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헝다그룹 내일 첫 고비…중국판 리먼 사태 터지나 촉각

'파산 위기' 헝다 “23일 일부 채권 이자 지급할 것”
쉬자인 회장 "책임있는 답안지 제출하겠다"
전세계 금융시장 안도…경계감은 여전
中, 구제금융 대신 질서있는 디폴트 유도할듯
  • 등록 2021-09-22 오후 5:24:29

    수정 2021-09-22 오후 8:57:36

사진=AFP
[베이징=이데일리 신정은 특파원] ‘대마불사’냐 ‘중국판 리먼브라더스’냐. 중국 대형 건설사 헝다(恒大·Evergrande)그룹이 채무불이행(디폴트)에 직면할 것이란 전망이 커지면서 글로벌 금융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헝다가 파산하게 된다면 중국 전체적인 부동산 시장은 물론 금융시스템의 전반적인 안정을 위협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헝다가 일부 이자를 갚겠다고 밝힌 데다 중국 정부가 위기를 적절히 관리할 것이란 전문가의 의견이 이어지면서 금융시장은 어느정도 안정을 찾긴했지만, 이번 사태로 중국의 부동산 시장 리스크가 수면 위로 나타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쉬자인 회장 “어둠의 시간에서 벗어나겠다”…일부 이자 지급

헝다는 디폴트 우려 속에서 오는 23일 만기가 도래하는 일부 채권 이자를 지급할 것이라고 22일 밝혔다. 헝다가 언급한 채권은 2025년 9월 만기되는 40억위안 규모의 회사채다. 이번에 지급해야 하는 이자는 5.8%에 해당하는 2억3200만위안(약 425억원) 수준이다.

로이터통신은 “헝다의 디폴트가 세계 금융 시스템으로 파급될 수 있다는 우려로 불안한 시장에 어느 정도 안도감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헝다는 같은날 만기가 도래하는 8350만달러(약 993억원) 규모의 2022년 3월 만기 5년물 채권 이자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채권 계약서상으로는 예정된 날로부터 30일 이내까지 상환이 이뤄지지 않아도 공식 채무불이행으로 간주하지는 않는다.

쉬자인(許家印) 헝다그룹 회장은 ‘파산설’이 난무하는 분위기 속에서 전날 임직원들에게 중추절(中秋節, 중국의 추석) 맞이 편지를 보내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 애썼다. 그는 편지에서 “회사가 전대미문의 거대한 어려움을 만났다”고 인정하면서도 “간부들과 전체 사원들의 공동 노력과 힘든 분투를 통해 헝다가 반드시 조속히 어둠의 시간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주택 구매자, 투자자, 파트너, 금융 기관 등에 “책임 있는 답안지를 제출하겠다”고도 했다.

헝다의 현재 부채는 천문학적인 1조9700억위안(약 355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감당하지 못한다면 중국 금융시장에 리스크를 불러올 수 있는 상황이다.

비슈누 바라탄 미즈호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사실상 헝다는 이미 은행의 이자 지불 기간을 놓쳐 기술적 디폴트 상태에 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2008년 미국의 서브 프라임 사태가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헝다가 중국판 리먼 브라더스 사태를 불러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헝다는 차입에 의존해 부동산 사업을 확장해왔으며 최근에는 전기자동차 등 신사업에도 대규모 투자했다. 창업자인 쉬 회장은 2017년 포스브 집계 기준 자산 391억달러로 중국 1위 부호 자리에 올랐던 인물이다. 그러나 중국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고 당국이 가격 통제에 나서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쉬자인 헝다그룹 회장. (사진=AFP 제공)
S&P “리스크 전이 없는 한 中정부 구제금융 없을 것”

헝다의 디폴트 우려 속에 전 세계 금융 시장은 흔들렸다. 이번주 첫 거래일인 지난 20일 홍콩 항셍지수는 3.30% 빠진 데 이어 뉴욕 증시 3대 지수는 장 초반부터 급락했다. 유럽 증시, 국제유가, 비트코인 등은 모두 하락했다. 헝다가 무너지면 부채에 의존해 사업을 확장한 중국의 다른 부동산 개발회사들도 영향을 받고 이들과 거래한 대형 국유은행들도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다.

그러나 이같은 시장의 우려는 하루만에 진정됐다. 헝다의 디폴트가 미치는 영향이 예상보다 적을 것이란 분석이 잇따르면서 21일 홍콩 항셍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0.51% 소폭 상승했고, 헝다 주가도 0.44% 빠지는 데 그쳤다. 뉴욕 증시 3대 지수는 경계를 늦추지 않고 보합권에서 장을 마쳤으며, 이틀간 중추절 휴장을 끝낸 상하이종합지수 역시 22일 0.4% 강보합권에서 마감했다.

헝다 사태는 리먼브라더스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물론 헝다의 부채 규모가 크지만 서브프라임 모기지로 인해 거품이 터졌던 2008년 금융위기 때와 달리 이번에는 중국 정부가 직접 부동산 개발 업체들의 부채 감축을 추진하는 와중에 헝다발 위기가 촉발됐기 때문이다.

글로벌투자은행 바클레이즈는 보고서에서 “중국 은행권의 자산은 45조 달러 규모이며 부채는 30조 달러 규모”라면서 “350억 달러 규모 은행 대출을 포함한 헝다의 채무는 상황을 바꾸게 할 만큼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중국 정부가 시장의 파급력을 줄이기 위해 직접 지원하는 대신 ‘질서 있는 디폴트’를 유도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디폴트를 하더라도 정부가 움직여 헝다가 자산을 매각할 시간을 벌어주는 것이다.

중국 관영 매체 환구시보의 후시진 편집인은 지난 17일 자신의 웨이보(중국판 트위터) 계정에 “기업은 반드시 시장 방식의 자구 능력을 갖춰야 한다”며 중국의 직접 지원이 없을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푸어스(S&P)는 최근 보고서에서 “정부가 구제금융에 나선다면 부동산 분야의 큰 금융 원칙을 세우려는 당국의 노력이 약화할 것”이라며 “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되지 않는 이상 정부는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S&P는 “(헝다의 파산이) 여러 부동산 개발업체들을 문 닫게 하고 경제 시스템 리스크를 야기하는 경우에는 정부가 개입에 나설 것”이라면서도 “헝다가 홀로 실패하는 것은 (시스템 리스크를 촉발하는) 그런 시나리오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시티그룹은 보고서에서 헝다 위기가 중국에 리먼브라더스 사태를 야기할 것으로 보지 않으며, 당국이 시스템적인 위기를 방지하고자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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