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울러 3명의 대표이사 사이에서 중재·조정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이는 이재용 부회장의 행보도 관심을 모은다.
고객사 불만 없앤다‥확고한 차이니즈월 구축
삼성전자(005930)는 15일 이사회를 열고 3대 부문장의 복수 대표이사 체제를 출범시키기로 했다. 이는 공동대표가 아닌 각자대표로 운영된다. 각자대표 체제는 복수의 대표이사가 단독으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경영방식이다. 각 대표이사의 최종결재만 받으면 업무는 승인된다. 때문에 공동합의에 따라 결정하는 공동대표 체제보다 각 대표이사의 독립성은 더 강화된다. 삼성전자 내에 사실상 3개의 다른 회사가 탄생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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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의 이같은 결정은 부품과 완제품을 모두 영위하는 사업구조에 기인한 것이다. 그간 삼성전자는 부품에서는 고객사이지만 완제품에서는 경쟁사가 되는 경우가 많았으며, 이로인해 부품 고객사들로부터 내부 정보교환에 대한 불만을 샀다. 삼성전자 부품사업 고객사의 정보가 경쟁사인 삼성전자 완제품사업 쪽으로 들어가는 것 같다는 의혹이다.
예컨대 삼성전자 IM부문과 세기의 특허전을 벌였던 애플은 삼성전자 DS부문의 반도체 부품구매를 크게 줄였다. 이 과정에서 삼성전자의 IM부문과 DS부문은 하나의 회사임에도 전혀 다른 목소리를 내야만 했다. 그럼에도 내부교류에 대한 애플의 의혹은 좀처럼 줄지 않았다. 애플 외에 소니·샤프 등 대다수 주요 업체들도 삼성전자와 이처럼 애매한 관계에 있다.
삼성전자가 차이니즈월을 최대한 높게 쌓아야만 하는 이유다. 삼성전자는 이번에 최종결재 권한까지 분리하면서 독립경영에 대한 의지를 확실하게 표출했다. 회사 관계자는 “고객사들와 신뢰가 더 두터워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재용 부회장 역할론 대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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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엄연히 한 울타리 안에 있는 3개의 사업부문을 중재해야 하는 필요성도 그만큼 더 커졌다. 삼성전자 내의 자원을 나눠써야 하는 3대 부문은 상호협력과 이해가 필수적이다. 또 부문간 방화벽이 더 높아지긴 했지만 융합의 시대에 시너지를 낼 분야도 적지 않다.
다만 올해도 등기이사를 맡지 않은 이재용 부회장이 3명의 대표이사 위에서 총괄하는 구도가 될 가능성이 커 다소 논란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재계 일각에서는 권한과 책임의 불일치 문제가 올해 이재용 부회장을 따라다닐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