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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서울 논현동 묘미에서 서주원 대표와 김정묵 총괄셰프를 만나 그들의 요리 철학에 대해 들어봤다.
묘미는 지난해 11월 문을 열 때부터 업계의 이목을 끌었다. 모터스포츠 선수로 이름을 날리던 서주원 대표가 요식업계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서 대표는 중학교 2학년 때 카트 레이서로 모터스포츠계에 입문해 현재는 제일제당 레이싱팀 소속 선수로 활동하고 있다. 2015년 KSF 제네시스20 클래스 챔피언, 2016년 슈퍼레이스 GT클래스 우승 등 카레이서로서 이력도 화려하다.
서 대표는 묘미를 차리게 된 이유에 대해 “다양한 분야에 도전을 해보는 게 인생의 재미이기 때문에 그런 시도를 계속 했다”며 “특히 어렸을 때부터 음식을 좋아했는데 정식으로 요리를 배운 적은 없다보니 한계에 부딪혔다. 그래서 셰프들과 손잡고 원하는 콘셉트의 레스토랑을 열게 됐다”고 설명했다.
처음 서 대표가 손잡은 셰프는 오랜 지인이었던 장진모 셰프였다. 장 셰프 역시 공대 출신으로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이공계 출신 답계 분자 요리가 주특기이며 묘미 전엔 한남동 ‘앤드 다이닝’에서 실험적인 요리들을 선보였다.
장 셰프가 꾸린 팀과 서 대표가 의기투합해 직접 식당의 콘셉트부터 메뉴까지 하나하나 구성했다. 현재 장 셰프는 새로운 도전을 위해 묘미를 떠났다. 장 셰프의 수제자이자 묘미의 부주방장이었던 김정묵 셰프가 그 자리를 이어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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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미는 한국인 셰프에게 가장 쉬우면서도 어렵다는 한식으로 단품 메뉴 없이 코스로만 운영하고 있다. 인터뷰 전날 직접 맛본 묘미의 요리는 익숙한 듯 하면서도 새로웠다.
김 셰프는 “한국에서 한국 사람이 한국 사람에게 한식을 파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며 “외국요리와 달리 일반 요리부터 파인 다이닝까지 비교대상이 많지만, 한식이라는 틀 안에서 다양한 시도를 하고 내·외국인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싶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묘미의 요리에 대해 “코스의 구성에서 경험적인 측면을 중요시 여기는데, 내 경험을 새롭게 재구성하는 방식이다”며 “예를 들어 디저트로 나오는 홍시와 인절미 아이스크림은 어린 시절 땅에 떨어져 터진 홍시에 인절미를 찍어먹어 본 경험에서 탄생했다”고 설명했다.
서 대표 역시 묘미 요리의 원천이 되는 경험에 일조하고 있다.
그는 “셰프들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 선에서 메뉴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며 “낚시를 가거나 특산물을 맛보는 걸 좋아하는데, 괜찮은 재료를 발견하면 이를 메뉴에 반영해보자는 아이디어를 낸다”고 했다.
서 대표는 물론 김 셰프를 포함한 평균나이 25세의 팀원들이 노력한 결과물이 이번 미쉐린 1스타였다.
서 대표는 이에 대해 “셰프들이 하나가 돼 1년 동안 묘미를 잘 이끌어 준 결과다”며 “내년 재평가에서 혹시 별이 떨어지더라도, 묘미는 궁극적으로 묘미만의 요리를 선보이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공을 셰프들에게 돌렸다.
이날 서 대표는 미쉐린 가이드의 공정성 논란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올해 미쉐린 가이드는 발표 전부터 공정성 논란 등 각종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이 때문에 발표회장은 예년에 비해 신성들보다 미쉐린 가이드 자체에 초점이 맞춰지는 분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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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미는 내년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있다. 흰쌀밥이 중심이 되는 한식 정찬 레스토랑에 도전할 계획이다.
서 대표는 “묘미만의 레시피를 활용한 좀 더 캐주얼한 식당을 구상하고 있다”며 “아직 이름은 정하지 못했지만, 내년 2월에 선보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맥라렌은 비록 판매량은 적지만 꾸준히 F1에 도전하면서 고유의 기술력을 증명하는 브랜드다”며 “묘미 역시 누군가를 모방하는 게 아니라 자체적인 테크닉과 재료로 발전해 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