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 가보고 싶다… 안갯속 고요한 종탑

아름다운 성당을 찾아서
  • 등록 2009-12-02 오전 11:43:00

    수정 2009-12-02 오전 11:43:00

[경향닷컴 제공] 12월 여행지로 성당만한 곳도 없다. 불자가 아니라도 절에 갈 수 있듯이 신자가 아니라도 성당을 찾을 수 있다. 기독교가 처음 전해진 것은 조선 중기이지만 성당이 세워지기 시작한 것은 기독교 선교를 묵인한 1882년 한미수호조약 이후라고 할 수 있다. 19세기 말과 20세기 초 세워진 성당은 건축적으로 아름다워 문화재로 지정된 곳도 있다. 캐럴소리마저 희미해진 시대, 성당은 마음을 다스릴 만한 여행지로 좋다.

고즈넉한 묵주기도길… 수도원 같은 음성 감곡성당

▲ 횡성 풍수원성당
수도원 같았다. 2층 구조의 피정의 집 옆에 붉은 빛을 띠는 성당이 서 있다. 말수가 적은 60, 70대 신자들은 촛불을 하나 올리고, 묵주를 들고 성모상 앞에 말없이 앉아 손을 모았다. 바람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릴 정도로 성당은 고요했다. 성당 본당은 1930년 완공됐지만 성당의 역사는 1896년부터 시작됐다. 경기도 여주에서 선교를 하던 프랑스 외방선교회 소속 임가밀로 신부가 감곡에서 대궐 같은 집을 발견했다. 기와집은 명성황후의 육촌오빠인 민응식의 집이었고, 임오군란 때 명성황후가 피신했던 곳이다. 훗날 집을 사들인 임 신부는 여기에 성당을 지어 성모에게 바쳤다. 임 신부의 고향은 프랑스 루르드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성모 성지다. 성모상도 루르드에서 가져왔다. 이런 유래 때문에 정식 이름이 감곡매괴성모순례지성당이다. 꼭 빼놓지 않고 봐야 할 곳은 매괴동산이라고 쓰여진 묵주기도길이다. 고즈넉했다. 정상에는 십자가와 임가밀로 신부상이 있다. 언덕을 한바퀴 도는 데 40분 걸렸다. 임가밀로 신부의 가묘도 있다. 가묘는 1947년 임 신부가 묻혔던 곳이나 1983년 성당 본당내로 유해를 옮겼단다.

전통문화·외래종교의 공존 강화 성공회성당

▲ 강화 성공회성당
답사여행객들에겐 꽤 유명한 한옥성당이다. 1900년에 세워졌다. 석조 건물 대신 왜 한옥 성당을 세웠을까? 이갑수 신부는 “아마도 당시 한국문화를 존중하려 애썼기 때문일 것”이라고 했다. 생각해보자. 1866년 대원군은 프랑스 신부 9명을 비롯, 무려 8000명의 신자를 처형했다. 가까스로 탈출한 프랑스 신부가 이를 인도차이나에 주둔하던 로즈 제독에게 알렸고, 결국은 프랑스 군대가 조선을 침범했다. 병인양요다. 이후 한세대가 흘렀지만 조선인들에겐 외세에 대한 감정이 남아있었을지 모른다. 특히 강화도는 당시 수도권 방어의 최전선이 아니던가. 그래서일까. 성당이지만 구조는 절과 비슷하다. 대문에는 태극 문양 위에 십자가를 그려넣었다. 문을 열면 다시 중간문이 나온다. 불교로 치면 사천왕문이나 불이문 정도 될 듯하다. 여기에 한국식 범종을 걸어놓았다. 종에도 십자가 문양이 있다. 성당은 2층 한옥 건물. 2층에는 ‘천주성전’이란 현판을 붙였고, 본당 기둥에도 5개 한자 현판을 걸었다. 하나만 읽어보자. ‘삼위일체천주만유지진원(三位一體天主萬有之眞原)’. 삼위일체 천주는 만물을 주관하시니 참 근본이 되신다는 뜻이다. 궁궐의 처마선, 박공머리에 세워놓은 잡상이 성당의 지붕에도 올려져 있다. “십자가와 잡상이라….” 전통 문화와 외래 종교, 적어도 성공회 성당은 서로를 존중했다.

오병이어 형상화… 수수하고 단아한 강릉 초당성당 

▲ 강릉 초당성당
하얀 성당은 수수하고 단아했다. 높은 첨탑에 십자가가 없었지만 외려 숙연한 느낌이 들게 했다. 성당에 들어섰더니 십자가 위로 햇살이 폭포수처럼 쏟아졌다. 제단 바로 위에 창을 내어 빛이 들어오게 했기 때문이다. 십자가에 걸린 예수상은 마치 소년 같았다. 특별한 멋을 낸 것도 없고, 화려하지도 않았지만 왠지 끌렸다. 성당 부지는 물고기 모양이었다. 처음엔 사제관과 성당 부지가 붙어있었는데 도로가 성당 부지를 가로질러 생겼다. 교회는 신성한 법. 소음을 줄여야 했다. 성당을 설계한 건축가 김영섭 성균관대 교수는 그래서 오병이어를 형상화한 성당을 만들기로 했다고 했다.

“땅은 네모나고 하늘은 둥글다는 것을 천원지방(天圓地方)이라고 하죠. 그래서 성당 내부를 천국을 상징하는 둥근 모양으로 했습니다.”

성당을 둘러서 있는 복도 역시 원형. 나누면 무한해진다는 의미를 담았다. 오병이어의 기적과 통한다. 2002년 완공된 성당은 건축학도들에게는 금세 유명해졌다.

때 묻지 않은 촌각시 같은 소박함 횡성 풍수원 성당

19세기초 신유박해가 일어나자 40명의 신도들이 피난처를 찾아 헤맸다. 그러다 찾은 곳이 횡성 풍수원. 당시엔 초가에 모였다. 한국에서 처음으로 사제서품을 받은 정규하신부가 1907년 성당을 준공했다. (김대건 신부는 중국에서 사제서품을 받았다) 풍수원은 한국인 신부가 세운 최초의 성당이라고 할 수 있다. 벽돌도 신자들이 구웠다. 겉은 위엄이 있어도 내부는 소박하다. 서툰 솜씨로 그린 성화가 벽에 걸려있고, 바닥은 나무 마루다. 성당 내부는 특별한 장식은 없었지만 단아했다. 때묻지 않은 촌각시 같다. 소박한 아름다움을 갖고 있어서 2003년 MBC드라마 <러브레터>를 여기서 촬영했다.

▲ 음성 감곡성당

 
성당 뒤편으로는 명상의 길이 있다. 명상로엔 판화가 이철수씨의 석각조형물이 늘어서있다. 돌계단을 따라 오르면 정신부의 묘소, 십자가 상 등을 볼 수 있다.

드라마·영화 촬영지로 유명 아산 공세리성당

고딕 양식의 현재 성당은 프랑스 출신의 드비즈 신부가 1922년 중국인 기술자를 데려와 지었다. 붉은 벽돌과 먹빛 벽돌이 대조를 이루고 지붕 귀퉁이에는 하얀 석고상을 장식물로 앉혔다. 이명래 고약이 바로 공세리성당에서 유래했다. 이조참판을 지낸 박만선이 주민들이 너무 가난하게 사는 것을 보고 간척사업을 벌였다. 고된 노동으로 몸이 닳고 헐어 고생하는 일꾼들을 위해 고약을 개발한 사람은 바로 성당을 지은 드비즈 신부. 고약은 드비즈 신부의 한국 이름을 따서 성일론(成一論) 고약으로 나왔고, 후에 비법은 신부의 일을 도와주던 이명래에게 전수됐다. 드라마 <모래시계>,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 <불새> <고스트맘마> 등을 촬영했다.

-길잡이-

△음성 감곡성당 : 중부내륙고속도로 감곡IC에서 빠진다. 감곡 방향으로 우회전해서 감곡읍까지 온다. 매괴여중 뒤편 언덕에 성당이 있다. 농협 앞 골목에 밥집이 많다. (043)881-2808

△강화 성공회성당 : 인천 강화읍 관청리에 있다. 읍내 우리은행을 조금 지나면 오른쪽으로 성공회성당 진입로가 있다.성당 아래 대형 주차장이 있다. 성당은 들어갈 수 있지만 내부는 사전에 요청해야 볼 수 있다(032-934-6171). 성당에서 차로 5분 거리인 강화경찰서 골목에 있는 43년된 강화국수집이 유명하다. 간판은 비빔국수라고만 쓰여 있다. 비빔국수와 잔치국수만 한다. 보통 3000원, 특 3500원. (032)933-7337

△강릉 초당성당 : 경포대와 가까운 초당동에 있다(033-652-9770). 초당 순두부가 초당동에서 유래했다. 초당은 허균의 아버지 허엽의 호. 초당순뚝배기(033-653-7398) 주인은 모두 23곳의 순두부집이 있다고 했다. 두부가 유명해진 것은 한국전쟁 후 주민들이 납북된 이후 아낙네들이 두부를 내다 팔면서부터라고 한다. 허난설헌 생가터도 가볼 만하다.

성당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있다.

△횡성 풍수원성당 : 중앙고속도로 횡성IC에서 빠진다. 양평 방향 6번 국도로 12㎞ 정도 달리면 풍수원 성당이 나타난다(033-343-4597). 횡성 안흥찐빵마을은 풍수원성당에서 약 40㎞ 떨어져 있다.

△아산 공세리성당 : 서해안고속도로 서평택IC에서 빠진다. 아산만 방조제를 넘으면 공세리성당이 나타난다(041-533-8181). 삽교천 방조제를 지나 당진 가는 길목에는 우렁쌈밥집이 몰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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