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을 말해봐!"..전문가9인 진단과 전망

원인 : 유동성 저금리 규제완화 공급부족
전망 : 2006년과 같은 폭등은 없을 것
  • 등록 2009-09-15 오전 11:08:42

    수정 2009-09-16 오후 3:32:07

[이데일리 윤진섭 박성호 온혜선기자] 집값 상승이 부동산 시장의 핫이슈로 떠올랐다. 가격 오름폭이 워낙 가파른 데다 상승세가 좀처럼 멈출 기미가 안 보인다. 특히 강남 집값의 상승세는 무서울 정도다.

실물 경기 침체를 이유로 오르다 말 것으로 판단했던 정부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성급하기는 하지만 일부에선 2006년 집값 폭등이 재연되는 게 아닌가하는 예상도 나올 정도다.

전·현직 정부 관료, 학계, 부동산전문가, 공인중개사 등 9명에게 집값 상승의 원인과 향후 전망에 대해 물었다. 

◇ 집값 왜 오르나

전문가들의 의견은 크게 4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시장에 유동자금이 넘쳐나고 저금리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풍부한 유동자금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됐다는 진단이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박사는 "금융위기 해결책으로 정부가 내놓은 카드가 재정부양책이다. 시중에 부동자금이 넘쳐나면서 일부 자금들이 부동산에 들어와 투기 세력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자금의 일부가 재건축 규제 완화 호재가 있는 강남 등 일부지역에 몰리고 있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이용만 한성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기준금리가 연 2%로 동결되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은행에서 대출 받아 집을 사는 데 부담이 없다"며 "싼 이자에 시중에 돈이 너무 많이 풀린 게 집값 급등의 가장 큰 이유"라고 말했다.

둘째 무방비에 가까운 규제완화(재건축조합원 지위양도 허용·각종 주택관련 세금 축소·소형주택 의무비율 폐지)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김수현 세종대학교 도시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집 사는 사람이 은행에서 돈 빌리는 비중은 20~25%에 불과하다. 시중에 돈이 많이 풀린 게 집값 상승 요인 중 하나라고 볼 수 있지만 결정적 이유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강남 재건축 추진 아파트 가격이 급등한 것은 억눌렸던 요인이 풀리면서 나타나는 용수철 현상"이라며 "국내 부동산 시장 특수성에 비춰 투기를 막을 수 있는 안정장치까지 고려해야 하는데 규제를 무방비적으로 풀면서 결국 집값이 요동치고 있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주택정책을 총괄했던 전직 정부 고위관료 A씨는 이와는 달리 `수급 불균형이 원인`이라고 잘라 이야기했다. A씨는 "집값이 불안한 데는 최근 2~3년간 주택공급이 단절된 게 단초를 제공했다. 차질 없이 공급이 이뤄졌어야 했는데 분양가상한제 등 규제에 묶이면서 (주택공급) 타이밍을 놓쳤다"고 말했다.

한강초고층 건립 허용 등 경기부양용 개발계획을 원인으로 꼽는 전문가도 있다. 김희선 부동산114 전무는 "집값을 견인하는 지역은 동북권 르네상스, 한강변 주변, 강남, 과천 등 재건축, 9호선 개통지역 등 크게 4~5곳"이라며 "경기 부양용 개발 호재가 결국 집값 불안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 2006년 집값폭등 재연될까

전문가들은 현재의 집값 상승이 지속될 것으로 봤다. 다만 2006년과 같은 집값 폭등은 없다는 게 이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2006년 집값 폭등은 실물경기가 최고점에 이르면서 전국 단위로 집값이 폭등한 반면 현재는 침체된 실물경기로 집값 상승이 확산되기엔 역부족이란 게 이유다. 

주택정책 실무를 담당했던 현직 정부 관료 B씨는 "2006년과 같은 전국 단위 집값 폭등은 없을 것이다. 다만 강남, 특히 재건축 아파트는 상황이 다르다. 수요·자금이 모두 똘똘한 집 한 채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가격 상승은 불가피하다"라고 말했다.

또 그는 "강남 재건축 아파트 가격 상승세가 가파르지만 정부가 보금자리주택, DTI 규제 등 가격을 컨트롤하겠다고 나선 만큼 사회적 후유증을 남길 정도로 오르지는 않을 것"이라면 낙관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현장 시각도 이와 비슷하다. 최명섭 잠실공인 대표는 "강남 재건축 아파트는 2006년 수준까지는 오르겠지만 전체 집값이 오르기에는 주변 여건이 좋지 않다. 가격 급등을 걱정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우려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원갑 부동산1번지 대표는 "실물경기 회복과 맞물리면서 큰 흐름에서는 가격 상승이 예상되지만 폭등은 어렵다고 본다"며 "가격이 더 오르게 되면 집값 문제는 경제 문제가 아니라 사회 문제가 돼 정부로서도 강력한 규제를 내놓을 수밖에 없다. 시장이 그 정도는 예측하고 자연스럽게 가격을 조절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김수현 세종대학교 교수는 "현재 집값 상승은 강남·과천 등 국지적으로 벌어지는 것은 분명하지만 이 부분이 더욱 우려되는 대목"이라며 "강남·과천 일대 집값이 급등하면서 강북과의 가격차가 커지고, 이 같은 패턴이 반복되면서 강남 수요는 더 늘어나는 악순환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 정부대책(보금자리주택공급·대출규제) 적절한가

정부가 가격안정대책으로 내놓은 보금자리주택 공급, DTI(총부채상환비율) 확대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는 엇갈린다.

이용만 한성대 교수는 "돈이 너무 많이 풀려 생기는 현상이기 때문에 돈줄을 최대한 차단하는 금융대출 규제는 적절하다"며 "이번 조치는 가격이 더 오를 경우 정부가 금리인상 카드를 내놓을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에 집값 안정에 어느 정도 효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주택정책을 총괄했던 전직 정부 고위 관료 A씨는 "수급 불균형과 유동성 문제가 패키지로 작용하면서 집값이 급등했기 때문에 주택공급확대(보금자리주택 공급)와 규제강화(DTI 확대)는 적절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정준수 개포동 미래공인 대표는 "부동산 문제는 시장에 맡겨야 자연스럽게 풀릴 수 있다"라며 "정부가 강한 정책 처방인 투기지역 확대나 금리 인상을 꺼내지 않았다는 점은 나름 평가 받을 대목"이라고 말했다.

반면 김수현 세종대 교수는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정부의 대출규제 정도로는 가격 오름세를 주저앉히기 어렵다"며 "참여정부는 집값을 잡기 위한 다양한 규제가 선행된 뒤 DTI 규제가 효과를 본 것인데, 현 정부는 DTI 등 금융규제만 하면 집값이 잡힐 것으로 잘못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박사는 "경기 회복세와 맞물려 집값이 더 오를 것이란 믿음이 저변에 깔려 있다는 게 핵심 포인트"라며 "DTI 확대가 집값을 일정기간 잡아두겠지만 한 번 돌아선 흐름을 되돌리기엔 다소 역부족"이라고 분석했다.

◇ 앞으로 필요한 대책은 

주택정책을 총괄했던 전직 정부 고위 관료 A씨는 주택공급 정상화를 위한 조치에 나설 것을 주문하고 있다. 그 첫 단추로 분양가 상한제를 조속히 폐지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A씨는 "정부가 주택공급을 위해 보금자리주택을 앞당겨 공급하지만 민간 공급이 중단된 상황에서 공공만의 주택공급은 집값 안정 효과에 한계가 있다"며 "상한제를 풀어 민간부문 공급을 하루라도 빨리 활성화하는 게 최선의 대책"이라고 말했다.

김희선 부동산114 전무는 집값이 더 오를 경우 정부가 추가 거래·금융규제를 내놔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 전무는 "공급 확대가 가장 바람직하지만 시간이 걸린다는 게 문제"라며 "결국 수요를 조절할 수 있는 거래규제나 금융규제가 현재로선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박원갑 부동산1번지 대표는 "우선 대출제한·금리인상 등 유동성을 통제할 수 있는 정책이 선행되는 게 옳다"며 "강남·수도권 인기지역 내 재건축의 경우 세금중과, 주택거래신고제 등 강한 정책적 처방이 필요하지만 현 정부의 정책기조와 맞지 않아 도입 자체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박사는 "정부 스탠스가 금융 사이드를 통해 시장을 컨트롤하겠다는 입장인 만큼 이 부문에 충실한 모습을 시장에 알려 신뢰를 쌓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수현 세종대학교 교수는 "참여정부 때 마련한 투기억제 정책 수단들이 현 정부 들어서자마자 일시에 제거됐고, 결국 부동산시장 정상화는 다시 후퇴하는 결과를 가져왔다"며 "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참여정부가 취한) 관련 규제를 되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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