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지난 23일 제주 롯데호텔에서 열린 대한상공회의소 제주포럼 특별강연을 마친 뒤 공동인터뷰에서 “한국 경제가 기로에 서있는데 정부가 기초기술을 증강시켜 개발하는 것을 촉진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장 교수는 “미국이 반도체와 컴퓨터 등에 투자했을 때는 단순히 5~10년 보고 한 것이 아니라 몇십년을 보고 한 것”이라며 “기초산업에 투자하려면 지원에 대한 접근방법 자체를 달리해야 한다. 지금까지 한국은 후발주자로서 앞선 국가들을 보고 빌려오고 가져오고 붙이고 하는 방식이 맞는 모델이었지만, 이제는 완전 전방으로 가야 할 때이므로 기업과 정부, 과학자들이 앞으로 나아갈 길을 거듭 토론하고 R&D 접근방법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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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교수는 그러면서 서비스업 투자에 대한 필요성이 계속 제기되지만 기술혁신의 요람으로서 제조업이 갖는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미국이나 스위스의 경우 경상가격으로 보면 제조업 비중이 줄어든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실질가격으로 보면 예전보다 오히려 비중이 늘거나 미미하게 줄었다는 것이다. 그는 “생산량을 기준으로 보았을 때 GDP(국내총생산) 대비 제조업 비중이 10%를 조금 넘는 국가들의 경우에도 R&D의 70~80%를 제조업체들이 한다”고 덧붙였다.
경제민주화 법안과 규제폭포, 양극화 등에 대해서는 “많은 문제들이 복지제도를 잘 만들면 상당히 완화될 수 있다. 저출산문제는 육아보조비를 확실히 올려주는 등의 정책으로, 노인 자살이 늘어나는 문제는 연금 늘리고 고용기회 창출하는 등의 정책으로 해결된다. 따로 떼어놓고 이야기하면 복잡한데 생각하는 방식을 바꿔서 대가족 제도가 제공하던 것을 전국민이 같이 사회보험에 드는 것으로 바꿔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장 교수는 브렉시트(Brexit) 이후 영국 현지 분위기와 관련해 “너무 가볍게 생각하고 찬반투표에 임했고, 이후 탈퇴파들이 아무 계획이 없었다는 것이 드러나서 사람들이 황당해 한다. 기업들은 불확실성이 너무 확대돼서 상황을 어렵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영국 경제가 글로벌 규모로 보면 6~7위 정도지만 금융시장에서는 미국에 이어 2위를 차지하는 중요한 시장이기 때문에 앞으로 파급효과가 우려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