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강달러 고비 넘었나…1300원대로 떨어진 환율, 불안감은 여전

[한숨 돌린 외환시장]①
美 연준 금리인상 속도조절 기대감
역외시장서도 원화 강세 전망 늘어
정부, 12개 연기금 환헤지 규모 확대
400억弗 추가 공급, 환율 안정 전력
  • 등록 2022-11-13 오후 7:05:58

    수정 2022-11-13 오후 8:42:25

[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원·달러 환율이 최근 일주일 동안 무려 120원 가량 급락하면서 1420원대에서 1310원대로 내려앉았다. 지난 11일 단 하루에만 무려 59.1원이나 폭락해 1318.4원에 마감했다. 장중에는 65.0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2008년 10월 30일 한·미 통화스와프 사상 첫 체결 영향을 받아 177원 폭락한 후 최대 낙폭이다.

외환시장에선 환율이 1310원대로 떨어진 만큼, 연고점은 지나간 것으로 보는 시각이 확산되고 있다. 당초 내년 상반기까지 1400원선에서 등락할 것이라던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변동성에 대한 경계감 속에서도 환율 전망치 하단을 1300원대로 낮추는 분위기다. 정부가 국민연금 등 12개 공적기관 투자자들에게 환헤지 비율의 상향 조정을 요청해 국내 외환시장에 달러 공급을 늘리기로 한 것도 환율의 추가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달러인덱스 107…8월 중순 이후 최저치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13일 “당초 올 12월말은 돼야 1350원대에 진입할 것이라고 봤지만, 최근 환율 급락 흐름을 봤을 때 전망치는 낮아질 것으로 본다”면서 “내년 초까지 단기 변동성이 유지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환율 레인지 상단은 1500원으로 그대로 두지만, 하단은 기존 1400원대에서 1300원대로 낮춘다”고 밝혔다.

경기침체 우려 확대 등을 근거로 내년 환율 흐름을 ‘상고하저’(上高下低)로 보는 전문가들도 환율의 단기 레벨 자체는 낮춰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도 “환율의 일간 변동폭이 너무 커져서 환율을 예측하기 어렵다”면서도 “최근 역외에서 원화 강세 전망으로 돌아선 것을 감안하면 환율은 추가적으로 더 밀리고 나서야, 다시 상승하는 흐름이 나올 가능성이 커보인다”고 강조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420원대에서 1310대까지 떨어진 것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과 달러 강세가 이젠 정점을 지났다는 관측에 힘이 실린 영향이 컸다. 지난 10일(현지시간) 발표된 미국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동월대비 7.7% 올라 8개월 만에 7%대로 내려왔다. 7%대 물가도 높은 수준이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 인상에 속도 조절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지지를 받으며 강달러 기조도 꺾였다. 주요 6개국 통화에 대한 달러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107선(11일 기준)까지 밀려 8월 중순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미국 달러화 강세 고점과 맞물려 최근 외환당국이 시장안정화 대책을 내놓고 있는 것, 헤지펀드 등 외환시장 큰 손들이 원화에 대한 전망을 ‘강세’ 흐름으로 바꾼 것 등도 원화 반등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1일 “국민연금(NPS)을 포함한 주요 연기금의 환헤지 비율을 확대하고, 해외투자 비율을 조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뒤, 환율 낙폭은 커졌다.

국민·공무원·군인·사학 등 4대 연기금, 교직원·지방재정·과학기술인·군인·경찰·대한소방 등 7대 공제회, 우정사업본부 등 12개 공적 기관 투자자의 환헤지 비율 상향 조정으로 외환시장에 약 400억 달러가 추가 공급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1월 금통위, 금리 0.25%p 인상 전망도

외환당국은 공적 기관 투자자 12곳의 해외자산 규모가 400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이중 국민연금의 해외자산 규모만 3340억달러다. 각 기관은 대부분 환헤지 비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국민연금의 경우 100% 환오픈 원칙이지만 전체 해외자산 중 ±5% 이내 범위에서 환헤지를 할 수 있다.

외환당국은 정확한 환헤지 비율 상향 규모를 제시하지 않고 있지만, 시장에선 약 10%포인트 안팎으로 해석하고 있다. 국민연금이 환헤지 비율을 10%포인트 상향 조정한다면 외환시장에는 330억 달러 가량의 달러가 나올 수 있다. 다른 기관들도 10%포인트만큼 상향 조정하면 400억 달러가 더 나오게 된다. 하루 거래량이 70억 달러 안팎인 시장에서 400억 달러 가량 공급이 늘어난다면 원·달러 환율을 크게 낮출 수 있다.

환율 하락으로 한국은행의 최종 기준금리 수준에 대한 시장 컨센서스도 3.5% 수준으로 낮아질 전망이다. 당초 미국이 금리를 5.0%대로 높일 것으로 예상되면서 한은의 기준금리도 4.0%대로 높아질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 조정폭이 0.25%포인트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확산되는 등 기준금리 상단을 최대 3.75%로 낮추는 모습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11일 열린 국제컨퍼런스에서 “미국 물가 하락은 굿 뉴스(좋은 소식)이고, 환율 안정도 예상했던 흐름”이라면서 “환율이 안정되는 흐름이 이어지길 바라는데 변동성은 있을 것이라 지켜봐야 한다. 이 같은 흐름이 얼마나 이어질지, 국내에 미칠 영향 등을 점검해 11월 금통위에서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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