내 수락하면 재판상 화해와 같은 효력이 발생한다. 일단 피해기업은 분조위 판단을 따르겠다는 입장이다.
은행권은 난감한 표정이다. 키코는 민법상 소멸시효(10년)가 끝나 배상 의무가 없어 자칫 배임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 측은 당연히 지급해야할 배상금을 뒤늦게 지급하는 것이고 은행의 공공적 성격을 고려하면 배임에서는 자유롭다는 입장이지만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경영진이나 이사회로서는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대법원이 사기성이 없다는 판단을 내렸고 대부분의 손해배상 소송에서 은행 잘못이 없다는 판결을 끌어낸 터라 배상 필요성을 설득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시중은행은 모두 “조정안을 받은 뒤 경영진과 이사회 의사결정이 필요한 사안”이라며 “조정안을 면밀히 검토해보겠다”고 말을 아끼고 있다. 아직까지 피해보상에 나서겠다는 은행은 없다.
하지만 막강한 검사권을 가진 금감원의 권고를 모른척할 수 없다는 게 현실적인 딜레마다. 특히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에 얽힌 우리와 KEB하나은행은 금감원의 눈치를 봐야하는 상황이다. 일부 은행이 배상에 나서면 나머지 은행 역시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시중은행 고위 임원은 “DLF는 은행의 잘못이 분명하고 깔끔하게 손해를 배상하는 게 은행 경영 측면에서도 도움이 되는데 키코는 전혀 달라 이사회를 설득하는 과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금감원의 권고를 따르지 않았을 때 후폭풍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금융감독당국 고위 관계자는 “피해 배상절차를 최대한 신속하게 진행할 계획”이라면서 “은행권도 합리적인 판단을 내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