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 백화점, 결국 쇼루밍族에 ‘백기투항'

롯데백화점, 롯데닷컴 고객에 가격할인 절반 지원
갤러리아도 온라인 구매 후 매장서 물건 찾는 서비스
해외선 이미 쇼루밍족 잡기 혈안.."우린 명품 쇼품" 역발상
"쇼루밍 이젠 대세..쇼루밍족 끌어안는 전략 필요"
  • 등록 2014-04-16 오전 10:58:19

    수정 2014-04-16 오전 11:00:15

한 고객이 롯데닷컴에서 운동화를 구매한 뒤 롯데백화점 매장에서 자신이 주문한 신발을 실제로 신어보고 있다. (사진=롯데닷컴)
[이데일리 안승찬 기자] 쇼루밍(showrooming)족은 백화점에게 얄미운 존재다. 백화점의 갖가지 시설을 적극적으로 이용하지만, 정작 상품 구매는 온라인 쇼핑몰에서 한다. 백화점 입장에선 구매하지도 않을 고객을 상대로 갖가지 편의시설을 다 내주는 셈이니까, 쇼루밍족이 반가울 리 없다.

하지만 백화점이 달라졌다. 쇼루밍족으로 배척하는 전략에서 쇼루밍족을 적극적으로 끌어안는 쪽으로 전략이 바뀌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 매출을 고집해서는 생존이 쉽지 않다는 절박함이 깔려 있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은 최근 롯데닷컴이 선보인 ‘스마트픽 2.0’ 서비스의 가격할인 비용 절반을 자신들이 부담하기로 했다. 스마트픽 서비스는 롯데닷컴에서 주문한 상품을 고객이 롯데백화점 매장에서 직접 수령할 수 있는 서비스다. 상품이 같더라도 롯데닷컴의 판매가격이 백화점보다 평균 5~10% 싼데, 이 가격차이의 절반을 롯데백화점이 내는 것이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닷컴에서 구매하고 백화점은 물건만 내주는 것이지만 가격 할인액의 절반은 백화점에서 부담한다”면서 “여러 부작용이 있더라도 백화점이 온라인 고객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게 된 상황을 대변해주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10년 첫 선을 보인 스마트픽 서비스는 롯데백화점의 호응이 없어 사실상 서비스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해당 상품도 몇 가지에 불과했고, 수령할 수 있는 백화점도 2개 매장 뿐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전국 9개점 롯데백화점에서 130여개의 브랜드 상품을 이용할 수 있다. 롯데백화점의 전향적인 지원이 없이는 불가능했다.

갤러리아백화점 역시 이미 2012년부터 온라인에서 상품을 구입 한 이후에 제품은 오프라인 백화점 매장에서 찾는 ‘픽업@스토어’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20·30대 젊은 고객들을 중심으로 특히 반응이 좋다는 게 갤러이아 측의 설명이다.

갤러리아백화점 관계자는 “온라인 전용으로 발행되는 각종 할인쿠폰의 혜택을 받으면서도 오프라인 백화점 상품을 그대로 구입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고객 호응이 있다”면서 “화장품의 경우 온라인에서 받아 볼 수 없는 샘플 형태의 증정품도 오프라인 매장에선 받을 수 있다”고 귀띔했다.

해외 유통업체들은 이미 적극적으로 쇼루밍족 잡기에 나서고 있다. 미국 최대 전자제품 유통업체인 베스트바이는 ‘아마존(온라인 쇼핑몰)의 쇼룸’이라는 비아냥을 들을 정도로 쇼루밍의 피해가 컸지만, 오히려 TV 광고에 스스로를 “최고의 명절 쇼룸”이라고 홍보했다. 경쟁업체이던 서킷시티의 파산을 지켜보면서, 오히려 쇼루밍족을 더 끌어들이는 쪽으로 전략을 바꿨다.

베스트바이는 매장을 찾는 사람의 15%는 구매의사를 가지고 있고 매년 6억건의 구매가 실제로 베스트바이 온라인쇼핑몰에서 이뤄진다는 점을 고려해, 더 많은 쇼루밍족이 매장에 머무르도록 하는 ‘역발상 전략’을 취했다. 이런 전략으로 베스트바이는 작년 11월말 블랙프라이데이 기간 동안 온라인 매출액이 전년대비 23.5% 증가하는 성과를 냈다.

미국의 메이시스백화점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총괄해서 담당하는 옴니채널 최고책임자(Chief Omnichannel Officer)를 선임, 업계 최초로 만들었다. 메이시스백화점은 매장에 재고가 없으면 온라인 쇼핑몰에서 주문하는 ‘서치 앤드 센드(search and send)’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고, 매장을 온라인 쇼핑몰의 물류센터로 활용하기도 한다. 메이시스백화점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매장의 성과를 따로 구분하지 않고 있다.

황혜정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쇼루밍은 이제 자연스러운 소비방식으로 자리 잡았다”면서 “오프라인 유통업체가 이를 거부하기보다 끌어안는 전략을 취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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